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약탈 문화재 반환"…韓 보물도 돌려줄까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 영국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규모부터 남다르다. ‘금싸라기’ 땅인 센트럴파크에 자리 잡은 이 박물관의 연면적은 18만5000㎥로 축구장 25개를 합친 크기다. 이 큼지막한 박물관 곳곳에 걸린 작품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보유한 전체 소장품의 4%에 불과하다. 나머지 96%는 창고에 쌓여 있다는 얘기다.

이게 문제가 됐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이렇게 많은 작품을 어떻게 모았을까” “약탈과 밀거래로 모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결국 메트로폴리탄이 두 손을 들었다. 2018년부터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관장을 지내다가 지난 7월 최고경영자(CEO)를 겸임하게 된 맥스 홀라인 CEO(사진)가 “약탈 피해를 본 국가들에 더 많은 작품을 반환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박물관 내 한국관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한국 관련 전시를 열고 한국 문화와의 접점을 늘려가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홀라인 CEO는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처음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장품 출처를 투명하게 밝히기 위한 연구와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앞으로 (불법 반출 문화재에 대한) 더 많은 배상과 반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최근 소장품이 밀거래와 약탈에 관련돼 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3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최소 1100점이 약탈이나 밀거래 혐의로 기소됐거나 처벌받은 사람의 소유였다고 보도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원소유국 밖으로 나온 경위가 자세히 기록된 작품은 절반도 안 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해에는 약탈된 이집트와 이탈리아 문화재를 전시했다는 혐의로 뉴욕 맨해튼 검찰청이 메트로폴리탄 보유 문화재 27점을 압수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이에 대응해 5월 소장품 출처를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한 뒤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홀라인 CEO는 “불법적으로 들여온 어떤 작품도 박물관 소장품 목록에 포함하고 싶지 않다”며 “그간의 수집 관행을 되돌아보면서 보유해서는 안 되는 문화재로 판단되면 반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물관이 보관 중인 한국 문화재도 반환 대상이 될지에 국내 고미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트로폴리탄은 신라시대 금귀걸이 1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측은 공식적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도굴 문화재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1870년 개관 후 꾸준히 몸집을 불려온 이 박물관은 ‘목돈’을 투입해 박물관을 또다시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홀라인 CEO는 “앞으로 10년 동안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박물관 인프라에 투자할 것”이라며 “이 정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박물관은 세계적으로 메트로폴리탄이 유일하다”고 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10년 동안 전체의 4분의 1에 달하는 전시공간을 재구성할 예정이다. 홀라인 CEO는 “유럽 회화 갤러리를 새롭게 단장해 다음달 공개할 예정”이라며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관련 전시 구역은 구성을 바꿔 2025년에 재개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관련 전시를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한국관이 문을 연 건 1998년이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한국관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다음달 7일부터 한국 관련 전시를 연다. ‘전통: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의 한국 미술’이 주제다. 메트로폴리탄의 한국 관련 주요 소장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홀라인 CEO는 “고대시대부터 현대까지 한국 예술 및 문화와 관련한 광범위한 전시가 될 것”이라며 “지난달 한국 미술 큐레이터직도 신설한 만큼 앞으로 한국 문화와의 접점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뉴욕=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