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24팀이 3년을 걸었다…거대 미술관 거듭난 복합단지
도시를 거닐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조형 작품이 불쑥 튀어나올 때가 많다. 대형 건축물을 지을 때 조형물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는 제도에 따라 배치된 공공미술품들이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흉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고 작품을 졸속 설치했거나, 애초에 수준이 떨어지는 작품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이런 문제점도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새로 짓는 대규모 복합단지에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섬세하게 배치해 미술관 못지않은 진용을 갖추는 기업이 늘면서다. 해외에서는 홍콩 빅토리아 하버의 ‘K11 뮤제아(MUSEA)’와 중국 상하이의 판룽 톈디, 국내에서는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달 경기 광명에 개관한 주거·문화복합단지 ‘유플래닛’도 이 목록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만한 ‘공공 미술관’이다.

3년간 예술가 24팀과 협업해 작품 구상·설치

예술가 24팀이 3년을 걸었다…거대 미술관 거듭난 복합단지
유플래닛은 아파트와 업무시설을 비롯해 호텔, 백화점, 미디어 관련 시설 등으로 구성된 6만6000㎡(2만 평) 규모의 초대형 복합단지다.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특화된 ‘아이벡스 스튜디오’, 120m에 달하는 국내 최장 미디어월 등 미디어 및 예술 관련 시설이 강점으로 꼽힌다.

시공사인 태영건설은 이런 특성에 맞춰 공공미술 설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태영건설이 예술가 24팀을 섭외해 작품을 함께 구상하고 건물 곳곳에 설치하는 데 들인 시간은 장장 3년. 태영건설 관계자는 “준공 3년 전인 2018년부터 미술 작품 기획팀을 구성해 준비했다”며 “유플래닛 전체를 큰 전시장이라고 생각하고 각 팀이 새롭게 작품을 만들어 넣었다”고 했다.

예술가 24팀이 3년을 걸었다…거대 미술관 거듭난 복합단지
이 덕분에 복합단지는 일종의 미술관 내지는 조각과 설치 작품이 즐비한 미술관 정원과 같은 느낌을 준다. 예컨대 단지 옥상 정원에 설치된 ‘숲’은 덴마크의 예술가 팀 랜디&카트린의 작품이다. 방문객과 인근 아파트 주민이 산책하는 주요 동선에 가로·세로 각 6m, 높이 7m 규모의 숲 모양 조형물을 배치해 자연이 주는 휴식을 연출했다.

김도훈 태영건설 전무는 “건축물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유플래닛을 통해 예술은 미술관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존재한다는 깨달음을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초대형 미디어월 작품 상영·대형 벽화 ‘주목’

예술가 24팀이 3년을 걸었다…거대 미술관 거듭난 복합단지
유플래닛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외벽에 설치된 120m 길이 미디어월이다. KTX광명역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은 물론 기차를 타고 광명역에 정차한 승객들에게도 보이는 크기와 위치다. 이곳에서는 오용석과 정주영이 유플래닛 건설 현장을 지난 3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촬영한 타임랩스 영상 작품, 이상원의 수채화 애니메이션, 정용국의 수묵 애니메이션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복합단지를 관통하는 중앙 통로에 설치된 115m 길이의 대형 벽화 ‘유니버스’도 눈길을 사로잡는 장관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그래픽 아티스트 그라플렉스(본명 신동진)의 작품으로, 통통 튀는 원색의 이미지가 인근 상가 시설까지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유타워 4층 라운지에서는 유플래닛 개관을 기념한 특별전 ‘아트 이즈 올 어라운드 유’가 열리고 있다. 유플래닛 내에 설치된 24개의 공공미술 작품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전시다. 예술가들의 작업 과정, 5분의 1 크기로 만든 각 작품 모형, 작품 해설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오전 11시에서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월요일은 휴관한다.

11월 한 달 동안에는 ‘스타 전시해설가’로 이름 높은 김찬용과 한이준이 주말마다 유플래닛 내 작품들을 둘러보는 ‘아트 투어’를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1시, 오후 3시부터 각각 한 시간 동안 유플래닛에 설치한 작품들을 함께 돌아보며 설명해준다. 무료이지만 포털사이트에서 예약해야 참여할 수 있고 회당 관람 인원은 10명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