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깜짝실적'…배터리에 가려졌던 '본업' 석유화학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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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매출 7.5조·영업이익 9020억 '역대 최대'
석유화학 이익 8000억 육박
배터리 떼고도 캐시카우 탄탄
석유화학 이익 8000억 육박
배터리 떼고도 캐시카우 탄탄
LG화학이 올 3분기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시장 추정치를 20% 이상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고부가합성수지(ABS) 등 주력 제품의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 컸다. LG화학은 오는 12월 2차전지(배터리) 사업 분할을 앞두고 처음으로 잠정 실적을 내놓으며 투자자와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실적 개선은 석유화학 사업이 이끌었다. 3분기 영업이익의 대부분인 8000억원 안팎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LG화학이 글로벌 1위인 ABS가 특히 좋았다. ABS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소재로 많이 쓰이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수요가 급증했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제품 구매를 대폭 늘렸다. 반면 ABS를 만들 때 쓰는 재료값은 크게 오르지 않아 마진이 껑충 뛰었다. 마진을 나타내는 스프레드는 올 1분기 332달러, 2분기 534달러, 3분기 811달러로 급격히 상승했다.
위생용 장갑 소재인 NB라텍스, 플라스틱과 비닐 등에 쓰이는 폴리에틸렌(PE), 섬유와 포장용기 등의 소재인 폴리염화비닐(PVC) 등도 ABS와 비슷하게 가격은 오르고 원가는 낮아져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했다. 모두 코로나19 수혜품목이다.
관심을 모았던 배터리는 3분기에 14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2분기에 이어 1000억원대 영업이익 기조가 이어진 것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2분기의 1555억원에는 다소 못 미쳤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2분기 대규모 매출이 발생한 사업이 3분기에 미미했던 영향이다. 전기차 배터리와 소형 배터리 실적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LG화학은 이번 3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해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도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성이 탄탄하고 배터리 사업 역시 더 성장할 수 있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전통’의 석유화학이 여전히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을 어닝 서프라이즈로 입증했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실적 발표를 기관투자가들의 사업분할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지분을 10% 넘게 보유한 국민연금 등 ‘큰손’ 투자자들이 그렇다. LG화학 주가가 오를 여지가 있어야 찬성 명분이 선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우려까지 잠재워야 하는 상황도 감안됐다. LG화학 배터리를 쓴 현대자동차의 코나 EV 모델에서 최근 잇달아 화재가 발생한 탓이다. 현대자동차는 코나 EV 모델 배터리 리콜을 하기로 했다. LG화학이 어떤 식으로든 리콜 비용을 분담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배터리 분사, 배터리 화재 우려 등 부정적 이슈를 어닝 서프라이즈로 잠재우는 시도에 나선 것이다.
LG화학의 실적 호조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석유화학 사업은 4분기에도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고, 배터리도 매출 증가와 이익 확대 기조에 들어섰다. “4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1조원을 넘길 것”(메리츠증권)이란 예상도 나온다. 3분기 확정실적은 사업부문별 수치와 함께 21일 나온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화학에서만 8000억원 이익 추산
LG화학은 3분기 매출 7조5073억원, 영업이익 9021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12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영업이익은 158.7%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고치다. 종전 분기 매출 최고치는 작년 4분기 세운 7조4510억원, 종전 영업이익 최고치는 2011년 1분기의 8313억원이었다.실적 개선은 석유화학 사업이 이끌었다. 3분기 영업이익의 대부분인 8000억원 안팎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LG화학이 글로벌 1위인 ABS가 특히 좋았다. ABS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소재로 많이 쓰이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수요가 급증했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제품 구매를 대폭 늘렸다. 반면 ABS를 만들 때 쓰는 재료값은 크게 오르지 않아 마진이 껑충 뛰었다. 마진을 나타내는 스프레드는 올 1분기 332달러, 2분기 534달러, 3분기 811달러로 급격히 상승했다.
위생용 장갑 소재인 NB라텍스, 플라스틱과 비닐 등에 쓰이는 폴리에틸렌(PE), 섬유와 포장용기 등의 소재인 폴리염화비닐(PVC) 등도 ABS와 비슷하게 가격은 오르고 원가는 낮아져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했다. 모두 코로나19 수혜품목이다.
관심을 모았던 배터리는 3분기에 14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2분기에 이어 1000억원대 영업이익 기조가 이어진 것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2분기의 1555억원에는 다소 못 미쳤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2분기 대규모 매출이 발생한 사업이 3분기에 미미했던 영향이다. 전기차 배터리와 소형 배터리 실적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분사 반대 등 악재 진화되나
이번 잠정 실적 발표는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결정에 대한 투자자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다. LG화학은 오는 30일 배터리 사업의 물적분할을 승인하기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연다. 기존 사업부 형태로 있는 배터리 사업을 100% 자회사 형태로 바꾼 뒤 투자를 받아 대규모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주총을 앞두고 일부 소액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은 LG화학에 부담이다. “유망한 배터리를 떼어 내면 주가가 크게 오르기 힘들다”는 것이 분사 반대 측에서 주장하는 핵심 내용이다.LG화학은 이번 3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해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도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성이 탄탄하고 배터리 사업 역시 더 성장할 수 있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전통’의 석유화학이 여전히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을 어닝 서프라이즈로 입증했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실적 발표를 기관투자가들의 사업분할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지분을 10% 넘게 보유한 국민연금 등 ‘큰손’ 투자자들이 그렇다. LG화학 주가가 오를 여지가 있어야 찬성 명분이 선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우려까지 잠재워야 하는 상황도 감안됐다. LG화학 배터리를 쓴 현대자동차의 코나 EV 모델에서 최근 잇달아 화재가 발생한 탓이다. 현대자동차는 코나 EV 모델 배터리 리콜을 하기로 했다. LG화학이 어떤 식으로든 리콜 비용을 분담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배터리 분사, 배터리 화재 우려 등 부정적 이슈를 어닝 서프라이즈로 잠재우는 시도에 나선 것이다.
LG화학의 실적 호조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석유화학 사업은 4분기에도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고, 배터리도 매출 증가와 이익 확대 기조에 들어섰다. “4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1조원을 넘길 것”(메리츠증권)이란 예상도 나온다. 3분기 확정실적은 사업부문별 수치와 함께 21일 나온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