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선사들이 새로 발주한 컨테이너 선박이 올해 대거 인도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운임이 급락한 상황에서 선복량까지 늘면서 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2010년대 초반과 같은 ‘치킨게임’이 또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프랑스 해운 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달 기준 글로벌 톱10 선사의 총선복량은 2217만9434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다.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4월(1948만3055TEU) 대비 13.8% 증가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해상운임이 급등하자 선박 발주량을 크게 늘렸다. 선복량 1위인 스위스의 MSC는 466만TEU로, 3년 전(381만TEU) 대비 80만TEU 이상 선복량이 늘었다. 국내 최대 원양 선사인 HMM은 이달 기준 81만TEU로 8위를 차지했다. 26만TEU의 추가 발주분이 더해지는 내년엔 100만TEU를 넘어선다.

문제는 선사들이 앞다퉈 발주한 컨테이너선의 인도 시기가 몰려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선사들은 2021년 사상 최대치인 434만TEU를 발주했다. 톱10 선사들의 이달 기준 발주 잔량은 578만TEU에 달한다. 선박 대수로는 463척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노후 선박 교체 물량을 감안하더라도 글로벌 톱10 선사에 추가되는 선복량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1, 2위 선사 MSC와 머스크가 2025년 2M 얼라이언스(동맹)를 청산하기로 했다는 점도 치킨게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또 다른 해운 동맹으로는 점유율이 각각 35%, 25%인 디 얼라이언스와 오션 얼라이언스가 있다. HMM은 독일 하팍로이드, 대만 양밍 등과 함께 디 얼라이언스 소속이다. MSC와 머스크가 결별하면 3강 체제인 해운동맹이 4강 체제로 바뀐다. 점유율 확대를 노린 두 선사가 규모를 앞세워 운임 인하를 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제 해상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1년 새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물동량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해운업계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0선까지 무너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SCFI는 전주 대비 27.98포인트 내린 946.68을 기록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