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미술품으로 상속세 못내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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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故 이건희 회장 소장품
전문기관 3곳에 감정 의뢰
현행 물납대상 부동산·유가증권뿐
국세청 "미술품 가치산정 어렵다"
문화재 해외유출 우려 확대
이광재 의원 "물납 허용해야"
전문기관 3곳에 감정 의뢰
현행 물납대상 부동산·유가증권뿐
국세청 "미술품 가치산정 어렵다"
문화재 해외유출 우려 확대
이광재 의원 "물납 허용해야"
미술품의 국세 물납 대상 포함 논의에 불이 붙었다. 11조366억원에 이르는 이건희 삼성 회장 소유 주식에 대한 상속세가 계기가 되고 있다. 최근 삼성이 이 회장이 소유한 개인 미술품의 가격 감정을 전문기관 세 곳에 의뢰한 것이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삼성 측은 “정확한 상속 가치를 파악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물납 제도 변화에 따라 삼성가가 이들 미술품으로 상속세 일부를 납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침 국회에도 관련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상정돼 국회 통과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물납은 현금이 아닌 다른 자산을 정부에 넘기고 해당 자산의 가치만큼을 세금 납부로 인정받는 것이다. 18일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는 부동산과 유가증권(주식 제외)만 가능하다.
골동품을 포함한 미술품의 물납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지난해 전성우 전 간송미술관 이사장 별세로 사회적 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상속 이후 재단 운영 등에 따른 재정 압박으로 유족들이 보물급 불상 2점을 경매에 부쳤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문화재 유출을 막기 위해 간송 전형필 선생이 사비를 털어 구입한 미술품이 다시 해외로 팔릴 상황에 처하자 미술품의 물납을 허용해 국가 소유로 거둬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하지만 관련 세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자 국립중앙박물관이 자체 예산으로 해당 불상들을 구입해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 회장의 유족이 상속세 자금 마련을 위해 미술품 처분에 나서면 문화재 해외 반출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중심으로 문화재 해외유출 방지와 미술시장 활성화 등을 위해 미술품의 물납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물납한 문화재와 미술품은 국가에 귀속돼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서 국민이 함께 누릴 수 있게 된다”며 “다만 (미술품) 평가 시스템의 투명성과 정확성이 중요한 만큼 국세청 등에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발행하는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134건에 이르던 상속세 물납 건수는 2019년 59건으로 줄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물납 대상을 줄이고 요건을 강화하는 세법 개정이 이뤄진 결과다. 비상장 주식마저 물납 대상에서 제외됐다. 물납 가능 한도도 줄었다. 물납이 가능하려면 △물납 가능 재산의 가액이 전체 상속 재산의 50% 이상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 △물납 신청 재산의 관리·처분이 적당할 것 △관할 세무서장의 물납 허가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처럼 물납 요건이 강화된 배경에는 비상장 주식의 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증여세 납부를 축소하는 등 악용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납된 부동산과 유가증권이 물납자 본인이나 친인척에게 염가에 처분되며 사실상 탈세 수단이 되기도 했다.
세무당국은 부동산, 유가증권과 비교해서도 미술품은 객관적인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물납 대상 편입에 난색을 보여 왔다. 이중섭 박수근 등 한국 대표 작가의 작품으로 알려졌던 그림들이 오랜 공방 끝에 2017년 대법원에서 대거 위작으로 판명되는 등 징세 수단으로서 신뢰성이 낮다는 점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문화재 해외 유출 우려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만큼 국보나 보물로 공인된 미술품에 한해 물납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노경목/조미현 기자 autonomy@hankyung.com
삼성 측은 “정확한 상속 가치를 파악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물납 제도 변화에 따라 삼성가가 이들 미술품으로 상속세 일부를 납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침 국회에도 관련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상정돼 국회 통과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술 시장 활성화 위해서도 필요”
감정 의뢰된 이 회장 소유의 미술품은 1만2000점으로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은 물론이고 국보급 문화재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1000억원이 넘는 회화와 조각도 포함돼 전체 가치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물납은 현금이 아닌 다른 자산을 정부에 넘기고 해당 자산의 가치만큼을 세금 납부로 인정받는 것이다. 18일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는 부동산과 유가증권(주식 제외)만 가능하다.
골동품을 포함한 미술품의 물납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지난해 전성우 전 간송미술관 이사장 별세로 사회적 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상속 이후 재단 운영 등에 따른 재정 압박으로 유족들이 보물급 불상 2점을 경매에 부쳤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문화재 유출을 막기 위해 간송 전형필 선생이 사비를 털어 구입한 미술품이 다시 해외로 팔릴 상황에 처하자 미술품의 물납을 허용해 국가 소유로 거둬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하지만 관련 세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자 국립중앙박물관이 자체 예산으로 해당 불상들을 구입해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 회장의 유족이 상속세 자금 마련을 위해 미술품 처분에 나서면 문화재 해외 반출 논란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중심으로 문화재 해외유출 방지와 미술시장 활성화 등을 위해 미술품의 물납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물납한 문화재와 미술품은 국가에 귀속돼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서 국민이 함께 누릴 수 있게 된다”며 “다만 (미술품) 평가 시스템의 투명성과 정확성이 중요한 만큼 국세청 등에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악용 가능성 차단이 관건
국세청은 이에 대해 “국회 논의 결과에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물납이 탈세 및 조세회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아 기존에 허용했던 물납 대상도 줄여가고 있는 와중이기 때문이다.국세청이 발행하는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134건에 이르던 상속세 물납 건수는 2019년 59건으로 줄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물납 대상을 줄이고 요건을 강화하는 세법 개정이 이뤄진 결과다. 비상장 주식마저 물납 대상에서 제외됐다. 물납 가능 한도도 줄었다. 물납이 가능하려면 △물납 가능 재산의 가액이 전체 상속 재산의 50% 이상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 △물납 신청 재산의 관리·처분이 적당할 것 △관할 세무서장의 물납 허가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처럼 물납 요건이 강화된 배경에는 비상장 주식의 가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증여세 납부를 축소하는 등 악용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납된 부동산과 유가증권이 물납자 본인이나 친인척에게 염가에 처분되며 사실상 탈세 수단이 되기도 했다.
세무당국은 부동산, 유가증권과 비교해서도 미술품은 객관적인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물납 대상 편입에 난색을 보여 왔다. 이중섭 박수근 등 한국 대표 작가의 작품으로 알려졌던 그림들이 오랜 공방 끝에 2017년 대법원에서 대거 위작으로 판명되는 등 징세 수단으로서 신뢰성이 낮다는 점도 문제다.
일각에서는 “문화재 해외 유출 우려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만큼 국보나 보물로 공인된 미술품에 한해 물납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노경목/조미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