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친환경 자동차산업을..朱尤進 <서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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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들과 환경 단체들은 과거 늘 대립적인 관계에 있었다.
환경 단체들은 자동차가 대기 오염의 주범이라며 규제를 요청한 반면 자동차 회사들은 산업 발전을 위해 친(親)산업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맞서 왔다.
정부내에서도 환경부와 산업자원부가 각각 고유의 국정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잦은 마찰을 빚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현대자동차 그룹이 환경기술 연구소를 설립하고 산업자원부가 친환경 자동차의 의무 판매비율을 입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환경 단체와 환경부에서 주도할 만한 일들을 대신 하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21세기 자동차산업에 있어서 환경 기술의 중요성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즉 환경을 생각하고 친환경적인 자동차를 개발하는 회사가 가장 경쟁력 있는 회사가 될 것이며 산업과 환경이 동반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하는 것이다.
친환경 자동차에는 전기차,하이브리드카,연료전지차가 있다.
전기차는 전기로 충전되는 전지를 이용해 차의 동력을 제공하는 무공해 기술인데 아직도 전지의 성능이 미약해 운행거리가 짧고 자주 충전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10년 동안 이 기술을 연구해온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이 기술을 포기하고 대체 기술을 추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해 하이브리드카는 전지와 가솔린 엔진을 동시에 사용하며 가솔린 엔진으로 달릴 때 전지가 자동으로 충전되기 때문에 별도의 충전이 필요 없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저속의 도시 주행시 전지로 움직이기 때문에 대기 오염을 감소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 기술은 이미 상용화 돼 10만대가 넘는 하이브리드카가 미국과 일본의 도시를 질주하고 있다.
연료전지차는 압축수소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발생시키는 기술로 배기 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완전 무공해차다.
뿐만 아니라 압축수소는 석유처럼 땅속에 매장돼 있는 제한된 자원이 아니라 무제한으로 생산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장기적으로 가장 각광 받고 있는 기술이다.
그러나 주유소 대신 압축수소 충전소가 인프라로 구축돼야 하므로 주된 교통수단이 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21세기 자동차산업은 환경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제 자동차 회사들도 환경 기술을 가진 회사와 환경 기술을 가지지 못한 회사들로 양분돼 기술을 가진 회사만이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 회사가 과거 가격경쟁력이라는 무기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했다면 이제는 기술로 경쟁할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가격경쟁력 면에서 한국산 자동차는 중국산 자동차에 비교우위를 점점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기술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이미 2002년에 한국을 앞질러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 자리를 우리로부터 탈환했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의 전자산업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휴대폰·가전 부문에서 한국 기업들은 차세대 기술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해 오늘날 첨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 고급화와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누리고 있으며 급기야 삼성전자의 시가 총액이 수 십년 동안 세계 최강의 전자회사 자리를 지켜온 소니의 시가 총액을 능가하게 됐다.
민간에서 뿐만 아니라 초고속 인터넷망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이동통신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결실을 맺어 오늘날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자동차산업에 있어서도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대한 자동차 회사들의 과감한 투자와 정부의 장려 정책으로 전자산업의 성공을 재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민간은 기술 개발에, 그리고 정부는 목표 제시 및 인프라 구축에 힘쓴다면 친환경 자동차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이다.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5년 내에 서울의 거리에서 친환경 자동차들이 여유롭게 질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언젠가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이 도요타를 능가하는 날이 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wchu@car123.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