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 지역 예술가 50인이 참여한 미술 축제가 열린다. 부천문화재단이 8월 6일부터 11일까지 부천아트벙커B39에서 ‘2024 부천아트페어’를 진행한다. 페어 기간 동안 누구나 무료로 입장해 작품을 감상하고 다양한 아트 연계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2024 부천아트페어'가 진행된 부천아트벙커B39. 쓰레기가 모여 재가 되던 소각장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사진=한경매거진 강은영)
'2024 부천아트페어'가 진행된 부천아트벙커B39. 쓰레기가 모여 재가 되던 소각장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사진=한경매거진 강은영)
부천아트벙커B39는 철거될 뻔한 폐소각장을 2018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업사이클링한 곳이다. 공간 재탄생 이후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융복합 아트를 포함한 설치, 디지털·미디어 아트, 회화, 드로잉 등 폭넓은 전시 활동을 선보여 부천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부천문화재단은 지난 5월 공모를 통해 부천에 거주하거나 부천과 인연이 있는 예술가 149인 중 50인을 선정, 선발된 예술가들에게 네트워킹 행사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함과 동시에 이번 아트페어 참여 기회도 제공했다.

2024 부천아트페어의 주제는 ‘인생 작품 찾기’로, 회화, 조각, 사진 등 지역 작가 50인의 작품 300여 점이 전시된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현장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해소되지 않은 트라우마를 구체적인 형상이 없는 공간으로 표현하는 이아영 작가.(사진=한경매거진 강은영)
해소되지 않은 트라우마를 구체적인 형상이 없는 공간으로 표현하는 이아영 작가.(사진=한경매거진 강은영)
50인의 작가 중 한 명인 이아영 작가는 “부천문화재단에서 작가 노트 쓰기 수업과 저작권 교육 등을 해줘 큰 도움이 됐다”며 “이번 아트 페어에서도 섬세한 부분까지 배려해줘 관람객과의 즐거운 소통이 가능하게 됐다”고 전했다.
폐쇄된 소각장이 미술 컬렉터의 벙커가 됐다…2024 부천아트페어
'2024 부천아트페어' 부천 50인의 예술가 메인 페어 공간 전경(사진=부천문화재단)
'2024 부천아트페어' 부천 50인의 예술가 메인 페어 공간 전경(사진=부천문화재단)
이번 페어 방문객은 사전 신청을 통해 아트 인플루언서와 함께 아트페어를 둘러보는 ‘도슨트 투어’, 작품에 대한 취향과 안목을 키워주는 초보 ‘컬렉팅 강연’, 작가의 작업 세계를 알아가는 ‘아티스트 토크’, 작가들과 예술 체험을 할 수 있는 ‘아트 워크숍’ 등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개막식에 참여한 50인의 예술가 및 관계자.(사진=부천문화재단)
개막식에 참여한 50인의 예술가 및 관계자.(사진=부천문화재단)
아울러, 한병환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부천아트페어가 예술가들의 다양한 언어를 시민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장이 됐으면 한다”며 “이렇게 마련된 자리를 통해 자신만의 ‘인생 작품’을 찾아 보고, 그렇게 발견한 예술과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 나가길 바란다”고 이번 행사의 의의를 전했다.

다음은 2024 부천아트페어의 총괄 기획을 맡은 이지현 디렉터와의 일문일답.
이지현 2024 부천아트페어 총괄 디렉터(널 위한 문화예술 대표)
이지현 2024 부천아트페어 총괄 디렉터(널 위한 문화예술 대표)
Q1 ‘2024 부천아트페어’만의 특별한 점을 소개한다면
현장에 ‘아트링커’라는 특별한 분들이 있다. 도슨트와 딜러를 합친 말로 저희가 만든 단어다. 이분들은 작가의 작품 세계나 철학 등을 설명하면서 세일즈도 겸한다. 만약 작품을 구매하는 필요한 정보나 설명이 있다면 아트링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번 페어에 갤러리가 입점하지 않고 작가와 다이렉트로 거래해 가능한 일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작가들의 판로 개척에 중점을 뒀다. 이번 아트페어는 작가들이 커리어를 고민하는 프로젝트에 가깝다. 페어 이전부터 네트워킹과 아카데미 등 여러 작가가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전문 작가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도모하기 위한 시간을 가져왔다. 그 과정의 연장선으로 이번 부천아트페어를 개최하게 됐다.

Q2 작가를 위해 진행한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나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작가 노트 쓰기’를 꼽는다. 작가는 본인 작업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날지 모르는데 작품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순간을 맞닥뜨리거나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없다면 작업물이 정리된 링크를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언어로 작품을 표현하는 문장을 완성할 줄도 알아야 한다. 생각보다 작가들이 이 부분을 많이 어려워 한다. 작가 노트 쓰기나 저작권 개념 등 누구에게 물어보기 애매하지만, 꼭 필요한 수업을 지원했다. 페어를 시작하기 몇 달 전부터 여러 작가들과 모여 공부해 왔다.

Q3 초보 컬렉터에게 작품 고르는 법에 대한 노하우를 전해준다면
‘나는 갑부다’라는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좋다. 당당하게 뭐든 살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작품을 고르는 것이다. 그렇게 고르다 보면 금액이나 작품의 크기 등에서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 괜찮다. 이번 부천아트페어에는 모든 작가의 소품(규모가 작은 예술 작품)을 함께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명품 매장을 방문하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사고 싶다. 하지만 재정 상태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방이나 신발 등 처음에 계획한 것을 사지 못한다면 키링이나 헤어핀 등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이 브랜드(작가)의 제품(작품)을 구입했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번 페어에는 모든 작가의 작품을 최소 두 점 이상 소개하고 있어 마음에 들어온 작가의 다른 작품을 함께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Q4 ‘작품 소장’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컬렉팅은 작가가 지닌 철학의 조각을 모으는 행위다. 창작자는 세상을 탐구하고 싶은 사람들이고 열중해서 탐구한 결과가 작품으로 나타난다. 컬렉터는 그 일부를 모으는 사람이다.
A라는 작가가 보여주는 작업의 의미와 방향성에 공감하는데 그 무형의 것을 지지하는 방법이 그가 만든 유형의 작품을 소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장이라는 행위는 작가의 생각에 내가 동감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징표라고 할 수 있다.



강은영 기자 qbo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