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의 '선으로부터'(1980). 광주광역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소장
이우환의 '선으로부터'(1980). 광주광역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소장
“혹시 여기서 이우환 선생님 작품 전시가 열리나요? 제가 팬이라서요.”

요즘 일본 주오사카 한국문화원 앞에서는 이런 질문을 하는 행인을 자주 볼 수 있다. 입구 너머로 이우환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모여든 일본인들이다. 오는 12일 개막하는 한국미술 전시 ‘타임리스 헤리티지’(한국미술전)를 기획한 김미라 예술감독은 “한국미술에 일본인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더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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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오사카는 13일 개막을 앞둔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준비로 분주하다. 엑스포 기간에 맞춰 수많은 전시가 동시에 개막을 준비 중이라 “일본 전시업체가 지금 오사카에 다 모여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중에서도 한국미술전은 현지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는 전시 중 하나다.

엑스포는 세계 각국이 자랑하고 싶은 자국의 문물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문화와 기술을 교류하는 행사.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오사카 한국문화원이 엑스포 기간에 맞춰 한국미술전을 야심 차게 준비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문체부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예술 교류를 더욱 활성화할 적기라고 본다”고 했다.

한·일 미술 교류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다섯 명의 한국 작가를 소개한다.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89). 1960년대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양국을 오가며 활동해왔다. 김 감독은 “이우환은 여백의 미 등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서양 미술의 미니멀리즘(최소주의) 미술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작품 세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우환의 대표적 연작인 ‘선으로부터’, ‘다이얼로그’ 등이 나왔다.
박대성의 '분황탑'(2024).
박대성의 '분황탑'(2024).
박대성(80)은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2022~2023년 미국 순회전을 여는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대가다. 동아시아 수묵화 문화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일본·중국과 구별되는 한국 수묵화만의 매력을 녹여낸 작품들로 명성이 높다. 이번 전시에서는 경주의 유적 등을 주제로 그린 작품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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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경(58)은 비누를 깎아 만든 조각으로 2004년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연 유명 조각가. 전시에서는 비누를 깎아 만든 백자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김 감독은 “전시가 열리는 오사카가 일본 내에서도 도자기로 유명한 ‘도자 도시’인 만큼 오사카의 정체성을 반영해 출품작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신미경의 비누 조각 '트랜스레이션-백자'(2009~2014).
신미경의 비누 조각 '트랜스레이션-백자'(2009~2014).
하준수(52)는 유학 시절 만난 일본 여성과 국제결혼을 한 이중섭의 작품을 소재로 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이중섭이 일본으로 건너간 처자식을 그리워하며 편지에 그려 보낸 그림 등을 통해 한·일 관계를 재조명한다. 박제성(47)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작품으로 양국 문화 교류의 역사와 미래를 상기시킨다.

개막일인 12일에는 주오사카 한국문화원 7층에서 양국 문화 교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학술 행사가 열린다. 1960년대부터 일본에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해온 시마 아쓰히코 오사카국립국제미술관 관장, 쿠사마 야요이의 대구 전시를 이끈 김선희 전 대구미술관장 등 양국 미술계 인사들이 발표한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예술경영지원센터 공동기획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