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考試에 과학과목 포함시키자..趙東成 서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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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에 서울대 공대에서 공학도를 위한 경영학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고등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이유가 쏟아져 나왔다.
(1)"교수님 강의가 재미 없어요." (2)"교수님들이 강의엔 관심이 없고 연구만 하고 있어요." (3)"공부 양이 너무 많아요." (4)"공대에서 가르치는 과목이 너무 어려워요." 삶의 질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5)"문과 전공한 친구들은 쾌적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데,왜 우리는 공기 나쁘고 소음도 심한 공장서 지내야 합니까?" (6)"저는 음악회 미술전 등 문화생활을 즐겼는데 공대를 졸업하고 공장이 있는 지방에서 지내게 되면 원하는 삶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졸업 후의 커리어나 보수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관심이 컸다.(7)"벤처창업을 위한 공부를 하고 싶어 공대에 진학했는데,공부가 창업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8)"사법고시에 합격하면 평생 직업이 보장되고,변호사로 취업하더라도 1년에 6천만∼7천만원은 받는다던데요.공대생들은 좋은 직장에 취업해봤자 그 반도 못받지 않습니까?"
이렇듯 공대기피 현상은 복합적이어서 공학 교육을 개선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다만 (7) (8)번에 대해선 공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공학교육의 기본은 철저히 가르치되 벤처 창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창업에 필요한 법률과 세무지식,특허를 획득하고 활용하는 능력,소비자를 이해하고 시장을 분석하는 경영학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공대생이 기술이란 지적 자산을 보호하고 확산하는 변호사가 되고,기술정책을 결정하는 정부관리가 되는건 사회발전에 꼭 필요한 일이다.
발상을 전환해 고시준비를 하는 공대생들을 나무라는 대신 이들이 공학교육과 시험 준비를 병행할 수 있도록 교육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나머지 여섯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에는 공대보다 대학본부,교육인적자원부,그리고 정부의 역할이 더 크다.(1) (2)번은 대학본부가 해결할 문제다. 대학에서 교육은 연구 못지않게 중요하다.그러나 연구업적만 요구하는 현행 교수평가제도로는 교수가 교육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유도 없다.따라서 대학본부에선 연구자가 되기를 원하는 교수에게는 연구를 기준으로,교육자가 되기를 원하는 교수에게는 교육을 기준으로 승진과 종신고용의 기회를 줘야 한다.그래서 훌륭한 논문을 쓰는 연구자 못지않게 학생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교육을 제공해주는 탁월한 교육자를 대학사회의 주역으로 모셔야 한다.
(3) (4)번은 교육부의 과제이다.그동안 교육부는 평준화라는 명분 하에 모든 대학에 획일적 입시제도를 요구해왔다. 이 제도는 국민에게 교육에 관한 기회를 제공했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 반면,국민 전체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야기해 우수 공학도 배출에 결정적 악영향을 미쳤다.앞으로 평준화 정책은 교육에 대한 국민의 기본권을 충족시키는 기본정책으로 두되,교육내용과 질의 다양화라는 21세기형 교육정책을 가미해 우수한 고교 졸업생이 공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이를 위해선 대학이 원하는 학생들을 자율적으로 뽑을수 있어야 한다.
(5) (6)번은 정부의 몫이다.과거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중심이던 산업사회에선 공장을 수도권에서 멀리 배치해야 인구집중을 막을 수 있었다.그러나 자본집약적,기술집약적,지식집약적 산업이 주도하는 오늘날 공장을 세우면 투자비 1억원당 1.7명,음식점과 같은 서비스산업이 들어오면 12.1명의 인구유발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수도권의 인구를 억제하려면 노동집약적 서비스산업을 억제하고,기술집약적 공장 설립을 장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공대,대학본부,교육부,정부 일반이 공대기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여러가지 제시했다.그러나 위의 대안을 하나도 채택하지 못하더라도 공대기피 현상을 거뜬히 없앨 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한걸음에 과학기술강국이 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 고시과목에 과학기술을 포함시키는 것이다.그래서 고시공부를 하는 우수한 젊은이들이 밤새워 과학기술을 공부하고,공대 강의실이 이들로 초만원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곧 과학기술을 앞세운 선진강국이 될 수 있다.
dsch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