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르는 식물들, 이름을 묻지 마라…"그냥 궁금해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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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생태정원 선구자
김봉찬 더가든 대표
자연과 함께
살아갈 마음만 있다면
아침 햇살만으로
누구나 행복해져
생태정원 선구자
김봉찬 더가든 대표
자연과 함께
살아갈 마음만 있다면
아침 햇살만으로
누구나 행복해져
감귤밭으로 유명한 제주 서귀포 효돈로. 이곳엔 ‘작은 제주도’가 있다. 국내 생태정원, 자연정원의 선구자이자 원예 장인 김봉찬 더가든 대표(56·사진)가 5년 전 문을 연 생태정원 카페 ‘베케(VEKE)’다.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400여 종의 식물에겐 이름표가 없다. ‘무슨 나무냐’고 거듭 묻자 돌아온 답은 하나였다. “아이고, 공부하지 마세요. 우린 그냥 궁금해 하면 됩니다.”
김 대표는 한국에 생태정원과 자연주의 조경을 도입한 최고의 전문가다.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비오토피아 조경과 여미지식물원 습지원, 포천 평강식물원과 곤지암 화담숲 암석원,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 태안 천리포수목원 어린이정원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최근 서울 성수동 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성수’ 생태정원과 서울 회현동 문화공간 피크닉에서 열리는 정원 전시회도 기획했다.
“식물도 동물도 다른 생명들과 어울려 삽니다. 자기 서식지를 파괴하는 생명체는 오직 인간밖에 없습니다. 생태정원은 인간이 지구의 주인으로서 다시 자연에게 집을 되돌려주려는 하나의 움직임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정원이란 아름다움과 생태성, 예술성이 결합한 공간이다. 그중 생태의 순환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죽어 있는 풀처럼 보이는 것들도 다시 살아나고, 고여서 썩은 줄 알았던 연못이 정화작용을 하는 게 생태정원이다. 베케에선 잎이 지고 시든 꽃대와 죽은 것처럼 보이는 풀들도 그대로 둔다. 거대하고 웅장한 나무 없이 잔잔한 풀만으로도 아름다운 정원이 된다.
“고여 있는 물은 절대 썩지 않습니다. 인간의 시간에선 썩은 것처럼 보이지만 자연의 시간에선 꼭 필요한 과정이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늪은 완벽한 생태계, 생명의 원천을 갖추게 됩니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 체득한 지식과 책을 뒤져가며 연구한 것들을 나누기 위해 2015년 ‘자연에서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1년에 4회 정도 국내 정원 전문가와 전공자, 일반인 등이 모여 제주의 산과 계곡, 오름 등을 답사한다. 제주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제주에서 공부하는 정원모임’도 만들었다.
“우리에게 드넓은 정원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꽃 한 송이 키우는 것도 정원하는 삶이지요. 자연과 함께 살아갈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아침 햇살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서귀포=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인간을 위한 식물, 이제 그만”
‘베케’라는 이름은 척박한 제주의 밭을 일구며 여인들이 쌓아놓은 검은 돌담의 제주 방언이다. 정원 한가운데 40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베케가 무심한 듯 놓여 있다. 베케를 중심으로 1만㎡에 달하는 이곳에는 정원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베케의 틈을 비집고 나온 식물들, 그 아래로 이끼가 낀 정원, 흐르는 물을 이용한 습지정원, 고사리 등이 자리 잡은 그늘정원, 철거한 감귤과수원 창고의 콘크리트벽을 살린 폐허정원, 야생화정원, 억새로 멋을 살린 입구정원까지. 카페에 들어서면 키를 낮추고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좌석들이 펼쳐진다. 건물도 베케 정원을 바라볼 수 있게 자연스러운 각도로 틀어 지었다.김 대표는 한국에 생태정원과 자연주의 조경을 도입한 최고의 전문가다.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비오토피아 조경과 여미지식물원 습지원, 포천 평강식물원과 곤지암 화담숲 암석원,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암석원, 태안 천리포수목원 어린이정원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최근 서울 성수동 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성수’ 생태정원과 서울 회현동 문화공간 피크닉에서 열리는 정원 전시회도 기획했다.
“식물도 동물도 다른 생명들과 어울려 삽니다. 자기 서식지를 파괴하는 생명체는 오직 인간밖에 없습니다. 생태정원은 인간이 지구의 주인으로서 다시 자연에게 집을 되돌려주려는 하나의 움직임입니다.”
생명은 생명을 부른다
조경과 원예는 과학이고, 기술이다. 어떤 과정도 ‘그냥 하는 것’은 없다. 인간의 생로병사에 다 이유가 있듯, 자연을 다스리는 일에도 설명이 필요하다. 그는 “지금까지의 우리는 식물을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여겼다”며 “식물을 배려하는 법을 배우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식물도 말을 한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잎의 각도, 새순의 크기 등 과학적인 근거로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하는 게 정원사의 일이다.그가 생각하는 좋은 정원이란 아름다움과 생태성, 예술성이 결합한 공간이다. 그중 생태의 순환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죽어 있는 풀처럼 보이는 것들도 다시 살아나고, 고여서 썩은 줄 알았던 연못이 정화작용을 하는 게 생태정원이다. 베케에선 잎이 지고 시든 꽃대와 죽은 것처럼 보이는 풀들도 그대로 둔다. 거대하고 웅장한 나무 없이 잔잔한 풀만으로도 아름다운 정원이 된다.
“고여 있는 물은 절대 썩지 않습니다. 인간의 시간에선 썩은 것처럼 보이지만 자연의 시간에선 꼭 필요한 과정이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늪은 완벽한 생태계, 생명의 원천을 갖추게 됩니다.”
꽃 하나 키우는 것도 정원하는 삶
정원을 가꾸는 일은 오랜 시간 ‘예쁜 꽃을 심고, 비싸고 보기 좋은 나무를 심는 일’이었다. 자연 그대로의 것들을 존중하고,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을 불러일으키는 ‘관계’에 대해 소홀했던 게 현실이다. 그는 반대로 “생명은 허술한 것, 작은 틈새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산의 나무가 삐뚤빼뚤하지만 함께 모였을 때 조화로운 것처럼 절대적 시각에서 벗어나 식물의 삶과 죽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김 대표는 현장에서 체득한 지식과 책을 뒤져가며 연구한 것들을 나누기 위해 2015년 ‘자연에서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1년에 4회 정도 국내 정원 전문가와 전공자, 일반인 등이 모여 제주의 산과 계곡, 오름 등을 답사한다. 제주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제주에서 공부하는 정원모임’도 만들었다.
“우리에게 드넓은 정원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꽃 한 송이 키우는 것도 정원하는 삶이지요. 자연과 함께 살아갈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아침 햇살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서귀포=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