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와 시위대의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현지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상장사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사업 파트너인 미얀마 국영기업이 군부와의 연관성이 부각되면서 사업 불투명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22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3.62% 하락한 2만2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약 한 달 만에 낙폭이 가장 컸다. 한국가스공사도 1.51% 내린 3만26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주가 하락은 미얀마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시민단체인 ‘저스티스 포 미얀마’와 ‘슈웨 가스 무브먼트’ 등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가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MOGE)와 함께 가스전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지역주민 강제이주, 토지몰수, 강제노동 등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해당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금이 MOGE로 배당되는 과정에서 MOGE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군부로 흘러가고 있다며 관련 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다. 2019년에는 전체 영업이익의 73%인 4020억원을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서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미얀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미얀마 사태가 가스전 등 현지 사업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는 합리적으로 추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미얀마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 국제사회의 여론이 현지 사업에 부정적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자칫 엄격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잣대가 적용될 여지도 있다. 앞서 삼성물산은 핀란드의 노르키아 은행 등 유럽계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베트남 석탄발전소를 포함한 석탄 관련 사업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자 작년 10월 이사회를 통해 향후 국내외 신규 석탄 관련 사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