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클린룸 기술, 석탄발전소에 적용…미세먼지 99%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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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연구원·두산중공업
'정전습분제거' 장치 개발
원심분리·관성충돌 단계 거친
오염물질을 전기식으로 없애
'정전습분제거' 장치 개발
원심분리·관성충돌 단계 거친
오염물질을 전기식으로 없애
입자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초미세먼지. 질소나 황산화물 가스 상태로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암모니아 등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유엔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는 뇌졸중, 심근경색, 각종 폐질환을 일으켜 세계적으로 연간 약 700만 명의 사망자를 유발하고 있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발생원(源)의 58%는 공장과 발전소다. 철도, 선박, 중장비 등이 16%, 도로 위 차량이 12%를 차지한다.
최근 공공연구소와 기업들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술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중국발 미세먼지’ 외에 국내 미세먼지 발생원을 최소화하려는 고육지책이다. 흔들고 밀고…마지막엔 전기로
한국기계연구원은 두산중공업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 배출 미세먼지를 99% 이상 없애는 ‘정전습분제거(EME)’ 장치를 개발했다. 화력발전소 굴뚝 가장 끝부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당 0.5㎎ 이하로 제거하는 기술이다. 오염물질 입자에 전기를 걸고, 특수하게 설계한 전극 한쪽으로 몰아 처리한다. 반도체 공장 클린룸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할 때와 원리가 같다.
국내 화력발전소 주력인 500㎿급 발전소는 배기가스 ㎥당 미세먼지 약 1만7000㎎을 배출한다. 현재 쓰고 있는 건식전기집진기와 탈황장치(FGD)를 거치면 5㎎ 선까지 줄어든다. 이 이하로는 불가능하다. 기계식 제거기술에 국한된 탈황장치의 한계다.
탈황장치는 오염물질 입자를 강하게 회전시키거나 구불구불한 파이프에 빠르게 분사해 떨궈내는 ‘원심분리’ 또는 ‘관성충돌’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전기식 제거 기술을 더한 EME는 탈황장치를 빠져나온 5㎎짜리 미세먼지를 10분의 1인 0.5㎎까지 줄일 수 있다.
500㎿급 석탄화력발전은 시간당 200t의 석탄을 쓰고, 시간당 배기가스(CMH) 160~170만㎥를 배출한다. 기계연은 시험시설에서 EME 장치 성능 검증을 마쳤다. 7만5000CMH까지 상황을 가정해서다. 통상적인 반도체 클린룸 오염물질 배출량 150CMH보다 500배 큰 규모다. 실제 발전소 환경을 감안한 실험도 앞두고 있다. EME는 내년 한국전력 발전자회사인 남부발전 하동화력발전소에 설치될 예정이다.
기계연과 두산중공업은 4년여 전부터 EME를 함께 개발했다. 19년 전 함께 상용화한 건식전기집진기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전력연구원은 한전 산하 모든 발전자회사(5곳)에 EME 장치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ME 장치 개발 주역인 김용진 기계연 환경시스템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논문과 특허로 끝나는 연구가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실제 쓰이는 성과를 얻는 것이 연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이라며 “발전소뿐 아니라 제철소, 화학공장 등에도 적용돼 국내 미세먼지 저감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세 물방울 극초미세먼지 포획
질량이 미미한 초미세먼지를 포획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정전 분무식 극초미세먼지 제거기’가 대표적 사례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사이클론’ 집진기에 ‘정전분무’ 기술을 결합했다. 정전분무는 물을 분사할 때 고압의 음전압을 거는 것을 의미한다. 미세 물방울(액적)을 양전하를 띠는 먼지입자와 결합시켜 땅으로 가라앉게 만든다. 최종원 에너지연 책임연구원은 “10㎛ 이상 미세먼지는 원심력과 중력에 의해, 그보다 작은 미세먼지는 정전기적 인력과 이온 응집을 이용해 포획한다”고 설명했다.
실험시설에서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초미세먼지(PM 2.5)는 97%, 극초미세먼지인 PM 1.0은 95% 제거됐다고 최 연구원은 밝혔다. 다만 배기가스를 1500CMH로 설정하고 진행한 실험이라 아직 상용화를 예단하긴 이르다. 에너지연은 발전소와 제철소, 석유화학 공정에 이 기술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지 실증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수학 활용한 설계로 미세먼지 제거
2015년 설립된 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올스웰은 수학의 힘으로 독창적인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확보했다. 오염물질에 물을 분사한 뒤 깔때기 구조(벤추리)로 통과시키면서 공기 속도와 압력을 제어해 미세먼지를 없애는 기술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열, 질량 균형 등의 요소를 열역학과 유체역학적으로 고려해 제거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학적 설계를 했다”고 설명했다.
제철소 비산먼지 저감장치에도 수학 선형대수 기법인 ‘벡터’를 적용했다. 강판과 롤의 이동속도에 따라 발생하는 철 분진의 방향, 강판 주변의 공기 속도 등을 변수로 설정한 뒤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어 미세먼지를 가장 잘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도출했다.
이 업체는 현재 동부제철, 르노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중국 바오스틸, 안스틸 등에 수출도 성사시켰다. 매출 가운데 85%가 수출이다. 공장 발전소 등이 아닌 대규모 일상 공간에서 쓸 수 있는 공기청정 시스템도 공급하고 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 지난 8월 설치하고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까지 신용보증기금 등으로부터 23억여원의 투자를 받았다. 창업진흥원,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지원도 받고 있는 올스웰은 2021년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최근 공공연구소와 기업들은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술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중국발 미세먼지’ 외에 국내 미세먼지 발생원을 최소화하려는 고육지책이다. 흔들고 밀고…마지막엔 전기로
한국기계연구원은 두산중공업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 배출 미세먼지를 99% 이상 없애는 ‘정전습분제거(EME)’ 장치를 개발했다. 화력발전소 굴뚝 가장 끝부분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당 0.5㎎ 이하로 제거하는 기술이다. 오염물질 입자에 전기를 걸고, 특수하게 설계한 전극 한쪽으로 몰아 처리한다. 반도체 공장 클린룸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할 때와 원리가 같다.
국내 화력발전소 주력인 500㎿급 발전소는 배기가스 ㎥당 미세먼지 약 1만7000㎎을 배출한다. 현재 쓰고 있는 건식전기집진기와 탈황장치(FGD)를 거치면 5㎎ 선까지 줄어든다. 이 이하로는 불가능하다. 기계식 제거기술에 국한된 탈황장치의 한계다.
탈황장치는 오염물질 입자를 강하게 회전시키거나 구불구불한 파이프에 빠르게 분사해 떨궈내는 ‘원심분리’ 또는 ‘관성충돌’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전기식 제거 기술을 더한 EME는 탈황장치를 빠져나온 5㎎짜리 미세먼지를 10분의 1인 0.5㎎까지 줄일 수 있다.
500㎿급 석탄화력발전은 시간당 200t의 석탄을 쓰고, 시간당 배기가스(CMH) 160~170만㎥를 배출한다. 기계연은 시험시설에서 EME 장치 성능 검증을 마쳤다. 7만5000CMH까지 상황을 가정해서다. 통상적인 반도체 클린룸 오염물질 배출량 150CMH보다 500배 큰 규모다. 실제 발전소 환경을 감안한 실험도 앞두고 있다. EME는 내년 한국전력 발전자회사인 남부발전 하동화력발전소에 설치될 예정이다.
기계연과 두산중공업은 4년여 전부터 EME를 함께 개발했다. 19년 전 함께 상용화한 건식전기집진기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다. 전력연구원은 한전 산하 모든 발전자회사(5곳)에 EME 장치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ME 장치 개발 주역인 김용진 기계연 환경시스템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논문과 특허로 끝나는 연구가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실제 쓰이는 성과를 얻는 것이 연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이라며 “발전소뿐 아니라 제철소, 화학공장 등에도 적용돼 국내 미세먼지 저감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세 물방울 극초미세먼지 포획
질량이 미미한 초미세먼지를 포획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정전 분무식 극초미세먼지 제거기’가 대표적 사례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사이클론’ 집진기에 ‘정전분무’ 기술을 결합했다. 정전분무는 물을 분사할 때 고압의 음전압을 거는 것을 의미한다. 미세 물방울(액적)을 양전하를 띠는 먼지입자와 결합시켜 땅으로 가라앉게 만든다. 최종원 에너지연 책임연구원은 “10㎛ 이상 미세먼지는 원심력과 중력에 의해, 그보다 작은 미세먼지는 정전기적 인력과 이온 응집을 이용해 포획한다”고 설명했다.
실험시설에서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초미세먼지(PM 2.5)는 97%, 극초미세먼지인 PM 1.0은 95% 제거됐다고 최 연구원은 밝혔다. 다만 배기가스를 1500CMH로 설정하고 진행한 실험이라 아직 상용화를 예단하긴 이르다. 에너지연은 발전소와 제철소, 석유화학 공정에 이 기술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지 실증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수학 활용한 설계로 미세먼지 제거
2015년 설립된 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올스웰은 수학의 힘으로 독창적인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확보했다. 오염물질에 물을 분사한 뒤 깔때기 구조(벤추리)로 통과시키면서 공기 속도와 압력을 제어해 미세먼지를 없애는 기술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열, 질량 균형 등의 요소를 열역학과 유체역학적으로 고려해 제거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학적 설계를 했다”고 설명했다.
제철소 비산먼지 저감장치에도 수학 선형대수 기법인 ‘벡터’를 적용했다. 강판과 롤의 이동속도에 따라 발생하는 철 분진의 방향, 강판 주변의 공기 속도 등을 변수로 설정한 뒤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어 미세먼지를 가장 잘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도출했다.
이 업체는 현재 동부제철, 르노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중국 바오스틸, 안스틸 등에 수출도 성사시켰다. 매출 가운데 85%가 수출이다. 공장 발전소 등이 아닌 대규모 일상 공간에서 쓸 수 있는 공기청정 시스템도 공급하고 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체육관에 지난 8월 설치하고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까지 신용보증기금 등으로부터 23억여원의 투자를 받았다. 창업진흥원,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지원도 받고 있는 올스웰은 2021년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