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리스회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리스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일고 있다. 리스는 지난 80∼90년대부터 기업이 요구하는 막대한 설비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금융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그러다 97년 외환위기 때 한 차례 수난을 겪고,오늘에 와서는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으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우리 기업들이 한국보다 중국에 증설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면서 리스에 대한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급기야 리스산업의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위기(危機)'란 낱말을 풀이하면 '위험'과 '기회'인 것처럼,리스산업은 위험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내포하고 있다. 과거에 리스산업이 한국경제를 '제조 강국'으로 이끄는 데 일조했다면,미래의 리스산업은 한국을 '서비스 강국'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지난 40년 동안 한국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와 경직된 노동관행 때문에 해가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제조업중심 경제에서 서비스중심 경제로의 전환이 늦어진 것이 경제의 장기 침체를 가져왔다는 한 경제연구소의 분석이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우 서비스산업 비중이 70%에 달한다는 점도 서비스가 선진국형산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우리 경제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국민들에게 보다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서비스산업은 금융 물류 컨설팅 의료 등 다양하며,제조업 못지 않게 상당한 지식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다. 이같은 서비스산업을 뒷받침해주는 주요 산업의 하나가 바로 리스업이다. 미국 네덜란드 영국처럼 서비스산업이 발전한 나라일수록 리스산업이 발달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의 의료서비스산업은 GDP의 14%를 차지하며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그만큼 의료산업에서 리스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또 미국의 GE캐피탈은 병원 경영에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금융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경영컨설팅을 제공하여 고객의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금융·물류중심국가 모델의 하나다.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은 계열 리스회사를 통해 물류산업에 필요한 금융과 노하우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ABN-AMRO은행의 한 계열사는 1백20만대의 차량을 리스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차량리스회사다. 차량의 조달 운영 중고차 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세계 어느 업체보다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전 세계를 대상으로 차량 리스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ING그룹의 리스회사도 유럽 전 지역에 걸쳐 활발한 차량리스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산은캐피탈이 이러한 플리트 매니지먼트(선진차량관리) 시스템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하여 고객들에게 금융을 포함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의 금융도시인 런던에는 무려 1백개가 넘는 리스회사가 있다. 이같은 수치만 보아도 영국이 왜 금융 강국인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영국의 리스회사들은 차량 선박 항공기 의료기기 IT 장비 등 다양한 설비를 리스하고 있는데,단순한 금융기능 담당을 넘어서 각 사업 영역에 대한 실물 지식을 겸비함으로써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제 금융도 단순한 금리경쟁에서 벗어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복합서비스로 이행하고 있는데,영국 리스회사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설정한 '동북아 중심국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류와 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이 잘 육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경제의 인프라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산업이 리스다. 그러므로 리스업계의 자구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배려를 통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리스업이 한국경제에서 다시 한번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산업이 돼야 할 것이다. wchu@car123.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