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미술관…경계를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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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아트라이브러리' 개관
희귀 미술서적·책 모양 작품 구비
英 터너 미술관장 등 전문가들이
1년8개월 들여 6000권 사모아
"책값으로만 10억 들였을 것"
앤디 워홀의 '책 모양 작품'부터
93년 역사 MoMA 도록 710권까지
전권 컬렉션·희귀본도 한눈에
희귀 미술서적·책 모양 작품 구비
英 터너 미술관장 등 전문가들이
1년8개월 들여 6000권 사모아
"책값으로만 10억 들였을 것"
앤디 워홀의 '책 모양 작품'부터
93년 역사 MoMA 도록 710권까지
전권 컬렉션·희귀본도 한눈에
헌책방이 없었다면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81)도 없었다. 스무 살 무렵 막일로 생계를 이어가던 그를 건축의 세계로 안내한 곳이 바로 일본 오사카의 한 헌책방이었다. 그때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을 우연히 집어든 안도는 “이게 내 길이다”라고 직감했고, 그 길로 건축 공부를 시작했다.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가장 비싼 사진가’ 만 레이도 헌책방을 자주 찾았다. 이들은 프랑스 파리의 헌책방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책을 넘겨보며 신작 아이디어를 구상하곤 했다.
9일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연 ‘아트 라이브러리’는 엄격한 의미의 헌책방은 아니지만, ‘영감의 원천을 표방하는 공간’이란 점에선 같다. 이곳은 현대카드가 지난해 초부터 30개국을 돌며 모은 현대미술 관련 서적 6000권을 비치한 일종의 도서관이다.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들의 수천만원짜리 ‘책 모양 작품’부터 100년도 더 된 베네치아비엔날레 도록에 이르기까지 ‘예술적인 책’을 주제로 한 작은 미술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현대카드가 만든 LP 매장 겸 감상 공간인 ‘바이닐앤플라스틱’ 2층에 둥지를 틀었다. 류수진 현대카드 브랜드본부장은 “1층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2층의 책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 서가에 꽂을 책을 정하고 사 모으는 데만 1년8개월이 걸렸다. 독일 슈테델슐레 예술대학의 야스밀 레이몬드 학장, 영국의 유명 미술관 ‘터너 컨템포러리’의 클래리 월리스 관장,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큐레이터 두 명 등 세계 미술계의 최전선에 있는 네 명이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책들을 콕 집었다. 현대카드 브랜드본부 직원들은 책을 사 모으기 위해 희귀서적 경매를 샅샅이 훑었다. 미술계 관계자는 “책값으로만 10억원 가까이 썼을 것”이라고 했다.
100평보다 조금 큰 338㎡ 공간에 귀한 책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현대미술가들이 만든 책을 모은 ‘아티스트 퍼블리싱 북’ 코너다. 책이 아니라 ‘책 모양의 미술 작품’들이 주로 자리 잡고 있다. 이탈리아의 현대미술 거장 루치오 폰타나가 1966년 200부 한정으로 발간한 <스페셜 콘셉트>가 대표적이다. 금색 종이에 펀치로 구멍을 낸 후 아코디언처럼 접어 평면과 입체의 느낌을 동시에 표현했다. 현대카드는 이 책을 경매에서 3000만원에 낙찰받았다.
앤디 워홀과 아니시 카푸어 등이 직접 제작한 책들을 비롯해 대표적 개념미술 서적인 로버트 모리스의 <제록스 북>, 온 카와라의 <100만 년> 등도 펼쳐져 있다. 비치된 장갑을 끼면 누구든 마음대로 넘겨볼 수 있다.
‘희귀본’ 코너도 미술 애호가들을 홀리는 곳이다. 절판된 비디오 아트 분야의 명저 <비디오 바이 아티스트> 등 ‘전설의 책’ 600여 권이 꽂혀 있다. 컴퓨터가 갖춰진 ‘무빙 이미지 룸’에서는 백남준을 비롯한 1960~1970년대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과 기록물들을 시청할 수 있다.
수천만원짜리 책을 넘기다 귀퉁이라도 찢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현대카드는 설명한다. 이용욱 현대카드 홍보팀장은 “도서관은 자유롭게 책을 보는 곳인 만큼 고의로 훼손하지 않았다면 배상 등 책임을 묻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트라이브러리는 사전 예약 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 회원은 동반자를 한 명 데려갈 수 있고, 회원이 아니라면 ‘DIVE’ 앱을 깐 뒤 본인만 예약할 수 있다. 앱이나 도서관 내 PC를 통해 책을 찾을 수 있다. 작품 설명을 듣고 싶으면 상주 직원에게 요청하면 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가장 비싼 사진가’ 만 레이도 헌책방을 자주 찾았다. 이들은 프랑스 파리의 헌책방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책을 넘겨보며 신작 아이디어를 구상하곤 했다.
9일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연 ‘아트 라이브러리’는 엄격한 의미의 헌책방은 아니지만, ‘영감의 원천을 표방하는 공간’이란 점에선 같다. 이곳은 현대카드가 지난해 초부터 30개국을 돌며 모은 현대미술 관련 서적 6000권을 비치한 일종의 도서관이다.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들의 수천만원짜리 ‘책 모양 작품’부터 100년도 더 된 베네치아비엔날레 도록에 이르기까지 ‘예술적인 책’을 주제로 한 작은 미술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수천만원 책 포함해 6000권 엄선
현대카드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서울 각지에 도서관을 모티브로 한 문화공간 ‘라이브러리’를 음악·여행 등 주제별로 운영하고 있다. 이날 문을 연 아트 라이브러리는 다섯 번째다.현대카드가 만든 LP 매장 겸 감상 공간인 ‘바이닐앤플라스틱’ 2층에 둥지를 틀었다. 류수진 현대카드 브랜드본부장은 “1층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2층의 책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 서가에 꽂을 책을 정하고 사 모으는 데만 1년8개월이 걸렸다. 독일 슈테델슐레 예술대학의 야스밀 레이몬드 학장, 영국의 유명 미술관 ‘터너 컨템포러리’의 클래리 월리스 관장,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큐레이터 두 명 등 세계 미술계의 최전선에 있는 네 명이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책들을 콕 집었다. 현대카드 브랜드본부 직원들은 책을 사 모으기 위해 희귀서적 경매를 샅샅이 훑었다. 미술계 관계자는 “책값으로만 10억원 가까이 썼을 것”이라고 했다.
100평보다 조금 큰 338㎡ 공간에 귀한 책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현대미술가들이 만든 책을 모은 ‘아티스트 퍼블리싱 북’ 코너다. 책이 아니라 ‘책 모양의 미술 작품’들이 주로 자리 잡고 있다. 이탈리아의 현대미술 거장 루치오 폰타나가 1966년 200부 한정으로 발간한 <스페셜 콘셉트>가 대표적이다. 금색 종이에 펀치로 구멍을 낸 후 아코디언처럼 접어 평면과 입체의 느낌을 동시에 표현했다. 현대카드는 이 책을 경매에서 3000만원에 낙찰받았다.
앤디 워홀과 아니시 카푸어 등이 직접 제작한 책들을 비롯해 대표적 개념미술 서적인 로버트 모리스의 <제록스 북>, 온 카와라의 <100만 년> 등도 펼쳐져 있다. 비치된 장갑을 끼면 누구든 마음대로 넘겨볼 수 있다.
1895년 도록부터 ‘전설의 책’까지
책이나 잡지의 전권을 모은 ‘전권 컬렉션’은 미술학도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코너다. MoMA가 1929년 개관 후 최근까지 발행한 710권의 전시 도록, 1895년 시작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비엔날레 카탈로그 98권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도록들을 죽 훑어보기만 해도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희귀본’ 코너도 미술 애호가들을 홀리는 곳이다. 절판된 비디오 아트 분야의 명저 <비디오 바이 아티스트> 등 ‘전설의 책’ 600여 권이 꽂혀 있다. 컴퓨터가 갖춰진 ‘무빙 이미지 룸’에서는 백남준을 비롯한 1960~1970년대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과 기록물들을 시청할 수 있다.
수천만원짜리 책을 넘기다 귀퉁이라도 찢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현대카드는 설명한다. 이용욱 현대카드 홍보팀장은 “도서관은 자유롭게 책을 보는 곳인 만큼 고의로 훼손하지 않았다면 배상 등 책임을 묻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트라이브러리는 사전 예약 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 회원은 동반자를 한 명 데려갈 수 있고, 회원이 아니라면 ‘DIVE’ 앱을 깐 뒤 본인만 예약할 수 있다. 앱이나 도서관 내 PC를 통해 책을 찾을 수 있다. 작품 설명을 듣고 싶으면 상주 직원에게 요청하면 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