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고영일·변자민 교수, 서울대 생명과학부 윤태영 교수·전창주 연구원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고영일·변자민 교수, 서울대 생명과학부 윤태영 교수·전창주 연구원
서울대병원·서울대 공동 연구팀이 애브비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벤클렉스타(성분명 베네토클락스·개발명 ABT-199) 등의 동반진단에 활용 가능한 바이오마커를 개발했다.

서울대병원은 고영일·변자민 혈액종양내과 교수, 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프로티나 공동 연구팀이 단분자 공면역침강(SMPC) 기술을 활용해 ABT-199 치료 반응성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를 찾았다고 6일 발표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혈액이나 골수에 비정상 백혈구가 빠르게 증식해 정상 혈액세포 생성을 방해하는 혈액암이다. ABT-199는 BH3 모사체 계열 약물이다. BCL2 단백질을 표적으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동일한 치료 효과를 얻지 못하는 데다 일시적 관해 후 저항성이 생기는 환자가 있다는 게 한계로 꼽혔다. 연구팀이 ABT-199 효과를 예측하는 진단법 개발에 나선 이유다.

연구팀은 단분자 풀다운과 공면역침강 기법, 단분자 형광 이미징 기술을 활용해 3만개의 세포를 분석해 22종의 서로 다른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PPI) 신호를 정량적으로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다양한 단백질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ABT-199가 BCL2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BCL2-BAX 복합체를 분해하고 이 과정에서 활성화된 BAX 단백질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ABT-199가 암세포를 죽이는 주요 매커니즘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32명의 검체에서 데이터를 뽑아낸 뒤 약물 반응성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ABT-199 효과와 내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단백질 복합체를 찾아냈다.
BCL2-BAX 복합체는 ABT-199의 효과에, BCLxL-BAK 복합체는 내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바이오마커를 개발한 뒤 시험해본 결과 최대 94%의 예측 정확도(AUC-ROC)를 보였다. 임상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테스트에서도 9명의 항암제 반응성을 성공적으로 예측했다. 민감도 100%, 특이도 83.3%였다.

윤태영 교수는 "단분자 공면역침강(SMPC) 기법은 다양한 시료에서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PPI)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도구"라며 "이 기술을 통해 복잡한 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이해함으로써 분자 진단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고영일 교수는 "기존에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가 부족했던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서 ABT-199 요법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