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초미세먼지 도시…100곳 중 99곳은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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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지구촌
미세먼지로 고통 받는 지구촌
아시아는 미세먼지로 가장 고통받는 지역이다. 초미세먼지 농도(2018년 연평균 기준)가 높은 순으로 세계 도시를 줄 세워보면 상위 100곳 중 99곳이 아시아다. 나머지 한 곳(92위)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화학공업 도시 루카바츠다. 이마저도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55.6㎍/㎥로, 1위 인도 구르가온(145.6㎍/㎥)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가 왔다. 북반구에선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심해진다. 겨울철 난방 수요가 늘면서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태풍, 소나기 등이 빈번한 여름철과 달리 겨울엔 대기가 정체되면서 오염물질이 쌓이는 탓도 크다. 이외에 지역과 기상 여건, 산업, 문화 등 대기 질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양하다.
항공기까지 우회한 뉴델리
인도의 수도 뉴델리는 ‘세계에서 가장 대기 오염이 심한 도시’다. 특히 지난 10월25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흘간은 ‘최장’ ‘최악’의 공기 질을 나타냈다. 이 기간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509㎍/㎥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수준 10㎍/㎥의 50배를 넘었다. 뉴델리 일부 지역은 1000㎍/㎥를 일시적으로 넘기도 했다. 모든 학교엔 휴교령이 떨어졌고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서는 37편의 항공기가 우회했다.
글로벌 미세먼지 데이터 분석업체 에어비주얼의 집계를 보면 뉴델리는 불명예를 얻을 만하다. 작년 연평균 농도가 높은 도시 10위 가운데 7곳이 모두 뉴델리 인근이다. 1위 인도 구르가온은 뉴델리의 남쪽에, 2위 가지아바드(135.2㎍/㎥)는 뉴델리의 북쪽에 접해 있다. 5위 비와디(125.4㎍/㎥)는 뉴델리와 차로 1시간30분 거리고, 6위 노이다(123.6㎍/㎥)는 뉴델리 동쪽에 있다. 뉴델리는 113.5㎍/㎥로 11위에 올랐다.
뉴델리의 대기오염 주범은 인근 공장,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배출물이다. 겨울철엔 뉴델리 주변 지역의 농부들이 수확이 끝난 들녘을 태우기 때문에 공기 질이 급격히 나빠진다. 매년 10~11월 열리는 디왈리 축제도 뉴델리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꼽힌다. 축제 기간 내내 폭죽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산맥의 영향도 크다. 동서로 뻗어 있는 히말라야산맥이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 뉴델리로 넘어오는 것을 막아서다. 새 공기가 유입되지 않으면 오염된 공기가 대기에 정체된다. 국가별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따지면 인도가 3위(72.5㎍/㎥)이고 1, 2위는 각각 방글라데시(97.1㎍/㎥)와 파키스탄(74.3㎍/㎥)이다. 모두 히말라야산맥 남쪽에 있는 국가들이다.
히말라야산맥이 뻗은 방향으로 오염물질이 이동하는 만큼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은 오염원을 두고 싸우고 있다. 각국 정부는 국경 지대에 석탄발전소를 짓고, 농민들이 쓰레기를 무단 소각해도 통제하지 않는다.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지역을 두고 군사적 긴장 관계인 만큼 대기오염 부문에 대한 협력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 환경 규제 느슨해지나 우려
중국은 인도만큼 미세먼지로 악명이 높은 국가다. 초미세먼지 고농도 상위 100개 도시 중 57곳이 중국이다. 인도(33곳)보다 더 많다. 하지만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들어선 2013년부터 강력한 환경보호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 인도와는 다르다.
2013년 9월 중국 국무원은 전국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해 ‘대기오염 방지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설정한 대기 질 기준을 지키지 못한 지역에 벌금과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공장설비 폐쇄 등의 엄한 처벌도 가능하다. 2013~2017년 진행된 이 계획에는 중앙정부와 지방 성·시·자치구가 달성해야 할 구체적인 미세먼지 감축 목표가 담겨 있다. 대부분 목표대로 성과(15~25% 미세먼지 감축)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중국에선 다시 스모그 우려가 커졌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자 중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느슨하게 풀어주고 있어서다.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 북부 지역은 지난달 15일부터 중앙난방을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환경보다 경제성장에 더 관심을 두면서 그동안 다소 개선됐던 공기 질이 다시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골머리
동남아는 인도네시아발(發) 연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에서 15번째로 큰 인도네시아에선 매년 밀림을 불법적으로 태워 개간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때 발생하는 연기를 연무(헤이즈)라고 부른다. 연무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으로 퍼져 주변국의 원망을 사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밀림 개간 작업이 제지, 팜유 등 주요 산업과 연관됐기 때문에 제재를 꺼려왔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주요국이 2014년 ‘초국적 연무오염 협정’(헤이즈협정)을 맺으면서 이런 상황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 협정에는 동남아 국가들이 토지와 산림 화재를 예방·감시하고 국경을 초월해 협력하겠다는 합의가 담겼다. 싱가포르는 해외에서 연무를 일으켜 싱가포르에 영향을 끼친 기업에 형사상 책임을 무는 ‘연무법’도 제정했다.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1㎛=100만분의 1m) 이하인 먼지로, 지름 10㎛인 미세먼지보다 입자가 작다. 기도에서 걸러내지 못하는 만큼 심장질환과 호흡기 질병을 일으킨다. WHO는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한국 정부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75㎍/㎥ 이상이면 ‘매우 나쁨’ 등급으로 정하고 사람들에게 실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권한다.
심은지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summit@hankyung.com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가 왔다. 북반구에선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심해진다. 겨울철 난방 수요가 늘면서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태풍, 소나기 등이 빈번한 여름철과 달리 겨울엔 대기가 정체되면서 오염물질이 쌓이는 탓도 크다. 이외에 지역과 기상 여건, 산업, 문화 등 대기 질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양하다.
항공기까지 우회한 뉴델리
인도의 수도 뉴델리는 ‘세계에서 가장 대기 오염이 심한 도시’다. 특히 지난 10월25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흘간은 ‘최장’ ‘최악’의 공기 질을 나타냈다. 이 기간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509㎍/㎥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수준 10㎍/㎥의 50배를 넘었다. 뉴델리 일부 지역은 1000㎍/㎥를 일시적으로 넘기도 했다. 모든 학교엔 휴교령이 떨어졌고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서는 37편의 항공기가 우회했다.
글로벌 미세먼지 데이터 분석업체 에어비주얼의 집계를 보면 뉴델리는 불명예를 얻을 만하다. 작년 연평균 농도가 높은 도시 10위 가운데 7곳이 모두 뉴델리 인근이다. 1위 인도 구르가온은 뉴델리의 남쪽에, 2위 가지아바드(135.2㎍/㎥)는 뉴델리의 북쪽에 접해 있다. 5위 비와디(125.4㎍/㎥)는 뉴델리와 차로 1시간30분 거리고, 6위 노이다(123.6㎍/㎥)는 뉴델리 동쪽에 있다. 뉴델리는 113.5㎍/㎥로 11위에 올랐다.
뉴델리의 대기오염 주범은 인근 공장,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배출물이다. 겨울철엔 뉴델리 주변 지역의 농부들이 수확이 끝난 들녘을 태우기 때문에 공기 질이 급격히 나빠진다. 매년 10~11월 열리는 디왈리 축제도 뉴델리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꼽힌다. 축제 기간 내내 폭죽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산맥의 영향도 크다. 동서로 뻗어 있는 히말라야산맥이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 뉴델리로 넘어오는 것을 막아서다. 새 공기가 유입되지 않으면 오염된 공기가 대기에 정체된다. 국가별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따지면 인도가 3위(72.5㎍/㎥)이고 1, 2위는 각각 방글라데시(97.1㎍/㎥)와 파키스탄(74.3㎍/㎥)이다. 모두 히말라야산맥 남쪽에 있는 국가들이다.
히말라야산맥이 뻗은 방향으로 오염물질이 이동하는 만큼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은 오염원을 두고 싸우고 있다. 각국 정부는 국경 지대에 석탄발전소를 짓고, 농민들이 쓰레기를 무단 소각해도 통제하지 않는다.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지역을 두고 군사적 긴장 관계인 만큼 대기오염 부문에 대한 협력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 환경 규제 느슨해지나 우려
중국은 인도만큼 미세먼지로 악명이 높은 국가다. 초미세먼지 고농도 상위 100개 도시 중 57곳이 중국이다. 인도(33곳)보다 더 많다. 하지만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들어선 2013년부터 강력한 환경보호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 인도와는 다르다.
2013년 9월 중국 국무원은 전국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해 ‘대기오염 방지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설정한 대기 질 기준을 지키지 못한 지역에 벌금과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공장설비 폐쇄 등의 엄한 처벌도 가능하다. 2013~2017년 진행된 이 계획에는 중앙정부와 지방 성·시·자치구가 달성해야 할 구체적인 미세먼지 감축 목표가 담겨 있다. 대부분 목표대로 성과(15~25% 미세먼지 감축)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중국에선 다시 스모그 우려가 커졌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자 중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느슨하게 풀어주고 있어서다.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 북부 지역은 지난달 15일부터 중앙난방을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환경보다 경제성장에 더 관심을 두면서 그동안 다소 개선됐던 공기 질이 다시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골머리
동남아는 인도네시아발(發) 연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에서 15번째로 큰 인도네시아에선 매년 밀림을 불법적으로 태워 개간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때 발생하는 연기를 연무(헤이즈)라고 부른다. 연무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으로 퍼져 주변국의 원망을 사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밀림 개간 작업이 제지, 팜유 등 주요 산업과 연관됐기 때문에 제재를 꺼려왔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주요국이 2014년 ‘초국적 연무오염 협정’(헤이즈협정)을 맺으면서 이런 상황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 협정에는 동남아 국가들이 토지와 산림 화재를 예방·감시하고 국경을 초월해 협력하겠다는 합의가 담겼다. 싱가포르는 해외에서 연무를 일으켜 싱가포르에 영향을 끼친 기업에 형사상 책임을 무는 ‘연무법’도 제정했다.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1㎛=100만분의 1m) 이하인 먼지로, 지름 10㎛인 미세먼지보다 입자가 작다. 기도에서 걸러내지 못하는 만큼 심장질환과 호흡기 질병을 일으킨다. WHO는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한국 정부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75㎍/㎥ 이상이면 ‘매우 나쁨’ 등급으로 정하고 사람들에게 실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권한다.
심은지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