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감정의 세계를 안내하는 책들이 나왔다. 명작에 대한 해설이나 감상을 전하는 전통적 미술책들과 결이 달라 눈길을 끈다.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을 소개하는 책도 출간됐다.

<미술품 감정과 위작>(송향선 지음, 아트북스)은 미술품 감정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1982년부터 40년 동안 감정사로 일했다. 한국 근현대미술품 감정의 산증인이다. 그는 책에서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의 작품을 중심으로 실제 감정을 진행하듯 진작(眞作)인지, 위작(僞作)인지 따져나간다. 세 작가의 작품을 고른 이유는 고가인 만큼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이 위작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위작을 도판으로 직접 보여준다. 원작과 대조하며 왜 위작인지 자세히 짚어준다. 전문적이지만 어렵지는 않다. 여러 도판을 보여주는 데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준 덕분이다. 미술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세 작가의 작품에 새로운 눈이 뜨이게도 해준다. 감정은 작가와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위작과 비교했을 때 드러나는 진작의 아름다움도 재발견하게 된다.

<감정과 감상 차이>(임명석 지음, 아트프라이스)는 고미술 감정을 다룬다. 40년 가까이 고미술품 감정을 해왔던 저자가 고려와 조선 시대 작품을 중심으로 서화 감정의 기초, 이론, 역사를 살펴본다. 이 책의 특징은 ‘문방사우’인 종이, 붓, 먹, 벼루에 대해서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설명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붓은 서화가의 손을 대신하고, 창작자의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라며 “붓끝으로 피어나는 필법은 곧 인격의 표출로 인식돼 인격 수행과 연마의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한국 땅에서 예술하기>(박소양 지음, 한길사)는 ‘임옥상 보는 법’이란 부제가 말해주듯, 한국 1세대 민중미술가인 임옥상을 다룬다. 임옥상은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유학했다.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의 중심에 섰고, 그림·조각·설치 등 장르를 넘나들며 꾸준하게 사회 참여 목소리를 내왔다.

책은 그의 그림에 꾸준히 등장하는 ‘땅’에 주목한다. “그에게 땅은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두 발을 딛고 살아내는 삶의 터전이자 상호 관계성의 근간”이라는 설명이다. 상처 난 땅, 파헤쳐진 땅, 빨간 웅덩이가 고인 땅 등의 이미지는 어느덧 일방적인 착취에 가까워진 땅과 인간의 관계를 상징한다.

책은 또 민중미술을 반개발주의, 향토주의, 낭만주의 등으로 치부하는 편협한 시각에 반기를 든다. 저자는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미술사와 비평 등을 가르치고 있는 한국인 교수다. 한국 민중미술에 대한 서구의 왜곡된 담론을 바로잡기 위해 책을 냈다고 했다. 책은 영어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선 임옥상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