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김환기·이중섭…K아트 전 세계 알린 '미술경매 맏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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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서울옥션
한국 미술시장 이끈 20년
한국 미술시장 이끈 20년
‘한국 미술을 세계로, 미래로.’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올해 창립 21주년을 맞아 내건 슬로건이다. 한국 미술시장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서울옥션은 1998년 설립 이후 지속가능한 경영과 차별화한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 미술 수출과 그림 대중화에 주력해왔다. 그동안 미술품 2만6000여 점(낙찰 총액 9100억원)을 거래하며 국내 경매시장을 이끌었다. 작년에는 낙찰 총액 1286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창립 첫해(18억원)보다 70배가량 규모를 키웠다. 그동안 미술애호가 3만여 명이 생겨났고, 수많은 신기록도 쏟아냈다.
2007년 박수근 ‘빨래터’ 돌풍
서울옥션은 1998년 10월 첫 경매에서 한국적 인상주의 미술의 개척자 오지호의 ‘향원정’을 3500만원에 팔았다. 당시 한국 미술품으로는 경매 최고가였다. 서울옥션이 첫 경매를 시작한 1998년 거래 총액은 20억원이 채 안 됐고 1999년에는 24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듬해 박수근의 ‘집골목’(1억9800만원), 유영국의 ‘산’(1억원), 장욱진의 ‘시골집’(6600만원) 등 대가들의 수작을 줄줄이 경매에 올려 미술 경매시장의 기초를 닦았다. 2001년 4월 서울옥션은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를 경매에 올렸다. OCI 창업주인 이회림 명예회장은 당시 애호가들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7억원을 주고 이 그림을 손에 쥐었다. 점당 2억~4억원 수준이던 박수근과 이중섭의 그림값을 넘어서며 고미술 최고가를 세웠다.
2007년 5월 서울옥션은 꿈틀대던 한국 미술시장에 그야말로 기름을 끼얹는 사건을 일으켰다. 박수근의 20호 크기 ‘빨래터’(37×72㎝)를 경매에 올렸다. 경매 시작가 33억원에 출발한 이 그림은 응찰자들의 치열한 경합으로 순식간에 45억2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한 점에 45억원을 호가하는 그림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들썩였다. 큰손 컬렉터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고, 직장인과 주부도 그림에 투자하며 ‘아트테크’란 신조어가 생겼다. 하지만 박수근에게 ‘국민 화가’와 ‘비싼 화가’의 타이틀을 부여한 ‘빨래터’는 진위 논란에 휩싸이며 법정까지 갔다. 2009년 법원이 ‘진품으로 추정된다’고 판결하면서 이 작품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다.
김환기와 단색화 열풍 선도
2010년대 들어 30~50대 중산층 컬렉터가 등장하고 아파트 주거 문화가 확산되면서 국내 미술시장의 테마주는 추상화로 옮겨갔다. 서울옥션은 발 빠르게 추상화가 이우환의 작품을 전략상품으로 선택했다. 당시 국제시장에서 이 작가의 그림값이 탄력받으며 거래가 활기를 띠었다. 2012년 홍콩 경매에 1977년 이우환의 대작 ‘점’을 올렸다. 국내외 애호가들의 경합 끝에 21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생존 작가의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서울옥션은 이우환의 그림값이 치솟자 2014년부터 김환기의 작품을 경매장 앞자리에 배치했다. 국내 컬렉터와 해외 미술관들이 김환기 작품 수집에 나서 가격 상승 기대도 있었다. 서울옥션의 전략은 적중했다.
2015년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의 1971년작 점화 ‘19-Ⅶ-71 #209’(253×202㎝)는 47억2100만원에 팔려 박수근의 ‘빨래터’가 8년간 지킨 미술 경매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술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김환기 작품에 대한 국내외 미술 애호가의 ‘식탐’은 식을 줄 몰랐고, 그림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며 신기록을 쏟아냈다. 작년 5월에는 김환기의 1972년 작품 붉은색 점화 ‘3-Ⅱ-72 #220’이 85억원(약 6200만홍콩달러)을 부른 응찰자에게 팔리며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김환기의 작품은 국내 미술품 최고가 ‘톱5’도 싹쓸이했다.
서울옥션은 김환기의 단색화 작품에 이어 반추상작품도 경매에 꾸준히 올렸다. 1954년에 그린 득의작(得意作) ‘모닝스타’는 2017년 39억원에 팔려 김환기의 반추상화로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옥션은 김환기에 이어 정상화 박서보 하종현 윤형근의 단색화 작품도 줄줄이 경매에 올렸다. 정상화의 ‘무제’(258.8×193.8㎝·11억3032만원)와 박서보의 ‘묘법’(227.5×182㎝·11억원)을 낙찰시켜 단번에 이들을 ‘10억원 클럽’ 작가 대열에 올려놨다.
서울옥션은 단색화 열기가 다소 주춤해지자 천재화가 이중섭을 조명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작년 3월 이중섭의 대표작 ‘소’는 18억원에 경매를 시작해 치열한 경합 끝에 47억원에 낙찰됐다. 경매 추정가 20억~30억원을 훨씬 뛰어넘은 금액이었다.
해외 미술품 역수출에도 공헌
서울옥션은 해외 미술품의 역수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애호가들이 소장한 초고가 해외 미술품을 홍콩에서 경매에 부쳤다. 작년 10월 홍콩 경매에서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여성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작품 ‘콰란타니아(Quarantania)’를 약 95억원에 팔았다.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113억원에 육박한다. 국내 경매회사가 거래한 조각 중 최고가다. 2008년에는 미국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판화판, 거울, 과일이 담긴 그릇의 정물화’를 100억7000만원에 팔아 눈길을 끌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올해 창립 21주년을 맞아 내건 슬로건이다. 한국 미술시장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서울옥션은 1998년 설립 이후 지속가능한 경영과 차별화한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 미술 수출과 그림 대중화에 주력해왔다. 그동안 미술품 2만6000여 점(낙찰 총액 9100억원)을 거래하며 국내 경매시장을 이끌었다. 작년에는 낙찰 총액 1286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창립 첫해(18억원)보다 70배가량 규모를 키웠다. 그동안 미술애호가 3만여 명이 생겨났고, 수많은 신기록도 쏟아냈다.
2007년 박수근 ‘빨래터’ 돌풍
서울옥션은 1998년 10월 첫 경매에서 한국적 인상주의 미술의 개척자 오지호의 ‘향원정’을 3500만원에 팔았다. 당시 한국 미술품으로는 경매 최고가였다. 서울옥션이 첫 경매를 시작한 1998년 거래 총액은 20억원이 채 안 됐고 1999년에는 24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듬해 박수근의 ‘집골목’(1억9800만원), 유영국의 ‘산’(1억원), 장욱진의 ‘시골집’(6600만원) 등 대가들의 수작을 줄줄이 경매에 올려 미술 경매시장의 기초를 닦았다. 2001년 4월 서울옥션은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를 경매에 올렸다. OCI 창업주인 이회림 명예회장은 당시 애호가들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7억원을 주고 이 그림을 손에 쥐었다. 점당 2억~4억원 수준이던 박수근과 이중섭의 그림값을 넘어서며 고미술 최고가를 세웠다.
2007년 5월 서울옥션은 꿈틀대던 한국 미술시장에 그야말로 기름을 끼얹는 사건을 일으켰다. 박수근의 20호 크기 ‘빨래터’(37×72㎝)를 경매에 올렸다. 경매 시작가 33억원에 출발한 이 그림은 응찰자들의 치열한 경합으로 순식간에 45억2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한 점에 45억원을 호가하는 그림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들썩였다. 큰손 컬렉터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고, 직장인과 주부도 그림에 투자하며 ‘아트테크’란 신조어가 생겼다. 하지만 박수근에게 ‘국민 화가’와 ‘비싼 화가’의 타이틀을 부여한 ‘빨래터’는 진위 논란에 휩싸이며 법정까지 갔다. 2009년 법원이 ‘진품으로 추정된다’고 판결하면서 이 작품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다.
김환기와 단색화 열풍 선도
2010년대 들어 30~50대 중산층 컬렉터가 등장하고 아파트 주거 문화가 확산되면서 국내 미술시장의 테마주는 추상화로 옮겨갔다. 서울옥션은 발 빠르게 추상화가 이우환의 작품을 전략상품으로 선택했다. 당시 국제시장에서 이 작가의 그림값이 탄력받으며 거래가 활기를 띠었다. 2012년 홍콩 경매에 1977년 이우환의 대작 ‘점’을 올렸다. 국내외 애호가들의 경합 끝에 21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생존 작가의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서울옥션은 이우환의 그림값이 치솟자 2014년부터 김환기의 작품을 경매장 앞자리에 배치했다. 국내 컬렉터와 해외 미술관들이 김환기 작품 수집에 나서 가격 상승 기대도 있었다. 서울옥션의 전략은 적중했다.
2015년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의 1971년작 점화 ‘19-Ⅶ-71 #209’(253×202㎝)는 47억2100만원에 팔려 박수근의 ‘빨래터’가 8년간 지킨 미술 경매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술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김환기 작품에 대한 국내외 미술 애호가의 ‘식탐’은 식을 줄 몰랐고, 그림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며 신기록을 쏟아냈다. 작년 5월에는 김환기의 1972년 작품 붉은색 점화 ‘3-Ⅱ-72 #220’이 85억원(약 6200만홍콩달러)을 부른 응찰자에게 팔리며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 김환기의 작품은 국내 미술품 최고가 ‘톱5’도 싹쓸이했다.
서울옥션은 김환기의 단색화 작품에 이어 반추상작품도 경매에 꾸준히 올렸다. 1954년에 그린 득의작(得意作) ‘모닝스타’는 2017년 39억원에 팔려 김환기의 반추상화로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옥션은 김환기에 이어 정상화 박서보 하종현 윤형근의 단색화 작품도 줄줄이 경매에 올렸다. 정상화의 ‘무제’(258.8×193.8㎝·11억3032만원)와 박서보의 ‘묘법’(227.5×182㎝·11억원)을 낙찰시켜 단번에 이들을 ‘10억원 클럽’ 작가 대열에 올려놨다.
서울옥션은 단색화 열기가 다소 주춤해지자 천재화가 이중섭을 조명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작년 3월 이중섭의 대표작 ‘소’는 18억원에 경매를 시작해 치열한 경합 끝에 47억원에 낙찰됐다. 경매 추정가 20억~30억원을 훨씬 뛰어넘은 금액이었다.
해외 미술품 역수출에도 공헌
서울옥션은 해외 미술품의 역수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애호가들이 소장한 초고가 해외 미술품을 홍콩에서 경매에 부쳤다. 작년 10월 홍콩 경매에서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여성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작품 ‘콰란타니아(Quarantania)’를 약 95억원에 팔았다.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113억원에 육박한다. 국내 경매회사가 거래한 조각 중 최고가다. 2008년에는 미국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판화판, 거울, 과일이 담긴 그릇의 정물화’를 100억7000만원에 팔아 눈길을 끌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