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원유 증산 문제를 놓고 다른 산유국들과 팽팽하게 맞서는 이유는 앞으로 다가올 탈석유 시대에 대비하려는 목적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UAE가 원유 수요가 늘어나고 가격도 높아진 지금 최대한 많은 원유를 팔기 원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탈석유 시대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UAE는 가장 선도적으로 탈석유 시대에 대비하는 산유국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아랍 국가 중에서는 최초로 화성탐사선 ‘아말’을 발사했고 관광 등 타 산업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 때문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 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구성원 중 UAE는 최근 강경하게 독자 행보를 고수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다른 산유국들은 다음달부터 월 40만배럴씩 증산하고 내년 말까지 이를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UAE는 증산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유지 기간이 과도하다며 반발했다. UAE는 자국의 원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면 협상에 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OPEC+는 증산 여부 결정을 무기한 미룬 상황이다.

UAE에는 원유 980억배럴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루 500만배럴씩 생산해도 50년은 지나야 고갈되는 양이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부터 원유 수요 증가 추세가 정체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IEA의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UAE는 지금부터 원유를 원하는 양만큼 생산·수출해야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OPEC+의 분위기를 따른다면 UAE는 원유 생산량을 현재보다 18% 감축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UAE의 OPEC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5일 장중 배럴당 77달러를 돌파했던 북해산 브렌트유 8월물은 6일부터 이틀간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8월물도 이틀 연속 떨어지며 7일에는 전날보다 1.6% 하락한 배럴당 72.2달러로 마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