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평균 36명이 스스로, 아니 어쩔 수 없이 목숨을 끊고 있다고 한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이 빚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다. 빚 때문에 상상하기 힘든 범죄까지 발생하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3백20만명을 넘어서면서 여러 가지 심각한 사회 문제가 터지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과 경기침체에 따른 상환능력 상실이 가장 큰 요인이다. 형제 부모뿐 아니라 친구들이 벼랑끝 선택을 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일부에서는 '도덕적 해이'라며 개인적인 문제로 돌리지만 더 이상 이대로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 신용불량자를 도와주는 개인 워크아웃은 나름대로 좋은 제도이다. 이미 2만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워크아웃을 통한 신용회복 제도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 때문에 우선 관련 금융기관들이 소극적이고 문제가 된 부실 대출을 매입한 외국계 투자기관이나 사금융업체 등의 협조를 얻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빈곤층을 지원하는 정책과 함께 빚 문제로 인한 사회안전망의 붕괴를 막기 위해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법원에 의한 개인파산 제도의 활성화와 홍보가 시급하다. 서울지방법원 파산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소비자파산 신청은 4백69건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5배 많고 '빚을 갚을 능력이 없으니 채무를 면제해 달라'는 면책 신청은 4.7배나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이용 방법을 모른다. 파산은 빚을 진 채무자가 갚을 능력이 없는 경우 법원이 강제적으로 채무자의 재산을 현금화해 채권자에게 나눠주고 빚의 일부나 전부를 면제하는 결정을 통해 채무자로 하여금 갱생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개인 법정관리'다. 개인파산 제도는 법원이 개입함으로써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시비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채권자에게 강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빚에 시달리는 개인에 대한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또 금융회사의 과다한 가계 부실을 조기 상각하고 무분별한 가계 대출에도 경종을 울릴 수 있다. 둘째, 극단적으로 치닫는 최근의 사회 현상을 감안해 개인파산의 신청에서 복권에 이르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빚의 면책 범위와 요건을 법원에서 신축적으로 정하는 등 다양한 구제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의 법정관리 방식을 원용할 필요가 있다. 2003년 들어 최근까지 서울에서 신청한 사람중 90%가 면책을 받았다고 한다. 아주 바람직한 방향이다. 개인파산은 사회적 미아를 양산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삶을 지원하는 제도여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개인이 파산을 신청해 파산이 확정될 경우 잃는 직업의 범위를 대폭 축소해 파산 신청 과정의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 현행 법률을 보면 자격 제한이 심각하다. 파산할 경우 자격이나 지위를 잃도록 만들어진 모든 법을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 파산한 사람이 해서 안되는 직업은 극히 일부면 된다. 빚을 면제받고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가 회복돼도 기존 직업을 다시 가질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아울러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에 들어 있는 '법원의 중재로 5년간 빚의 일부를 성실히 갚으면 나머지 빚은 탕감해 주는' 개인회생 제도를 빨리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용불량자로 기록돼 사실상 파산 상태인 많은 사람들이 학수고대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빚의 올가미에서 헤매는 많은 국민들의 고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비자 파산은 최후의 구제책이다. 파산에 따른 채권자들의 불이익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일가족 자살 등과 같은 비극적 상황보다 심각한 것은 아니다. 빚더미에서 고통 받는 많은 채무자들을 저 세상으로 보내지 말고 소비자 파산을 통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