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청년실업 올바른 대책 .. 尹桂燮 <서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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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겨울방학중에서 가장 큰 행사인 입학시험과 발표가 끝났다.
과거와 달리 각 대학들이 추가합격자 발표를 하고,이에 따라 합격생들이 연쇄이동하는 모습이 생소하다.
이는 1996년부터 여러 대학에 복수지원케 한데서 비롯됐다.
합격생은 일단 등록금을 내지만 원하는 대학에 추가 합격할 경우 환불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면서 이동 범위는 더 커졌다.
이 제도 시행으로 대학 학사업무가 복잡해지기는 했지만,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올해 입시의 특색은 '미등록자' 대부분이 자연대와 공대 등 이공계 지원자들로서,전망이 확실한 의·치대로 옮겼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과계통에서도 소위 인기학과에 따라 등록률에 차등이 생겨,'대학의 이름'보다 '장래성 있는 전공'을 택하는 점이 돋보인다.
10대와 20대의 청년실업률이 실업률 평균의 2배 이상 되는 현실에서 졸업 후 실업자가 되는 것보다 취업전망이 좋은 전공을 선택한 결과다.
최근 대졸자들의 취업난은 상상을 초월한다.
학생들이 선망해오던 30대기업의 일자리는 1997년 이래 20만개나 줄었다.
이로 인해 취업을 위한 '다른 전공 공부'나 '고시'에 매달리는 현상이 심화되며 교실의 붕괴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또 영어를 중심으로 한 어학성적이 강조돼 해외 현지연수를 위한 휴학으로 대학 재학기간이 1년 이상 길어지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1년 대졸자 취업률이 56.77%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군입대를 취업으로 간주하고,고시공부와 자발적 실업자를 제외한 통계라서 믿을 수가 없다.
교육시장의 개방으로 외국대학들도 한국내에 분교를 설치할 수 있게 됐고,각종 특수대학의 설립이 자율화됨에 따라 대학간 학생 유치경쟁은 이제 기업간 경쟁처럼 격심해질 것이다.오지 않는 학생들을 앉아서 탓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학생들이 몰려 오도록 대학이 변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학들은 현행 '백화점식 학과 배열'구조를 바꿔야 한다.
과거 교육정책은 정원조정을 대학 통제수단으로 남용했다.
그 결과 '과거 산업체제'와 '19세기 유럽식'의 대학 배열로 인해 산업구조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생명과학은 자연대 의대 치대 공대 농대 수의대 등이 공동으로 연구해야 하는데,단과대학별로 벽을 치고 있다. 정부의 산업정책도 비판받아야 한다.
섬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간주해 소재개발을 뒤지게 했고,농대는 '생명과학의 중심'이 됐어야 하는 데,농민 비율만큼이나 급속히 쇠락하게 했다.
대학 입학생은 졸업한 후 어떤 직장을 가질 것인지 적어도 4∼10년 앞을 내다 보고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지금과 같이 '무엇을 하는 전공'인지도 모른채 점수에 맞춰 대학을 선택해선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학 또한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광고나 선전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어떠한 인재로 육성해서 사회에 내보낼 것인지 설계해 이들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도록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2005년이면 대학지원자가 대학 입학정원에 미달하게 돼 적지 않은 대학이 경영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고졸자의 취업이 거의 봉쇄된 우리 사회의 현실과,학부모의 강한 교육열이 공식 통계상으로 '대학 진학률 최선진국'에 속하게 했다.
그렇지만 대학졸업생을 사회 수요에 맞게 배출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다시 후진국으로 추락할 것이다.
대학교육 문제는 지금까지의 공급자 위주에서,수요자인 학생들이 어떠한 전문성을 가지고 배출되는가에 달려 있다.
과거에는 전문성이 뒤져도 받아들일 수 있었고,현장에서 가르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필요한 인재를 곧바로 업무 일선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이기를 사회는 바라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채용해서 실무에 투입하려면 연수원에서 6개월 내지 1년을 재교육시켜야 하니 국가적 낭비가 많다.
청년실업의 대책은 향후 산업발전을 전망하고 그에 따른 인적자원의 수요를 예측해서 전공을 설정하고 이에 맞춰 대학구성을 재편해야 한다.
선진국 대학들이 머리를 싸매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경제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들이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