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핵폐기물' 재활용, 100% 수입하던 소재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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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 사이언스
수명 다한 폐활성탄·붕산 가열
피폭 막아주는 탄화붕소 생산
처리비 감소·수입대체 '1석2조'
원자력연구원, 특허 4건 출원
"상용화 땐 3천억 경제적 가치"
수명 다한 폐활성탄·붕산 가열
피폭 막아주는 탄화붕소 생산
처리비 감소·수입대체 '1석2조'
원자력연구원, 특허 4건 출원
"상용화 땐 3천억 경제적 가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뿐 아니라 병원, 공장, 연구기관 등에서도 배출된다. 일반 폐기물처럼 함부로 버릴 수 없기 때문에 200㎏ 드럼 안에 밀봉해 경북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으로 보낸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근로자들이 입었던 작업복, 장갑 등을 말한다. 원자로 가동 과정에서 사용하는 활성탄 등 각종 소재, 교체된 금속류 부품 등도 포함한다. 지난달 기준 고리, 한빛, 월성, 한울, 새울 원전 다섯 곳에 이런 중저준위 폐기물을 담은 200㎏ 드럼 9만559대가 보관돼 있다.
이 드럼 한 대를 처리하는 데 약 1519만원이 든다. 땅속에 묻는 순수 매몰비용이다. 운송비, 지방세 등은 별도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재처리해 유용한 소재인 ‘탄화붕소’로 바꾸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16일 발표했다. 드럼에 넣어 그대로 묻어 버리는 폐활성탄과 붕산 건조분말을 활용해 이 같은 성과를 냈다.
현재 경수형 원자로는 운전 중 나오는 탄소 불순물을 잡는 소재로 활성탄을 쓴다. 수명이 다한 활성탄(폐활성탄)은 저준위 폐기물로 분류한다. 총 9만여 대 드럼 중 폐활성탄을 담은 것이 5000여 대 정도다.
원자로 내 중성자의 속도를 줄이는 감속재 중 하나로 붕소를 쓴다. 붕소는 중성자의 속도를 줄여 우라늄 핵분열 반응을 적절하게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붕소 역시 시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하는데, 액체 상태로 두기엔 위험하기 때문에 고체 분말로 만들어 저장한다. 이는 2만여 대 드럼에 보관돼 있다.
원자력연 연구팀은 활성탄이 마이크로웨이브(파장 1㎜~1m 전자기파)를 흡수하면 열을 방출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실험을 거듭했다. 폐활성탄과 붕산폐액 건조분말을 함께 넣고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장치로 1500도 이상 가열하면 탄소와 붕소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이 날아가고 탄화붕소만 남는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탄화붕소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안정화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중성자 흡수체’라고도 한다. 흔히 폐연료봉으로 불리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꺼낸 뒤에도 오랜 기간 방사성 물질을 뿜어낸다. 꺼낼 때 는 물론이고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로 옮기는 동안에도 계속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중성자 흡수체가 그 역할을 한다.
중성자 흡수체는 그동안 볼텍, 보랄 등 해외 업체로부터 전량 수입했다. 폐연료봉 20여 개를 담는 저장용기 한 개에 중성자 흡수체를 넣는 데 최소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대 비용이 들었다. 독과점 기업들이 공급하는 만큼 가격이 들쭉날쭉했다는 게 원자력연의 설명이다.
원자력연은 이번 기술 개발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매몰 문제와 사용후핵연료 이송 과정에서 쓰는 필수 소재인 중성자 흡수체 수입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원자력연은 기술이 상용화되면 최소 3000억~4000억원가량의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폐활성탄과 붕산폐액 건조분말이 저장된 2만5000여 대 드럼 처리비용 절감, 중성자 흡수체 수입대체 효과 등을 감안한 기대치다.
원자력연은 이 기술 관련 특허 4건을 출원했다. 박환서 원자력연 고방사성폐기물처리연구실 실장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만들어낸 혁신적인 방사성 폐기물 처리 기술”이라며 “5년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자력연은 향후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 해체 과정에서도 이 기술을 활용할 방침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중저준위 폐기물은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근로자들이 입었던 작업복, 장갑 등을 말한다. 원자로 가동 과정에서 사용하는 활성탄 등 각종 소재, 교체된 금속류 부품 등도 포함한다. 지난달 기준 고리, 한빛, 월성, 한울, 새울 원전 다섯 곳에 이런 중저준위 폐기물을 담은 200㎏ 드럼 9만559대가 보관돼 있다.
이 드럼 한 대를 처리하는 데 약 1519만원이 든다. 땅속에 묻는 순수 매몰비용이다. 운송비, 지방세 등은 별도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재처리해 유용한 소재인 ‘탄화붕소’로 바꾸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16일 발표했다. 드럼에 넣어 그대로 묻어 버리는 폐활성탄과 붕산 건조분말을 활용해 이 같은 성과를 냈다.
현재 경수형 원자로는 운전 중 나오는 탄소 불순물을 잡는 소재로 활성탄을 쓴다. 수명이 다한 활성탄(폐활성탄)은 저준위 폐기물로 분류한다. 총 9만여 대 드럼 중 폐활성탄을 담은 것이 5000여 대 정도다.
원자로 내 중성자의 속도를 줄이는 감속재 중 하나로 붕소를 쓴다. 붕소는 중성자의 속도를 줄여 우라늄 핵분열 반응을 적절하게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붕소 역시 시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하는데, 액체 상태로 두기엔 위험하기 때문에 고체 분말로 만들어 저장한다. 이는 2만여 대 드럼에 보관돼 있다.
원자력연 연구팀은 활성탄이 마이크로웨이브(파장 1㎜~1m 전자기파)를 흡수하면 열을 방출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실험을 거듭했다. 폐활성탄과 붕산폐액 건조분말을 함께 넣고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장치로 1500도 이상 가열하면 탄소와 붕소를 제외한 방사성 물질이 날아가고 탄화붕소만 남는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탄화붕소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안정화에 사용되는 물질이다. ‘중성자 흡수체’라고도 한다. 흔히 폐연료봉으로 불리는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꺼낸 뒤에도 오랜 기간 방사성 물질을 뿜어낸다. 꺼낼 때 는 물론이고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로 옮기는 동안에도 계속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중성자 흡수체가 그 역할을 한다.
중성자 흡수체는 그동안 볼텍, 보랄 등 해외 업체로부터 전량 수입했다. 폐연료봉 20여 개를 담는 저장용기 한 개에 중성자 흡수체를 넣는 데 최소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대 비용이 들었다. 독과점 기업들이 공급하는 만큼 가격이 들쭉날쭉했다는 게 원자력연의 설명이다.
원자력연은 이번 기술 개발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매몰 문제와 사용후핵연료 이송 과정에서 쓰는 필수 소재인 중성자 흡수체 수입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원자력연은 기술이 상용화되면 최소 3000억~4000억원가량의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폐활성탄과 붕산폐액 건조분말이 저장된 2만5000여 대 드럼 처리비용 절감, 중성자 흡수체 수입대체 효과 등을 감안한 기대치다.
원자력연은 이 기술 관련 특허 4건을 출원했다. 박환서 원자력연 고방사성폐기물처리연구실 실장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만들어낸 혁신적인 방사성 폐기물 처리 기술”이라며 “5년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자력연은 향후 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 해체 과정에서도 이 기술을 활용할 방침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