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으로 유서 깊은 유럽 미술관과 박물관들에 비상이 걸렸다. 영국에서는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이 일부 손상되는 사례도 나왔다.

20일 아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대영박물관은 지난 18~19일 2층 전시관을 폐쇄하고 폐관시간을 오후 5시에서 오후 3시로 당겼다. 박물관 일부 구역의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간 탓이다. 20일부터 정상 운영하지만, 기온에 따라 또다시 운영 시간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규모가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들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영국은 평소 날씨가 서늘하기 때문에 냉방 시설을 갖춰놓지 않은 건물이 많기 때문이다. 상당수 미술관과 박물관이 유리를 많이 쓰는 커튼월 양식으로 건축된 것도 냉방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일부 박물관은 실내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밀랍으로 된 유물이 녹거나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접착제가 떨어지는 등 유물이 손상될 수 있다.

벨기에와 프랑스의 박물관들은 냉방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벨기에 연방정부는 19일 KBR미술관, 세기말박물관 등 연방 박물관을 65세 이상 모든 관람객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더위에 취약한 고령층은 미술관에서 더위를 피하라는 취지다. 다만 건물 바깥이 찜통인 건 어디나 마찬가지다. 이날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피라미드 조형물 앞 분수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몸을 담그는 관람객들로 붐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유럽 지역의 폭염이 앞으로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상 기온은 다음주 중반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폭염 기간에 유럽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하려면 개관 여부와 운영시간 등을 사전에 잘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