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 달항아리, 그림·사진·도예로 진화…미술시장 테마주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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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콘텐츠로 각광받는 조선시대 도자기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는 생전에 “내가 조형미에 눈뜬 것은 도자기에서 비롯됐다”고 할 정도로 조선 시대 백자 달항아리에 심취했다. 1940년대 처음 달항아리를 소재로 다룬 ‘섬 스케치’를 비롯해 ‘항아리와 여인들’(1951), ‘항아리’(1957), ‘항아리와 매화가지’(1958) 등 명작을 쏟아내며 백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그가 1954년에 그린 득의작(得意作) ‘항아리와 시’는 지난해 3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2900만홍콩달러(약 39억3000만원)에 팔려 달항아리를 소재로 다룬 그림으로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백자 달항아리가 미술시장에서 새로운 ‘테마주’로 뜨고 있다. 최근 왕실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는 도자기는 물론 이를 소재로 다룬 그림, 사진, 디자인 작품이 미술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달항아리를 재현한 작가들의 해외시장 공략도 이어지고 있다. 달항아리가 미술콘텐츠로 다채롭게 변주되며 침체된 시장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8억~12억원대 김환기의 ‘항아리’
서울옥션은 오는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여는 제152회 경매에 백자 달항아리와 관련 그림을 전략 상품으로 전면에 배치했다.
김환기가 1958년에 그린 ‘항아리’는 추정가 8억~12억원에 내놓았다. 전체 화면을 푸른색으로 처리해 백자 항아리를 돋보이게 구성했다. 높이 45.5㎝의 백자대호는 풍만하고 꾸밈없는 형태와 담백한 유백색의 피부가 인상적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주로 왕실 행사에서 사용됐고 현존하는 수도 많지 않아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는 비슷한 외관의 백자대호가 25억원에 낙찰됐다. 호를 도천(陶泉, 도자기의 샘)이라 지을 정도로 백자 항아리를 사랑한 도상봉의 ‘꽃’은 백자에 꽂힌 붉고 푸른색의 꽃들과 하얀 꽃이 어우러져 장식성이 돋보인다. 추정가는 6000만~9000만원이다. 사진작가 구본창의 ‘달항아리’(1000만~3500만원), 유산 민경갑(1933~2018)의 ‘철쭉(150만~400만원)도 경매에 오른다. 달항아리를 2018년 평창올림픽 개회식 성화대로 제작해 이름을 날린 도예가 권대섭 씨는 오는 10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 대작을 출품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경매에서도 그의 작품이 2만5000파운드(약 3600만원)까지 치솟아 시선을 끌었다.
사진작가 구본창 씨, 마드리드 진출
백자 달항아리를 테마로 한 작가들의 국내외 전시회도 줄을 잇고 있다.
구본창 씨는 다음달 27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 아이보리프레스갤러리에서 ‘청화백자’ 연작 20여 점을 걸어 조선시대 도자미학을 집중 조명한다.
이어 오는 11월에는 도쿄로 건너가 젠포토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도예가 강민수 씨는 뉴욕 티나킴갤러리의 전격 초대를 받아 오는 30일까지 근작 13점을 전시한다. 강씨는 한국 도예의 우수성을 내보여 뉴요커들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도판 위에 부조 형태로 달항아리를 재현하는 오만철 씨는 오는 10월 런던의 한 컬렉션갤러리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펼친다. 회백색으로 달항아리를 재현한 최영욱(노화랑), 극사실주의 대가 고영훈(가나아트센터), 중견 여성 화가 정현숙 씨(한국미술센터)도 개인전을 열거나 준비 중이다. 다보성갤러리는 ‘한국의 미 특별전’에 조선 백자도자기 50여 점을 내놓았다. 조선 시대 도공들의 파격적 예술혼을 엿볼 수 있어 주목된다.
기 소르망도 격찬한 달항아리
조선 후기에 등장한 달항아리는 국보 네 점, 보물 세 점을 포함해 국내외에 20여 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자 특유의 단순미와 고졸미(古拙美)가 서양 미니멀리즘적 요소와 맞닿아 인기를 끈다. 푸근함에 깔끔하고 옹골진 면도 겸비해 미술사학자 최순우 씨는 “잘생긴 맏며느리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도 “달항아리는 어떤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미적·기술적 결정체”라고 격찬했다.
달항아리에서 창작 아이디어를 얻어 자신만의 예술로 이끌어내는 작가들은 200여 명에 달한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달항아리만큼 현대적으로 다채롭게 변주되는 문화재도 드물다”며 “단순함, 겸손함, 검소함의 철학과 실용성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현대 예술가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백자 달항아리가 미술시장에서 새로운 ‘테마주’로 뜨고 있다. 최근 왕실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는 도자기는 물론 이를 소재로 다룬 그림, 사진, 디자인 작품이 미술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달항아리를 재현한 작가들의 해외시장 공략도 이어지고 있다. 달항아리가 미술콘텐츠로 다채롭게 변주되며 침체된 시장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8억~12억원대 김환기의 ‘항아리’
서울옥션은 오는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여는 제152회 경매에 백자 달항아리와 관련 그림을 전략 상품으로 전면에 배치했다.
김환기가 1958년에 그린 ‘항아리’는 추정가 8억~12억원에 내놓았다. 전체 화면을 푸른색으로 처리해 백자 항아리를 돋보이게 구성했다. 높이 45.5㎝의 백자대호는 풍만하고 꾸밈없는 형태와 담백한 유백색의 피부가 인상적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주로 왕실 행사에서 사용됐고 현존하는 수도 많지 않아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는 비슷한 외관의 백자대호가 25억원에 낙찰됐다. 호를 도천(陶泉, 도자기의 샘)이라 지을 정도로 백자 항아리를 사랑한 도상봉의 ‘꽃’은 백자에 꽂힌 붉고 푸른색의 꽃들과 하얀 꽃이 어우러져 장식성이 돋보인다. 추정가는 6000만~9000만원이다. 사진작가 구본창의 ‘달항아리’(1000만~3500만원), 유산 민경갑(1933~2018)의 ‘철쭉(150만~400만원)도 경매에 오른다. 달항아리를 2018년 평창올림픽 개회식 성화대로 제작해 이름을 날린 도예가 권대섭 씨는 오는 10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 대작을 출품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경매에서도 그의 작품이 2만5000파운드(약 3600만원)까지 치솟아 시선을 끌었다.
사진작가 구본창 씨, 마드리드 진출
백자 달항아리를 테마로 한 작가들의 국내외 전시회도 줄을 잇고 있다.
구본창 씨는 다음달 27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 아이보리프레스갤러리에서 ‘청화백자’ 연작 20여 점을 걸어 조선시대 도자미학을 집중 조명한다.
이어 오는 11월에는 도쿄로 건너가 젠포토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도예가 강민수 씨는 뉴욕 티나킴갤러리의 전격 초대를 받아 오는 30일까지 근작 13점을 전시한다. 강씨는 한국 도예의 우수성을 내보여 뉴요커들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도판 위에 부조 형태로 달항아리를 재현하는 오만철 씨는 오는 10월 런던의 한 컬렉션갤러리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펼친다. 회백색으로 달항아리를 재현한 최영욱(노화랑), 극사실주의 대가 고영훈(가나아트센터), 중견 여성 화가 정현숙 씨(한국미술센터)도 개인전을 열거나 준비 중이다. 다보성갤러리는 ‘한국의 미 특별전’에 조선 백자도자기 50여 점을 내놓았다. 조선 시대 도공들의 파격적 예술혼을 엿볼 수 있어 주목된다.
기 소르망도 격찬한 달항아리
조선 후기에 등장한 달항아리는 국보 네 점, 보물 세 점을 포함해 국내외에 20여 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자 특유의 단순미와 고졸미(古拙美)가 서양 미니멀리즘적 요소와 맞닿아 인기를 끈다. 푸근함에 깔끔하고 옹골진 면도 겸비해 미술사학자 최순우 씨는 “잘생긴 맏며느리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프랑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도 “달항아리는 어떤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미적·기술적 결정체”라고 격찬했다.
달항아리에서 창작 아이디어를 얻어 자신만의 예술로 이끌어내는 작가들은 200여 명에 달한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달항아리만큼 현대적으로 다채롭게 변주되는 문화재도 드물다”며 “단순함, 겸손함, 검소함의 철학과 실용성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현대 예술가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