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호 태풍 '하이선(HAISHEN)' 영향권에 접어든 일본이 강풍 피해 우려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바람이 초속 80m로 예보되면서 일본 기상 당국이 분주한 모습이다.

4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하이선은 현재 일본 오사카시에서 남쪽으로 약 1450㎞ 떨어진 북위 21.5도 동경 135.6도 해상에 중심이 있으며 시간당 15㎞의 속도로 서북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속도라면 오는 7일 새벽 규슈섬 서쪽인 가고시마 앞바다까지 중심이 이동하고 이후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선은 중심기압 950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 풍속 초속 45m, 순간최대풍속 초속 60m로 일본 기상청 기준 '매우 강한' 상태로 분류되고 있다. 북상하면서 더욱 세력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다.

오는 6일 오전 3시 오키나와 본섬 남동쪽에 있는 다이토 열도를 지날 때는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초속 55m,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80m까지 상승한다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7일 새벽에도 중심 부근 최대 풍속 초속 50m, 순간 최대 풍속 초속 70m로 여전히 강력한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다.

일본 기상청은 오키나와 지방에서 5~6일, 규슈에는 6~7일 폭풍이 몰아치고 바다가 매우 거칠어지며 경보급 호우가 쏟아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일본 당국은 강풍 피해를 특히 우려하고 있다. 대략적인 순간 풍속을 기준으로 초속 50m를 넘으면 건물 외장재가 훼손돼 광범위하게 날리고 주행 중인 트럭이 넘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초속 60m를 넘으면 나무, 전주, 가로등이 쓰러지고 시멘트 블록 벽이 넘어지며 가옥이 무너지거나 심한 경우 철골 구조물이 변형되는 일도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민영 방송 TV 아사히는 초속 80m는 시속 288㎞이며 "신칸센에서 얼굴을 내밀고 바람을 맞는 것과 같은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일부 방송사는 강풍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이 내동댕이쳐지는 장면이나 승용차에서 내린 사람이 창틀을 붙잡고 매달리다시피 한 모습 등 스턴트맨을 활용한 위력 시험 장면을 방영하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당국은 하이선이 전례 없는 피해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특별 경보를 미리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 '마이삭'이 제주를 강타하고 지나간 3일 오전 병원 관계자들이 제주시 연동 한라병원에서 도로로 쓰러진 큰 나무를 치우고 있다. 2020.9.3 [사진=연합뉴스]
태풍 '마이삭'이 제주를 강타하고 지나간 3일 오전 병원 관계자들이 제주시 연동 한라병원에서 도로로 쓰러진 큰 나무를 치우고 있다. 2020.9.3 [사진=연합뉴스]
한편 일본과 인접한 제주도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하이선은 오는 7일 오전 9시께 서귀포 동쪽 약 200㎞ 해상을 지나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주에 근접할 즈음 예상 중심기압은 945hPa(헥토파스칼), 중심최대풍속 초속 45m(시속 162㎞), 강도는 '매우 강'이다.

태풍 영향으로 6일 오후부터 제주에는 초속 10~16m로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어 코로나19 선별진료소, 건설현장, 비닐하우스, 양식장, 농작물 등의 시설물 피해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앞서 하이선과 경로가 비슷한 2012년 볼라벤(8월27일)과 덴빈(8월30일)이 연이어 제주를 강타한 바 있다. 볼라벤과 덴빈 내습으로 한천이 범람해 복개구조물 위 주차장에 서 있던 차량 수십대가 파손되는 등 62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 태풍들을 계기로 하천 범람의 위험성이 각인돼 하이선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