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등 에너지 수요 폭증…원전에서 대안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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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말 미국 의회에서 원자력선진화법이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통과됐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대안으로 원자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를 필두로 원전 부활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한경ESG] 돈 되는 ESG ETF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전력 사용량은 2022년 대비 2.2% 증가했으며, 2026년까지 신흥국의 주도로 전력 소비가 연평균 3.4%씩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 소비량 증가에 기여하는 대표적 영역은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등이다.
IEA는 데이터센터, AI, 암호화폐 부문의 전력 소비가 2026년까지 2023년의 2배로 증가할 것이며, 특히 데이터센터의 총소비 전력은 2026년 1000TWh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022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 추정치가 약 240~340TWh이며 글로벌 전력 수요의 약 1~1.3%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는 셈이다.
미국, 신형 원자로 개발 속도 높인다
최근 데이터센터는 이산화탄소 발생의 새로운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데이터센터 한 곳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수십만 가구가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화력발전 등 전통적 에너지원을 활용할 경우 전력 생산량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급속도로 증가하는 대규모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고, 전력 생산 과정에 동반되는 온실가스배출량 증가에 대한 우려를 잡을 수 있으면서, 국가의 에너지 자립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다시 한번 원자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 말 미국 하원에서 원자력발전소 보급 확대를 위한 ‘원자력선진화법(Atomic Energy Advancement Act)’이 통과됐다. 법안은 선진 원자력발전소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규 원자력발전의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하고, 선진 원자로에 대한 인허가(신청) 비용을 인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의 원자력발전소 감독기구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인력을 확충하고,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원자력발전소 개발을 장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원의 표결 결과는 365 대 36이었다. 민주당, 공화당에 관계없이 대부분 의원이 원자력선진화법을 지지한 것이다. 우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에 긍정적 태도를 보여온 민주당 의원들 역시 원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태양광·풍력을 보조해 24시간 무탄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법안에 명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공화당 의원들도 기후변화 대응에 보수적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원자력발전이 미국의 경제 및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법안을 지지했다.
원자력발전은 미국 전체 전력의 약 20%를 공급하는 주요 에너지원이다. 이번 표결과 별도로 과거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지지 의사를 꾸준히 표명해왔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된 노후 원자력발전소의 운영 연장 및 개선 작업에 대한 지원책, 차세대 원전 개발 지원책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통적 대규모 원자력발전소는 건설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소요 시간이 길다는 점에 더해 과거 발생했던 대형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좀처럼 신규 투자 및 가동이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기업도 발 빠른 원전 투자
유럽연합(EU) 내에서도 프랑스를 필두로 친원전 국가들이 원전을 부활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친환경 경제활동을 정의하는 EU 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시킨 데 이어 최근엔 EU 의장국인 벨기에가 브뤼셀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화석연료 감축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원전의 역할을 모색하는 ‘원자력 정상회의’를 개최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 자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원전의 안전한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청정에너지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전력 조달이 시급한 기업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아마존이다. 3월 초, 아마존 웹서비스(AWS)는 미국 발전 및 송전 회사 탈렌에너지로부터 100% 원자력발전으로 가동되는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최대 원전 소유주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버지니아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을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및 설립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차세대 소형모듈원전 개발 기업)가 2030년 완공 및 가동을 목표로 원자력규제위원회에 나트륨 원자로 건설 허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지난해 또 다른 SMR 기업인 뉴스케일이 비용 상승으로 인해 미국 내 첫 SMR 건설 계획을 취소한 만큼 테라파워가 계획대로 6월 중 미국 내 첫 SMR 건설을 시작한다면 이 또한 SMR을 비롯한 원자력발전 관련 밸류체인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ESG 애널리스트
IEA는 데이터센터, AI, 암호화폐 부문의 전력 소비가 2026년까지 2023년의 2배로 증가할 것이며, 특히 데이터센터의 총소비 전력은 2026년 1000TWh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022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 추정치가 약 240~340TWh이며 글로벌 전력 수요의 약 1~1.3%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는 셈이다.
미국, 신형 원자로 개발 속도 높인다
최근 데이터센터는 이산화탄소 발생의 새로운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데이터센터 한 곳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수십만 가구가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화력발전 등 전통적 에너지원을 활용할 경우 전력 생산량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급속도로 증가하는 대규모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고, 전력 생산 과정에 동반되는 온실가스배출량 증가에 대한 우려를 잡을 수 있으면서, 국가의 에너지 자립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다시 한번 원자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 말 미국 하원에서 원자력발전소 보급 확대를 위한 ‘원자력선진화법(Atomic Energy Advancement Act)’이 통과됐다. 법안은 선진 원자력발전소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신규 원자력발전의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하고, 선진 원자로에 대한 인허가(신청) 비용을 인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의 원자력발전소 감독기구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인력을 확충하고,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원자력발전소 개발을 장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원의 표결 결과는 365 대 36이었다. 민주당, 공화당에 관계없이 대부분 의원이 원자력선진화법을 지지한 것이다. 우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에 긍정적 태도를 보여온 민주당 의원들 역시 원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태양광·풍력을 보조해 24시간 무탄소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법안에 명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공화당 의원들도 기후변화 대응에 보수적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원자력발전이 미국의 경제 및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법안을 지지했다.
원자력발전은 미국 전체 전력의 약 20%를 공급하는 주요 에너지원이다. 이번 표결과 별도로 과거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지지 의사를 꾸준히 표명해왔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된 노후 원자력발전소의 운영 연장 및 개선 작업에 대한 지원책, 차세대 원전 개발 지원책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통적 대규모 원자력발전소는 건설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소요 시간이 길다는 점에 더해 과거 발생했던 대형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좀처럼 신규 투자 및 가동이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기업도 발 빠른 원전 투자
유럽연합(EU) 내에서도 프랑스를 필두로 친원전 국가들이 원전을 부활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친환경 경제활동을 정의하는 EU 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시킨 데 이어 최근엔 EU 의장국인 벨기에가 브뤼셀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화석연료 감축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원전의 역할을 모색하는 ‘원자력 정상회의’를 개최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 자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원전의 안전한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청정에너지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언급했다.
전력 조달이 시급한 기업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아마존이다. 3월 초, 아마존 웹서비스(AWS)는 미국 발전 및 송전 회사 탈렌에너지로부터 100% 원자력발전으로 가동되는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최대 원전 소유주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버지니아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을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및 설립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차세대 소형모듈원전 개발 기업)가 2030년 완공 및 가동을 목표로 원자력규제위원회에 나트륨 원자로 건설 허가를 신청하기로 했다. 지난해 또 다른 SMR 기업인 뉴스케일이 비용 상승으로 인해 미국 내 첫 SMR 건설 계획을 취소한 만큼 테라파워가 계획대로 6월 중 미국 내 첫 SMR 건설을 시작한다면 이 또한 SMR을 비롯한 원자력발전 관련 밸류체인에 대한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ESG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