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조각가] '부러지지 않는' 철사로 삶의 조각을 연결하다…루스 아사와
서로를 지탱하는 수백 가닥의 철사가 아슬아슬한 곡선미를 연출한다. 구부러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다. 인종차별과 강제수용, 가난 등 역경을 견디고 일어선 조각가 루스 아사와(1926~2013·사진) 작품에 담긴 메시지다.

아사와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일본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태평양전쟁 중인 1942년 그의 가족이 강제수용소에 구금되며 뿔뿔이 흩어졌다. 구금이 풀린 뒤 블랙마운틴칼리지에 진학해 전위적인 예술가그룹에 합류했다. 여섯 명의 자녀를 낳아 육아와 작품활동을 병행했다. 산업디자인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좌절하던 찰나 그의 ‘철사 조각’이 조명받기 시작했다.

공공미술 분야에도 도전했다. 샌프란시스코 기라델리 광장에 놓인 인어 조각상이 그의 작품이다. 마지막 공공미술은 캘리포니아주립대 ‘기억의 정원’. 일본계 미국인들이 머문 강제수용소 10곳의 잔해로 조성한 작품이다.

오는 4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이 그를 기리는 회고전을 연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