[아르떼 칼럼] 거액의 기부금을 거부한 미술관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약물중독 부른 제약사로 富 쌓아
새클러 가문 지원 제안에 손사래
심상용 서울대미술관장
새클러 가문 지원 제안에 손사래
심상용 서울대미술관장
1892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제약회사 퍼듀파마가 1952년 새클러(Sackler) 가문에 인수됐다. 포브스지 선정 미국 부호 19위, 가족 구성원 20명의 자산이 130억달러(약 15조4000억원)에 달하는 부호 가문으로, 특히 미술계에 대한 자선사업으로 잘 알려졌다.
세계적인 미술관과 갤러리의 기부자 목록에서 새클러라는 이름 석 자와 마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도 새클러재단이 출연한 400만달러와 1000여 점의 미술품으로 설립한 아서M새클러 갤러리가 있다. 구겐하임미술관(뉴욕)은 249만달러를 받아 ‘새클러센터’를 건립했다. 퍼듀파머가 2020년 1월 브루클린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미언 허스트의 회고전 ‘알약들’의 메인 스폰서였다는 것은 조금도 놀랍지 않다.
하지만 최근 영국 런던의 국립초상화갤러리는 새클러재단이 제안한 130만달러의 기부금을 거부했다. 테이트모던, 뉴욕의 구겐하임, 파리의 루브르와 런던의 브리티시 뮤지엄 등이 연이어 새클러 가문의 기부금을 사절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파티를 중단하겠다는 것인가.
미술계의 새클러 기부금 거부는 이 가문 소유의 퍼듀파머가 1996년 시판을 시작한 오피오이드계 진통제 옥시콘틴을 통해 벌어들인 350억달러와 무관하지 않다. 오피오이드는 뇌에 보내는 신호를 차단해 극심한 통증을 완화하는, 모르핀이나 헤로인 성분 마약성 진통제의 총칭이다. 수술 후 환자나 암 환자 등에게 주로 처방하지만 중독성이 강하고 정신착란, 호흡 저하 등의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새클러는 옥시콘틴의 중독성을 축소, 은폐하고, 오남용을 주도하는 용의주도한 제품 컨설팅으로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당초 ‘수술 후 단기 복용 진통제’로 분류한 옥시콘틴을 ‘매일 장기간 치료제’로 변경 승인했다. 그 결과 1997년 67만 건이던 처방 횟수가 2002년에는 620만 건 이상, 2016년엔 1400만 건에 달했다.
이렇게 축적한 부의 극히 일부가 세계의 주류 미술기관에 기부돼 이미지 세탁을 주도한 지난 20년 동안, 옥시콘틴 오남용으로 거의 50만 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추산). 목숨을 잃지 않은 250여만 명의 중독자도 있다. 2019년 2월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한 사진작가가 ‘옥시콘틴 부작용 사망자 40만 명’ ‘하루에 200명꼴’ ‘새클러는 수치심을 가지시오’ 등의 구호가 적힌 전단을 뿌리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사진작가는 낸 골딘으로 옥시콘틴에 중독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널브러진 시체들이 구겐하임의 원형 로비를 채웠다. 퍼포먼스의 일환이었다. 그 주검들이 죽음의 기부금을 거절할 것을, 막대한 기부금으로 위장한 도덕적 타락과 문화적 은폐를 미술계에서 추방하는 데 앞장서줄 것을 미술관에 촉구하는 듯했다.
2020년 뉴욕주 정부 등에 의해 다양한 소송이 진행된 결과 퍼듀파머에 180억달러(약 24조원)의 벌금이 청구됐지만 2023년 5월 뉴욕주 항소법원은 2020년 신청된 퍼듀파머의 파산보호를 허용했다. 결과적으로 새클러 가문의 손해배상 책임을 면해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사진작가 골딘이 퍼듀파머 및 그 소유주 새클러 가문과 맞서 싸운 과정을 다룬,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가 2022년 제7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상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미술관과 갤러리의 기부자 목록에서 새클러라는 이름 석 자와 마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미스소니언박물관에도 새클러재단이 출연한 400만달러와 1000여 점의 미술품으로 설립한 아서M새클러 갤러리가 있다. 구겐하임미술관(뉴욕)은 249만달러를 받아 ‘새클러센터’를 건립했다. 퍼듀파머가 2020년 1월 브루클린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미언 허스트의 회고전 ‘알약들’의 메인 스폰서였다는 것은 조금도 놀랍지 않다.
하지만 최근 영국 런던의 국립초상화갤러리는 새클러재단이 제안한 130만달러의 기부금을 거부했다. 테이트모던, 뉴욕의 구겐하임, 파리의 루브르와 런던의 브리티시 뮤지엄 등이 연이어 새클러 가문의 기부금을 사절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파티를 중단하겠다는 것인가.
미술계의 새클러 기부금 거부는 이 가문 소유의 퍼듀파머가 1996년 시판을 시작한 오피오이드계 진통제 옥시콘틴을 통해 벌어들인 350억달러와 무관하지 않다. 오피오이드는 뇌에 보내는 신호를 차단해 극심한 통증을 완화하는, 모르핀이나 헤로인 성분 마약성 진통제의 총칭이다. 수술 후 환자나 암 환자 등에게 주로 처방하지만 중독성이 강하고 정신착란, 호흡 저하 등의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새클러는 옥시콘틴의 중독성을 축소, 은폐하고, 오남용을 주도하는 용의주도한 제품 컨설팅으로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당초 ‘수술 후 단기 복용 진통제’로 분류한 옥시콘틴을 ‘매일 장기간 치료제’로 변경 승인했다. 그 결과 1997년 67만 건이던 처방 횟수가 2002년에는 620만 건 이상, 2016년엔 1400만 건에 달했다.
이렇게 축적한 부의 극히 일부가 세계의 주류 미술기관에 기부돼 이미지 세탁을 주도한 지난 20년 동안, 옥시콘틴 오남용으로 거의 50만 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추산). 목숨을 잃지 않은 250여만 명의 중독자도 있다. 2019년 2월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한 사진작가가 ‘옥시콘틴 부작용 사망자 40만 명’ ‘하루에 200명꼴’ ‘새클러는 수치심을 가지시오’ 등의 구호가 적힌 전단을 뿌리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사진작가는 낸 골딘으로 옥시콘틴에 중독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널브러진 시체들이 구겐하임의 원형 로비를 채웠다. 퍼포먼스의 일환이었다. 그 주검들이 죽음의 기부금을 거절할 것을, 막대한 기부금으로 위장한 도덕적 타락과 문화적 은폐를 미술계에서 추방하는 데 앞장서줄 것을 미술관에 촉구하는 듯했다.
2020년 뉴욕주 정부 등에 의해 다양한 소송이 진행된 결과 퍼듀파머에 180억달러(약 24조원)의 벌금이 청구됐지만 2023년 5월 뉴욕주 항소법원은 2020년 신청된 퍼듀파머의 파산보호를 허용했다. 결과적으로 새클러 가문의 손해배상 책임을 면해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사진작가 골딘이 퍼듀파머 및 그 소유주 새클러 가문과 맞서 싸운 과정을 다룬,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가 2022년 제7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상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