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딸 키우는 청부살인업자…듣도보도 못한 여성 킬러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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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딸 앞에선 약한 '싱글맘 킬러'
감각적 미장센에 액션도 일품
다른 캐릭터는 밋밋해 아쉬워
딸 앞에선 약한 '싱글맘 킬러'
감각적 미장센에 액션도 일품
다른 캐릭터는 밋밋해 아쉬워
한국 영화에선 여성 킬러가 부각되는 경우가 드물다. 김옥빈 주연의 ‘악녀’(2017) 등에서 여성 킬러를 다루긴 했지만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여성 킬러 영화의 불모지에 ‘길복순’이 등장했다. 영어 제목은 ‘Kill boksoon(복순을 죽여라)’이다.
다음달 31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은 독보적 여성 킬러를 내놨다. 자비 없는 살인으로 섬뜩함을 전해주면서도 어딘가 매력적이고 때로는 작은 연민마저 불러일으키는 다층적 캐릭터다. 지난 16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는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전도연이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 역을 맡았고, 설경구는 킬러들을 고용해서 돈을 버는 회사의 사장을 연기했다. 구교환은 길복순의 킬러 후배로, 이솜은 킬러를 키워내는 간부로 나온다. 황정민이 야쿠자로 특별 출연해 오프닝을 장식한다. 영화 ‘불한당’ ‘킹메이커’를 만든 변성현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길복순이 자신을 고용한 킬러 회사와 재계약하기 직전에 엄마로서 정체성이 커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길복순은 시종일관 잔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킬러로 묘사되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모성애가 깔려 있다. 딸에게는 어쩔 줄 모르는 서툰 싱글맘이다. 지난달 시작한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보여준 밝고 억척스러운 싱글맘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전도연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야쿠자(황정민)와 입담을 과시하며 펼쳐보이는 액션은 압권이다.
액션 연출도 인상적이다. 킬러의 존재감은 감각적 미장센과 촬영기법으로 훨씬 강렬해진다. 영화 ‘존 윅’을 연상하게 하는 세련된 액션 누아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길복순은 싸우는 도중에도 머리로 온갖 수를 생각한다. 어떻게 공격해야 상대를 이길 수 있는지, 어떻게 대응하다간 죽고 마는지를 떠올린다. 감독은 길복순의 머릿속을 고스란히 화면으로 옮겨온다. 마지막 대결에선 한 화면 안에 수많은 길복순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상상이 펼쳐지기도 한다. 길복순의 각양각색 액션도 흥미진진하다. 그는 매직펜이나 싸구려 도끼 등을 활용해 전설적인 킬러로서의 실력을 뽐낸다.
다만 길복순을 제외한 캐릭터들이 밋밋해 영화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구교환이 맡은 캐릭터를 적극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다음달 31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은 독보적 여성 킬러를 내놨다. 자비 없는 살인으로 섬뜩함을 전해주면서도 어딘가 매력적이고 때로는 작은 연민마저 불러일으키는 다층적 캐릭터다. 지난 16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는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전도연이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 역을 맡았고, 설경구는 킬러들을 고용해서 돈을 버는 회사의 사장을 연기했다. 구교환은 길복순의 킬러 후배로, 이솜은 킬러를 키워내는 간부로 나온다. 황정민이 야쿠자로 특별 출연해 오프닝을 장식한다. 영화 ‘불한당’ ‘킹메이커’를 만든 변성현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는 길복순이 자신을 고용한 킬러 회사와 재계약하기 직전에 엄마로서 정체성이 커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길복순은 시종일관 잔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킬러로 묘사되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모성애가 깔려 있다. 딸에게는 어쩔 줄 모르는 서툰 싱글맘이다. 지난달 시작한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보여준 밝고 억척스러운 싱글맘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전도연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야쿠자(황정민)와 입담을 과시하며 펼쳐보이는 액션은 압권이다.
액션 연출도 인상적이다. 킬러의 존재감은 감각적 미장센과 촬영기법으로 훨씬 강렬해진다. 영화 ‘존 윅’을 연상하게 하는 세련된 액션 누아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길복순은 싸우는 도중에도 머리로 온갖 수를 생각한다. 어떻게 공격해야 상대를 이길 수 있는지, 어떻게 대응하다간 죽고 마는지를 떠올린다. 감독은 길복순의 머릿속을 고스란히 화면으로 옮겨온다. 마지막 대결에선 한 화면 안에 수많은 길복순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상상이 펼쳐지기도 한다. 길복순의 각양각색 액션도 흥미진진하다. 그는 매직펜이나 싸구려 도끼 등을 활용해 전설적인 킬러로서의 실력을 뽐낸다.
다만 길복순을 제외한 캐릭터들이 밋밋해 영화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구교환이 맡은 캐릭터를 적극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