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종교가 된 환경주의…'과학의 메스' 들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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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마이클 셸렌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664쪽│2만2000원
마이클 셸렌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664쪽│2만2000원
![[책마을] 종교가 된 환경주의…'과학의 메스' 들이대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4/AA.26205992.1.jpg)
마이클 셸런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부키)은 환경주의의 ‘비과학성’과 이른바 환경주의자들의 ‘위선’을 까발린 책이다. 2008년 타임에 의해 ‘환경 영웅’에 선정됐던 유명 환경운동가라는 저자의 이력에서 쉽게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내용이 담겼다. ‘친환경적’ 정책이 만들어낸 것이 지옥과도 같은 현실이라는 역설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종말은 없다(Apocalypse Never)’는 원제처럼 낭만적 환경운동이 조장했던 멸종에 대한 공포,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기반이 허술한지를 가차 없이 드러낸다.
![[책마을] 종교가 된 환경주의…'과학의 메스' 들이대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4/AA.26205326.1.jpg)
환경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재난도 ‘실상’이라기보다는 ‘허상’에 가깝다고 말한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생산한 산소는 그 지역의 식물과 미생물이 모두 소비하기에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화전민이 줄면서 1998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화재로 소실되는 숲의 면적은 25%나 감소했다.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플라스틱이 분해된 덕에 해수면에 떠 있는 미세 플라스틱 양은 당초 예상치의 100분의 1로 줄었다. 1960년대에 비해 미국의 고기 생산량이 두 배 늘어나는 동안 온실가스 배출은 11% 감소했고, 평균 기온이 올라도 관개시설 개선 등에 힘입어 전 세계 식량 생산은 증가했다.
소위 환경주의자들이 환경을 살리는 ‘정답’에 의도적으로 눈을 감는 경우도 다반사다. 제조업과 도시의 발달은 자원의 효율성과 집약도를 높인 진정한 ‘친환경 처방’이지만 이를 경원시한다. 환경을 지키고 싶다면 자연물이 아니라 인공물을 이용해야 하지만 정반대 길을 걷는다. 맹목적으로 기술의 힘을 반대하고, 원자력처럼 효율이 높은 발전원을 배제하면서 오히려 토지 부족과 식량 가격 상승, 저개발국 빈곤 심화를 조장한다. 저자는 환경주의자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 원자력 외엔 대안이 없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막연한 공포라는 ‘주홍글씨’를 원자력에 씌워왔다고 일갈한다.
본문만 600쪽에 가까운 책 전편에 드러난 환경주의의 민낯은 추악하다. 세상사를 흑백으로 나누려는 시도도 위험하기 그지없다. “과장과 거짓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과학과 사실에 근거하라”는 저자의 당연한 주문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온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