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공선택에 시장실패 경계를..朱尤進 <서울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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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 철을 맞아 학원가에 진학지도가 한창이다.
금년에도 예년과 비슷하게 인기학과 집중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대학보다는 학과 선택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전국의 한의대 및 의대가 수능 고득점자들로 채워진 후에야 비로소 일류대학의 다른 학과들 차례가 온다는 것이다.
학생들과 학부형들이 한의대나 의대를 선호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해고를 걱정하지 않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는 점,안정적인 경제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직업이라는 점 등.그러나 현실적인 경제 논리는 판단의 오류를 가져올 수 있다.
전공 선택은 그 사람을 평생 따라다니지만 시장에서의 인기 전공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공학 분야만 보더라도 섬유공학과 화학공학이 가장 인기 있는 때가 있었는가 하면 지금은 컴퓨터공학이 가장 인기가 있으며 10년 뒤에는 또 다른 분야가 부상할 것이다.
어문 계열에서는 10년 전만 해도 중국어가 인기 있는 전공이 아니었는데 한·중 경제교류가 급물살을 타면서 지금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의대도 지금은 인기절정이지만 현 추세로 한의대가 늘어난다면 조만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여 인기가 감소할 것이다.
이 처럼 당대에 '잘 나가는' 전공이라 하더라도 시대가 변하면 시들해질 수 있기 때문에 당시의 인기 직종을 기준으로 전공을 선택할 때 전공 선택에 있어서 '시장실패'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경제학에서 시장실패는 불완전정보 상황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미래의 인기 직업'을 예측하는 것만큼 불완전 정보가 만연한 상황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한 시장원리의 잣대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전공 선택에서 가장 중요시되어야 하는 것은 적성이다.
전문분야에서 성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열정인데 이러한 열정은 적성과 전공이 잘 부합되었을 때 생긴다.
세계 최고의 유통기업인 월마트를 창업한 유통재벌 샘 월튼은 자신이 27세에 소매점을 창업한 이후 단 하루도 상품기획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29회의 PGA 우승 경력을 가진 골퍼 리 트레비노는 자신이 13세 때 골프채를 잡은 후 단 하루도 골프 공을 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전공 선택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지원하는 학과가 속해 있는 대학의 전반적인 수준이다.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과를 바꾸는 경우,부전공을 하는 경우,복수 전공을 하는 경우,해외 자매결연 대학으로 연수를 가는 경우,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때 여러 전공에 걸쳐 우수한 교수진을 가지고 외국에서도 지명도가 있는 대학에서 수학하는 것이 큰 장점이 될 것이다.
또한 저명한 교수진으로부터 다방면으로 강의를 들었을 때 그 학생은 전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이 우수한 대학보다는 교수진이 우수한 대학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에서도 대학 순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교수진의 연구 업적으로 꼽고 있다.
물론 전공 선택시 시장의 수요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교육에 대한 투자도 좋은 직장이라는 산출물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특정 전공에 대한 선호가 거시적인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유행인지 잘 분별해야 한다.
즉 지식사회의 도래,한국 경제의 서비스화,중국 경제의 부상,사회의 고령화 등은 거시적 트렌드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들을 전공 선택에 반영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고시'의 인기,특정 직종의 인기,외국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 등은 단기적인 유행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전공선택에 관한 의사결정은 불완전 정보로 인한 시장실패가 많은 영역이다.
그러므로 경제논리보다는 학생 자신의 적성과 주위 어른들의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가 중요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wchu@car123.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