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법원이 글로벌 정유기업 로열더치셸에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에 의해 탄소배출 감축 압박이 이뤄진 것은 최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2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이 로열더치셸에 대해 기후변화에 부분적 책임을 인정하고,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것을 명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미 정부와 투자자들로부터 강화된 탄소배출 기준을 압박받고 있는 정유회사에 최초의 판결이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이 소송은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네덜란드 지부 등 7개 환경단체와 1만7300명의 네덜란드인이 제기했다. 이들은 로열더치셸이 2019년 배출량 기준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2035년까지 30%가 아닌 2030년까지 45%로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법원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로열더치셸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할 수 있다.

로열더치셸 측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은 다른 서방 국가, 특히 유럽에서 선례를 남길 수 있어 석유회사들이 탄소배출에 관해 새로운 법적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판결은 탄소배출 감축안이 어떻게 충족돼야 하는지, 또는 판결을 감시하거나 집행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헤이그에 본사를 둔 로열더치셸은 자사 제품으로 인한 '순 탄소발자국(Net Carbon Footprint)'을 2035년까지 30% 줄이고 2050년까지는 65% 감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