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킨 英 프리즈…아시아 놓고 아트바젤과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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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뉴욕 아모리쇼·엑스포 시카고 동시 인수
프리즈 '美 1등 아트페어' 등극
'유럽 최강' 아트바젤 견제 나서
각국 지역 아트페어 인수하며
글로벌시장 세력 키우기 전쟁
"한국 미술 자생력 약화" 우려
두 공룡의 다음 격전지는 '아시아'
2026년까지 프리즈 손잡은 KIAF
"재계약 안 되면 2027년부터
KIAF '낙동강 오리알' 될 수도"
프리즈 '美 1등 아트페어' 등극
'유럽 최강' 아트바젤 견제 나서
각국 지역 아트페어 인수하며
글로벌시장 세력 키우기 전쟁
"한국 미술 자생력 약화" 우려
두 공룡의 다음 격전지는 '아시아'
2026년까지 프리즈 손잡은 KIAF
"재계약 안 되면 2027년부터
KIAF '낙동강 오리알' 될 수도"
“지구촌 미술시장의 ‘두 마리 공룡’ 프리즈와 아트바젤이 동네 미술장터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있다. 아시아는 누가 품에 안을까.”
요즘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가장 큰 화젯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세계 양대 아트페어 가운데 하나인 프리즈가 미국 뉴욕의 미술장터 ‘아모리 쇼’와 시카고에서 열리는 ‘엑스포 시카고’를 연달아 인수합병(M&A)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술계가 크게 들썩였다. 아모리 쇼와 엑스포 시카고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유서가 깊은 행사다. 이번 M&A로 프리즈는 미국을, 아트바젤은 유럽을 접수하는 그림이 완성됐다.
미술계의 눈은 이제 아시아로 쏠리고 있다. 두 마리의 공룡이 치열한 샅바싸움을 하는 곳이다. 프리즈는 ‘아트바젤 홍콩’을 겨냥해 지난해부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을 열고 있다. 프리즈는 서울을 교두보로 아시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은 독자적인 생태계를 지켜내고 아시아의 미술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다.
프리즈와 아트바젤은 이런 식으로 지난 수년간 각국의 아트페어들을 M&A하거나 쫓아내며 세를 불려 왔다. 지난해 아트바젤이 FIAC을 쫓아내고 프랑스 파리에서 ‘파리+’를 연 게 단적인 예다. 아트바젤의 모회사 MCH는 2016~2018년 인도에서 열리는 인디아 아트페어와 마스터피스 런던의 대주주 지분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아트페어 아트SG의 지분 15%를 사들이기도 했다.
엑스포 시카고와 아모리 쇼를 통해 프리즈는 미국 시장에서 확실한 ‘1등 아트페어 브랜드’로 올라섰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에 이어 행사를 두 번 더 개최하면서 미국 내에서만 총 4개의 아트페어를 열게 됐다. 아트바젤의 미국 내 행사는 한 곳(마이애미)에 불과하다. 반면 아트바젤은 유럽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힘이 빠진 영국 런던에 비해 아트바젤은 본거지인 스위스 바젤에 더해 ‘유럽 문화 수도’인 프랑스 파리에서 매년 아트페어를 열고 있다.
문제는 계약이 종료되는 2027년부터다. 국내 화랑들은 “2027년부터 프리즈가 공동 개최를 거부하고 별도의 행사를 연다면 KIAF도 ‘동네 장터’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작가와 화랑의 이름값이 높은 프리즈로 몰리면 KIAF는 외면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트바젤이 파리에서 FIAC을 밀어낸 것처럼, KIAF도 프리즈에 밀려나는 셈이다.
소비자들에게는 단기적으론 이익일 수 있다. 외국의 거대 갤러리와 유명한 작가들의 전시 및 작품을 좀 더 자주,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술계와 시장의 자생력을 생각해보면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한 중견 화랑 관계자는 “외국 화랑들은 한국의 젊은 작가를 양성하기보다는 해외 작가를 들여와 세일즈하는 데 집중한다”며 “매년 아트바젤 홍콩에 막대한 돈이 몰리지만 우리가 홍콩 출신 작가들을 잘 모르는 것처럼, 한국 미술계의 체력도 약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한국 작가를 글로벌 스타로 키울 수 있는 실력과 시스템을 갖춘 국내 화랑이 더 늘지 않으면 한국이 미술시장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요즘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가장 큰 화젯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세계 양대 아트페어 가운데 하나인 프리즈가 미국 뉴욕의 미술장터 ‘아모리 쇼’와 시카고에서 열리는 ‘엑스포 시카고’를 연달아 인수합병(M&A)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술계가 크게 들썩였다. 아모리 쇼와 엑스포 시카고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유서가 깊은 행사다. 이번 M&A로 프리즈는 미국을, 아트바젤은 유럽을 접수하는 그림이 완성됐다.
미술계의 눈은 이제 아시아로 쏠리고 있다. 두 마리의 공룡이 치열한 샅바싸움을 하는 곳이다. 프리즈는 ‘아트바젤 홍콩’을 겨냥해 지난해부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을 열고 있다. 프리즈는 서울을 교두보로 아시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은 독자적인 생태계를 지켜내고 아시아의 미술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다.
‘포식자’ 프리즈와 아트바젤
미술품 거래 행사인 엑스포 시카고와 아모리 쇼는 각각 1980년과 1994년 시작됐다. 반면 아트바젤은 2004년 미국에 진출(마이애미)했고, 프리즈가 미국에서 첫 행사를 개최한 건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12년(뉴욕)이었다. 초반에는 ‘지역 밀착형’이라는 강점을 살리며 선전하던 엑스포 시카고와 아모리 쇼는 점차 위세가 약해졌다.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시 인프라, 노하우를 갖춘 프리즈와 아트바젤을 당해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프리즈와 아트바젤은 이런 식으로 지난 수년간 각국의 아트페어들을 M&A하거나 쫓아내며 세를 불려 왔다. 지난해 아트바젤이 FIAC을 쫓아내고 프랑스 파리에서 ‘파리+’를 연 게 단적인 예다. 아트바젤의 모회사 MCH는 2016~2018년 인도에서 열리는 인디아 아트페어와 마스터피스 런던의 대주주 지분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아트페어 아트SG의 지분 15%를 사들이기도 했다.
엑스포 시카고와 아모리 쇼를 통해 프리즈는 미국 시장에서 확실한 ‘1등 아트페어 브랜드’로 올라섰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에 이어 행사를 두 번 더 개최하면서 미국 내에서만 총 4개의 아트페어를 열게 됐다. 아트바젤의 미국 내 행사는 한 곳(마이애미)에 불과하다. 반면 아트바젤은 유럽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힘이 빠진 영국 런던에 비해 아트바젤은 본거지인 스위스 바젤에 더해 ‘유럽 문화 수도’인 프랑스 파리에서 매년 아트페어를 열고 있다.
한국 시장 영향은
프리즈와 아트바젤의 마지막 전장은 아시아다. 아트바젤은 아시아에 진출할 때도 M&A 전법을 활용했다. 홍콩의 자생 페어인 아트HK를 인수하고 이를 기반으로 2013년 아트바젤 홍콩을 론칭했다. 이후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로 군림해왔다. 프리즈는 지난해부터 KIAF와 프리즈 서울을 공동 개최하면서 아트바젤에 본격적으로 대항하기 시작했다. 프리즈 서울과 KIAF는 2026년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동 행사를 열기로 계약돼 있다.문제는 계약이 종료되는 2027년부터다. 국내 화랑들은 “2027년부터 프리즈가 공동 개최를 거부하고 별도의 행사를 연다면 KIAF도 ‘동네 장터’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작가와 화랑의 이름값이 높은 프리즈로 몰리면 KIAF는 외면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트바젤이 파리에서 FIAC을 밀어낸 것처럼, KIAF도 프리즈에 밀려나는 셈이다.
소비자들에게는 단기적으론 이익일 수 있다. 외국의 거대 갤러리와 유명한 작가들의 전시 및 작품을 좀 더 자주,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술계와 시장의 자생력을 생각해보면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한 중견 화랑 관계자는 “외국 화랑들은 한국의 젊은 작가를 양성하기보다는 해외 작가를 들여와 세일즈하는 데 집중한다”며 “매년 아트바젤 홍콩에 막대한 돈이 몰리지만 우리가 홍콩 출신 작가들을 잘 모르는 것처럼, 한국 미술계의 체력도 약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한국 작가를 글로벌 스타로 키울 수 있는 실력과 시스템을 갖춘 국내 화랑이 더 늘지 않으면 한국이 미술시장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