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새까만 흑연으로 빛을 빚는 화가…권순익
권순익은 ‘빛’을 사랑하는 작가다. 그가 2차원의 평면 회화에서 빛을 창조하기 위해 쓰는 재료는 흔히 사용하는 보석과 유리가 아니라 새까만 흑연이다. 매 작업의 마무리 단계에 두꺼운 흑연 심을 문질러 칠한다. 흑연이 주는 광택감 때문에 작품이 조명이나 햇빛을 받으면 까맣게 칠해진 부분에만 빛이 생겨난다.

권순익이 회화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물감도 독특하다. 고운 모래를 아크릴 물감에 섞어 꾸덕꾸덕한 안료를 만들어 캔버스 위에 겹겹이 쌓는다. 물감을 칠하는 대신 쌓고, 말린 후 그 위를 나이프나 조각칼로 도려낸다. 작업의 특성상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린다. 그는 이 고행과도 같은 작업을 ‘명상’의 과정으로 여긴다.

권순익이 서울 용산구 화이트스톤갤러리를 찾아왔다. 그의 회화 시리즈를 조명하는 전시 ‘나의 오늘’을 열면서다. 회화뿐만 아니라 스티로폼에 흑연을 칠해 만든 기왓장 설치작 등 36점의 작품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7월 21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