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설비 팔려고 내놔도 사는 곳 없어…살아남는 게 목표"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자동차 부품업체 대부분이 경영난에 시달려 왔는데…. 베이징현대가 다음달 1공장(연 30만 대) 문을 닫기로 하면서 큰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 단체(회원사 250여 곳)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을 15년째 이끌고 있는 신달석 이사장(디엠씨 회장·사진)의 토로다. 그는 11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 내내 한숨을 내쉬었다. 고사(枯死) 위기에 몰린 부품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으로서의 고뇌가 전해져왔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중국’이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현지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가 일부 중국 생산설비 가동을 멈추기로 하면서 부품사들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는 145곳(조합 소속 1차 협력사 기준). 이들 업체가 베이징과 창저우, 충칭, 옌청 등에 설립한 공장만 390여 곳에 달한다.

신 이사장은 “다들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생산능력(연 270만 대)에 맞춰 설비 투자를 늘려왔다”며 “2년 전부터 놀리고 있는 설비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품사도 몸집을 확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막상 구조조정에 나서려 해도 사정이 녹록지 않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공장 직원 수를 줄이는 감원은 계속 해왔는데 설비 감축은 쉽지 않다”며 “부품사마다 일부 설비를 팔려고 내놔도 현지 경기가 좋지 않아 사줄 곳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일부 설비를 뜯어 인도, 베트남 등지로 옮기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 이사장은 부품사들이 최악의 자금난에 직면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중국에서 쌓인 손실이 고스란히 한국 본사의 부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대부분 부품사가 현지 공장에 100% 출자한 만큼 한국 본사가 중국 사업 손실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며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자동차산업 생태계 붕괴에 대한 걱정도 컸다. 그는 “부품 2만여 개가 얽힌 자동차산업 생태계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일으켜 세우기 쉽지 않다”며 “부품사들이 더 어려워지면 올해 초대형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기 전 그가 남긴 말은 무거웠다. “자동차 부품사들은 이제 생사의 기로에 섰습니다. 공장 문을 닫지 않고 살아남는 게 가장 큰 목표가 됐습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