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되나"…여성작가 11인, 팬데믹 부른 문명의 위기를 묻다
“이래도 되나, 이게 맞나~ 이러다 어헐싸 이게 맞나~.”

앳된 얼굴의 국립전통예술중학교 학생들이 구성지게 민요를 부른다. 해사한 표정과 달리 가사는 폐부를 찌른다. 서도민요 ‘사설난봉가’를 개사한 노래를 세 명이 각각 부르는 모습을 줌으로 촬영해 코로나19 시대 청소년들의 질문을 담은 민예은의 ‘이게 맞나’다. “어쩔꼰대 어쩔꼰대~”는 ‘어쩔건데’와 기성세대를 뜻하는 ‘꼰대’를 합친 언어유희다. 기성세대의 책임을 재치 있지만 뼈아프게 묻는다.

서울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가 열고 있는 기획전 ‘레퓨지아’는 여성 작가 11명이 참여한 사운드 아트 프로젝트다. 연령은 20대에서 80대까지, 활동 지역도 한국 독일 프랑스 등으로 모두 다르지만 문제의식은 같다. 지금 겪고 있는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공존을 지향하지 않는 자본주의에 기반한 인간 문명이 불러온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전시 제목은 기후변화기 대부분의 지역에서 멸종된 생물들이 살아있는 작은 지역, 즉 ‘생물들의 피난처’라는 뜻이다.

이번 전시에는 사운드 아트의 ‘전설’들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일렉트로 어쿠스틱 음악의 선구자인 프랑스 작가 엘리안 라디그(89)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1973년작 ‘바이오제네시스(Biogenesis)’는 작가가 자신의 임신 기간 중 녹음한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를 신시사이저로 작업한 작품이다. 제목은 생물이 생물을 만들어낸다는 ‘생물속생설’을 뜻한다. 여성의 임신 과정을 통해 신이 생물을 창조한다는 ‘자연발생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크리스티나 쿠비쉬(73·독일)의 ‘테슬라의 꿈’(사진), 타니아 레온(78·미국)의 ‘수평선’도 사운드 아트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작업으로 꼽힌다.

국내 작가들의 작품도 흥미롭다. 이영주의 애니메이션 ‘검은 눈’은 마셜제도의 원주민이 원자폭탄 실험으로 생겨난 방사능 낙진을 눈으로 착각해 먹었던 모습을 그렸다. 이슬기는 ‘여인의 섬’에서 프랑스 브르타뉴 낭트 지역에서 여인들이 부르던 외설스러운 노래를 소개한다. 양지윤 루프 디렉터는 “사운드 아트가 낯설고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여성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새롭고 즐거운 자극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14일까지.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