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설치작가 양혜규…스웨덴의 에릭슨 …미술관·화랑 가을시즌 맞아 국내외 유명작가 초대전·개인전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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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즐기는 공연·전시
경기 침체로 움츠러든 미술관과 화랑이 가을 시즌을 맞아 모처럼 북적인다. 단색화 열풍이 다소 주춤하면서 그동안 전시를 미뤘던 국내 추상·구상작가 초대전, 해외 유명 작가들의 개인전이 다양하게 열린다.
주요 화랑과 미술관들은 세계적인 설치 작가 양혜규 씨를 비롯해 작고작가 박생광과 신성희, 류민자, 바바라 크루거, 안드레아스 에릭슨, 이미 크뢰벨, 라이자 루 등 국내외 인기 작가 50여 명을 선발해 가을시즌 라인업을 꾸렸다. 유명 화가들의 개인전은 물론 사진과 건축, 디자인 분야까지 전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작품을 관람하면서 참신한 미적 경험을 얻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다.
신성희, 양혜규, 류민자 등 50명 라인업
주요 화랑은 예술성이 높고 투자 가치도 겸비한 작가들로 진용을 짰다. 현대화랑은 ‘매듭 페인팅’이라고 부르는 독창적 작품 활동으로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한 신성희 화백의 작고 10주년을 추모하는 전시회를 지난 24일 개막했다. 신씨는 30여 년간 파리에 머물며 평면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업으로 프랑스에선 ‘마티에르 작가’로 통했다. 화려한 색깔로 단장된 캔버스를 1~2㎝의 가는 끈이 되도록 길게 잘라낸 다음 그 조각들을 아이들이 딱지를 엮듯 씨줄과 날줄로 다시 결합한 작업 30여 점이 관람객을 반긴다.
국제갤러리는 세계적인 설치작가 양혜규를 초대했다.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하는 양씨는 공산품과 일상용품을 활용해 사적인 공간을 설치미술 형태로 형상화해 왔다. 전시회 주제는 가수 민해경의 노래 제목 ‘서기 2000년’에서 힌트를 얻은 ‘서기 2000년이 오면’으로 잡고, 일상 소재를 활용해 사회·문화적 현상을 시각화한 다양한 작업을 내보인다. 가나아트갤러리는 다음달 2~27일 한국 현대미술 1세대 서양화가 하인두의 30주기 기념으로 부인 류민자의 개인전을 연다. 류씨는 한지와 캔버스, 전통 채색과 아크릴을 오가며 한국화와 서양화의 고정관념을 깨고 ‘경계 뛰어넘기’를 시도해왔다. 그동안 화폭에 일관되게 묘사해온 산, 나무, 꽃 등 자연을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로 그려낸 작품들을 내보인다.
노화랑(윤병락), 선화랑(박일용), PKM갤러리(코디 최),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씨 킴), 피비갤러리(이동기), 아뜰리에 아키(권기수)도 인지도 있는 작가들을 유치해 관람객 잡기에 나선다.
유망 해외 작가 줄줄이 개인전
일부 화랑은 해외 작가의 국내 작품 판권을 확보하고 전시회를 잇따라 기획했다. 학고재갤러리는 지난 20일부터 소격동본점과 청담점에서 스웨덴 미술가 안드레아스 에릭슨의 아시아 첫 개인전을 시작했다. 에릭슨은 다양한 매체를 수용하며 구상과 추상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스웨덴 메델플라나 인근 시네쿨레산 숲 속에서 마주하는 자연 세계의 다양한 현상을 화면에 담아내 왔다.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등 한국 산을 그린 신작 회화가 단연 돋보인다.
더페이지갤러리는 초현실적 작품 형식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 작가 미샤 칸의 초대전, 리안갤러리는 독일 추상화가 이미 크뢰벨의 작품전, 공근혜갤러리는 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의 ‘팜 스프링스’ 전, 리만머핀 서울은 라이자 루 개인전을 열거나 준비 중이다.
미술관 기획전도 볼거리 풍성
문화의 향기를 맡으며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미술관의 기획전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50년을 맞아 ‘광장’을 주제로 한국미술 100년을 대표하는 회화, 조각, 설치 등 570여 점의 작품을 총망라하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1부(덕수궁)와 2부(과천)는 개관 기념일(10월 20일)에 맞춰 다음달 17일 개막하고, 3부 서울관 전시는 지난 7일 먼저 시작했다. 3부에서는 국내외 작가 12명이 디지털시대 온라인 공간 안팎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시각화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건축과 패션, 디자인의 미학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도 눈길을 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전 ‘집합도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됐다. 도시 구성을 재해석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접할 수 있다. 대림미술관은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작품전을 통해 디자인 예술이 일상과 만나 변주하는 뜻밖의 재미를 선사한다.
환경, 고령화 등 사회적 현상을 미술과 접목한 기획전도 눈길을 끈다. 사비나미술관이 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멸종위기 동물, 예술로 허그(HUG)’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에 초점을 맞춘 기획전이다. 사진작가 고상우와 영상설치 작가 김창겸 등이 점차 사라져가는 동물과 생태계를 은유한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시립미술관이 노화문제를 시각예술로 다룬 ‘에이징 월드’전, 코리아나미술관이 청춘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아우른 ‘아무튼, 젊음’전도 관람객들의 감성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대구미술관은 한국 근대미술의 거장 박생광의 색채미학을 조명하고, 아모레퍼시픽미술관(바바라 크루거), 뮤지엄 그라운드(전광영), 아라리오뮤지엄인스페이스(권오상·김민기) 등도 국내외 작가들의 기발한 작품을 걸어 특유의 미학을 재조명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주요 화랑과 미술관들은 세계적인 설치 작가 양혜규 씨를 비롯해 작고작가 박생광과 신성희, 류민자, 바바라 크루거, 안드레아스 에릭슨, 이미 크뢰벨, 라이자 루 등 국내외 인기 작가 50여 명을 선발해 가을시즌 라인업을 꾸렸다. 유명 화가들의 개인전은 물론 사진과 건축, 디자인 분야까지 전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작품을 관람하면서 참신한 미적 경험을 얻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다.
신성희, 양혜규, 류민자 등 50명 라인업
주요 화랑은 예술성이 높고 투자 가치도 겸비한 작가들로 진용을 짰다. 현대화랑은 ‘매듭 페인팅’이라고 부르는 독창적 작품 활동으로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한 신성희 화백의 작고 10주년을 추모하는 전시회를 지난 24일 개막했다. 신씨는 30여 년간 파리에 머물며 평면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업으로 프랑스에선 ‘마티에르 작가’로 통했다. 화려한 색깔로 단장된 캔버스를 1~2㎝의 가는 끈이 되도록 길게 잘라낸 다음 그 조각들을 아이들이 딱지를 엮듯 씨줄과 날줄로 다시 결합한 작업 30여 점이 관람객을 반긴다.
국제갤러리는 세계적인 설치작가 양혜규를 초대했다.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하는 양씨는 공산품과 일상용품을 활용해 사적인 공간을 설치미술 형태로 형상화해 왔다. 전시회 주제는 가수 민해경의 노래 제목 ‘서기 2000년’에서 힌트를 얻은 ‘서기 2000년이 오면’으로 잡고, 일상 소재를 활용해 사회·문화적 현상을 시각화한 다양한 작업을 내보인다. 가나아트갤러리는 다음달 2~27일 한국 현대미술 1세대 서양화가 하인두의 30주기 기념으로 부인 류민자의 개인전을 연다. 류씨는 한지와 캔버스, 전통 채색과 아크릴을 오가며 한국화와 서양화의 고정관념을 깨고 ‘경계 뛰어넘기’를 시도해왔다. 그동안 화폭에 일관되게 묘사해온 산, 나무, 꽃 등 자연을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로 그려낸 작품들을 내보인다.
노화랑(윤병락), 선화랑(박일용), PKM갤러리(코디 최),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씨 킴), 피비갤러리(이동기), 아뜰리에 아키(권기수)도 인지도 있는 작가들을 유치해 관람객 잡기에 나선다.
유망 해외 작가 줄줄이 개인전
일부 화랑은 해외 작가의 국내 작품 판권을 확보하고 전시회를 잇따라 기획했다. 학고재갤러리는 지난 20일부터 소격동본점과 청담점에서 스웨덴 미술가 안드레아스 에릭슨의 아시아 첫 개인전을 시작했다. 에릭슨은 다양한 매체를 수용하며 구상과 추상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스웨덴 메델플라나 인근 시네쿨레산 숲 속에서 마주하는 자연 세계의 다양한 현상을 화면에 담아내 왔다.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등 한국 산을 그린 신작 회화가 단연 돋보인다.
더페이지갤러리는 초현실적 작품 형식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 작가 미샤 칸의 초대전, 리안갤러리는 독일 추상화가 이미 크뢰벨의 작품전, 공근혜갤러리는 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의 ‘팜 스프링스’ 전, 리만머핀 서울은 라이자 루 개인전을 열거나 준비 중이다.
미술관 기획전도 볼거리 풍성
문화의 향기를 맡으며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미술관의 기획전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50년을 맞아 ‘광장’을 주제로 한국미술 100년을 대표하는 회화, 조각, 설치 등 570여 점의 작품을 총망라하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1부(덕수궁)와 2부(과천)는 개관 기념일(10월 20일)에 맞춰 다음달 17일 개막하고, 3부 서울관 전시는 지난 7일 먼저 시작했다. 3부에서는 국내외 작가 12명이 디지털시대 온라인 공간 안팎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시각화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건축과 패션, 디자인의 미학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회도 눈길을 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전 ‘집합도시’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됐다. 도시 구성을 재해석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접할 수 있다. 대림미술관은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작품전을 통해 디자인 예술이 일상과 만나 변주하는 뜻밖의 재미를 선사한다.
환경, 고령화 등 사회적 현상을 미술과 접목한 기획전도 눈길을 끈다. 사비나미술관이 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멸종위기 동물, 예술로 허그(HUG)’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에 초점을 맞춘 기획전이다. 사진작가 고상우와 영상설치 작가 김창겸 등이 점차 사라져가는 동물과 생태계를 은유한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시립미술관이 노화문제를 시각예술로 다룬 ‘에이징 월드’전, 코리아나미술관이 청춘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아우른 ‘아무튼, 젊음’전도 관람객들의 감성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대구미술관은 한국 근대미술의 거장 박생광의 색채미학을 조명하고, 아모레퍼시픽미술관(바바라 크루거), 뮤지엄 그라운드(전광영), 아라리오뮤지엄인스페이스(권오상·김민기) 등도 국내외 작가들의 기발한 작품을 걸어 특유의 미학을 재조명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