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조 <향영21C리스크컨설팅 대표>

신용공황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등 여러 실무현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많은 경고에도
시장원리와 기업의 구조조정만을 주장한 정책당국과 이코노미스트들을
비웃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실감없는 경직된 정책으로 조기대응에 실패하고만 것이다.

불황기의 경제는 경제변수가 한계를 가지게 되어 심리변수가 좌우한다.

이번의 경제위기도 경제 주체들간의 신뢰관계가 무너져 신용경색이라는
심리변수에서 초래된 것이다.

2.4분기부터 확산되고 있는 대기업부도도 결과만을 보고 경영실패라고
단정지을수 없다.

부도기업의 상당부분은 신용경색을 해결하지 못한 정부의 조기대응
실패로 도산한 것이다.

조그만 경영실패 요인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과 기업간의 믿음이
깨짐으로써 금융기관이 예민해져 대출금을 회수한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국내 요인인 대기업의 연쇄부도방지와 제2금융권의 유동성부족 해소에
특단의 규제완화와 지원책이 조기에 가시화되면 환율 증권시장 기업경영문제
환경악화 등 금융위기가 빠른 시일내에 안정될 것이다.

대기업부도 해결은 이미 발표한 협조융자협약을 실효성있게 진행하면 된다.

우선 협조융자 대상기업은 영업활동을 기준으로 그룹별로 선정해야 한다.

영업활동은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금융비용이나 차입금이 과다한 경우
1년6개월정도의 기간을 주면 자구노력이 가능하고 조금만 지원하면 경상
이익에서 흑자전환이 가능하거나 이자지급에 대한 여력이 충분한데도
대출원금 회수로 일시적인 자금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에 한해야 한다.

둘째 신규자금지원은 은행권에서 전담하되 제2,3금융권의 여신회수가
유보되어야 함은 물론 우대금리로 금리를 환원하여 금융비용부담을 완화해
주고 기업실사도 채권자주도로 해야 한다.

제2,3금융권의 자금회수는 신규자금지원의 실효성을 감소시켜 협조융자
협약의 성공가능성을 약화시키므로 한시적으로 여신회수 유보를 강제하여야
한다.

여신회수금지 조치와 아울러 제2,3금융기관들도 협조융자협약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협조융자기업의 선정에 대한 기업실사도 이해관계자인 채권자가
심사전문인력을 투입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채권자들의 기업에 대한 경영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협조융자후 이해당사자인 채권자들이 대상기업의 경영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감시할수 있도록 분기별 채권자설명회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

특히 채권자대표로 구성된 "경영감시위원회"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실질적인
자금관리도 채권자가 맡아야 한다.

넷째 정부는 기업의 자구책실행이 신속하게 이루어질수 있도록 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과 관련된 걸림돌도 과감하게 제거해 주어야 한다.

협조융자 대상기업의 효과적인 자구책 이행을 위해 한시적인 기간동안
양도세를 경감하고 단기(1년)회사채발행을 허용하여 회사채발행 활성화를
통해 기업의 재무탄력성과 차환가능성을 높여주어야 한다.

다섯째 협조융자시 출자전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출자전환도 산업은행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채권기관의 자유의사에 의해
참여토록 유도해야 하고 출자전환의 장애요인인 유가증권 투자한도의
예외조치도 신속히 보완되어야 한다.

여섯째 협조융자 대상기업의 경영자는 현장실무에 유능한 경영자여야 한다.

과거 법정관리기업이 회생하지 못한 것은 경영자 선임이 잘못된데 원인이
크다.

실패기업의 경영자 대부분이 기업경영에 문외한인 비전문가였기 때문이다.

종합금융사들의 유동성부족 해결도 기업부도 차단에 필수불가결한
현안과제다.

대규모 부실채권 발생과 예금인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종금사의 유동성
부족을 지원, 부족자금을 기업대출금회수로 충당하지 못하도록 하여
기업으로부터의 추가적인 자금회수가 없도록 해야 한다.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1년정도의 한시적인 기간동안 종금사 인수 CP에
정부가 보증을 하여 신용경색 차단을 통한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종금사에 실세금리에 의한 대규모 특융을 실시하고
그 자금은 은행신탁 투자신탁등 기관투자가로부터 실세금리로 환수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지금의 금융위기는 단순한 문제라고 볼수 있다.

실물경제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경제 주체들간의
신뢰관계가 깨지면서 나타난 현상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환율, 증시, 금융기관 부실화 등 모든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의 신뢰회복을
통한 기업 연쇄부도 차단이 지름길이다.

충분히 해결가능한 길이다.

이미 부실화된 기업의 처리도 중요하지만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기업들에도 한시적인 시간을 주어 대응능력을 키울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