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5일 08:27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환경사업이 건설사들의 새로운 격전지가 되고 있다. 빠른 성장이 점쳐지면서 건설사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어서다. 환경사업이 부동산 경기에 좌우되는 건설사들의 사업 구조를 안정화시키고 있지만 과도한 투자로 재무건전성을 약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건설사들의 환경사업 투자가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점검하고 있다. 수요가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채산성도 높은 폐기물 처리업은 건설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긍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다각화 과정에서 현금창출능력에 비해 과도한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한국기업평가의 판단이다.
자료=한국기업평가
자료=한국기업평가
전 세계적으로 생산, 소비, 관리, 재생으로 구성된 순환경제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도 자원효율성 향상을 위해 폐기물 배출량 감소와 실질재활용 제고가 포함된 자원순환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생산 단계에서 폐기물 발생이 줄고 순환이용 강화로 폐기물 배출량이 감소하면 소각시설과 매립 시설을 운영하는 폐기물 처리업의 사업 전망은 나빠질 수 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선 폐기물 처리업계의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당분간 신뢰도가 높고 자본력을 갖춘 폐기물 처리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폐기물 처리시설 증설은 제한적인데 폐기물 수출 제한과 코로나19에 따른 폐기물 배출 확대로 처리시설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해성을 띠고 있어 재활용률 제고가 어려운 지정·의료폐기물 배출량도 늘고 있다. 결국 폐기물 소각과 매립 수요가 증가하면서 폐기물 처리 업계의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환경 산업에 대한 건설사의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를 통해 폐기물 처리 시장도 재편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IS동서, 태영그룹, GS건설 등 건설사들이 폐기물 처리 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사모펀드(PEF)와 개인 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폐기물 처리 업체의 높아진 몸값을 감안할 때 최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폐기물 처리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과점화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폐기물 사업의 신규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 폐기물 업계에선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에 가동 중인 업체의 인수 이외엔 특별한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인수 거래 규모가 수천억원대로 커지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폐기물 수집, 운반, 재생업으로 수직 통합이 나타날 수 있어 투자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10년 이후 약 1조원대 이상의 투자를 집행한 SK에코플랜트는 오는 2023년까지 3조원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한국기업평가는 "폐기물 처리업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에 비해 투자 규모가 과도하면 건설사를 비롯한 폐기물 산업 투자자의 재무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어 차입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건설사들이 투자 확대를 결정할 때 재무안정성 훼손이라는 부메랑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건설업 사업 환경이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재무대응능력이 약화되면 신용도에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