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혁신 시대를 열자] 제3부ㆍ삼성전자 성공사례 : (1) V I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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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혁신(Value Innovation)은 고객들도 모르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방법론이다.
이미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오른 삼성전자가 가치혁신론에 주목해온 것은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공동 창안한 VI이론을 단순히 수용한 정도가 아니라 정교하게 발전시켜 실제 제품개발에 응용해 왔다.
이제는 경영자들이 상품화 및 투자결정을 할 때 VI의 핵심 도구인 '전략캔버스'를 반드시 활용할 정도로 뿌리를 내렸다.
삼성전자의 가치혁신 경영은 은밀하게 진행돼 왔기 때문에 상당수 삼성 계열사는 물론 회사 내부에서도 VIP센터의 존재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 회사의 가치혁신 활동이 소개되기는 세계 미디어를 통해 이번이 처음이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삼성전자 VIP센터의 실체와 가치혁신론 도입배경, 실행사례 등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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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수원사업장.
36만평에 달하는 넓은 사업장이지만 작업복을 입은 생산직 사원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90년대 말부터 생산라인이 지방과 해외로 대거 빠져 나간 흔적인 듯했다.
생산라인의 공백을 메운 것은 연구소.
지난 2001년 들어선 27층짜리 정보통신연구소 옆에 내년 완공을 목표로 35층 규모의 디지털미디어연구소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백색가전과 컴퓨터 등을 주로 만들던 수원사업장은 이제 첨단 연구개발(R&D) 단지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변화는 사업장 동쪽 2단지에 있는 'VIP(Value Innovation Program)센터'에서도 느껴졌다.
센터 건물에 들어서자 설계도면으로 보이는 서류를 들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각 사업부에서 센터로 파견한 엔지니어들이었다.
연구실에서 한창 제품 개발에 전념해야 할 핵심 엔지니어들이 VIP센터에 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뜻밖에도 "본업인 R&D에 더 충실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이들은 마케팅, 디자인, 제조 등 다양한 부서의 인력들과 협업팀(CFT:Cross Functional Team)을 이뤄 제품기획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회사 내에서 모두 1,2등급으로 분류되는 비중 있는 과제들이다.
1등급 과제는 세계 최초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고, 2등급 과제는 기존 제품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과제다.
둘 다 삼성전자의 미래를 좌우할 프로젝트들이다.
지난해 VIP센터가 수행한 과제는 모두 82개.
참여인원은 1천8백여명에 달했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카메라폰을 비롯해 노트북컴퓨터, 컬러 레이저프린터, DVD플레이어, 프로젝션TV, LCD모니터, 양문형 냉장고, 공기청정기, CD-RW 등 수많은 히트 제품이 여기를 거쳐 갔다.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90여개 과제를 다룰 예정이다.
5층짜리 직원 기숙사 3개동을 개조한 VIP센터에는 20개의 프로젝트룸이 마련돼 있다.
사업장 안내를 맡은 VIP센터 정경한 차장은 "회사에 '대박'을 안겨줄 프로젝트들이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VIP센터 3220호에서 수행 중인 컬러 레이저프린터 차기 모델 기획과제도 그 중 하나다.
프로젝트룸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컬러 레이저프린터 차기 모델을 놓고 실무자 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듯했다.
쟁점은 프린터 디자인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의 문제.개발책임자인 한철영 수석연구원(디지털프린팅사업부)과 품질책임자인 전형석 책임연구원(디자인경영센터) 등 실무 담당자 5명이 불꽃 튀는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디자이너인 전 책임연구원은 프린터 밑바닥 등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수석연구원은 세세한 곳까지 신경쓰면 개발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설계도 힘들다고 반박했다.
업무 특성상 '앙숙' 관계일 수밖에 없는 디자이너와 개발자 간의 맞대결이었다.
가치혁신의 핵심 도구인 '전략캔버스'까지 그려가며 30여분 동안 계속된 논쟁은 결국 디자이너인 전 책임연구원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개발책임자를 설득시킨 논리는 간단했다.
그가 제시한 방안이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원사업장에서 가치혁신이 이뤄지는 장소는 VIP센터만이 아니다.
센터측은 몰려드는 과제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재작년부터 10여개 사업부에 VIP센터 분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분소에는 VIP센터가 양성한 가치혁신 전문가들이 파견돼 사업부팀들과 함께 VI활동을 벌인다.
VIP센터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도 분소가 있다.
"예전에는 소니나 파나소닉 같은 일본 회사들을 모방하는데 급급했지요. 그러나 VI기법을 도입하고부터는 이런 회사들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DLP프로젝션TV를 개발하고 있는 문양춘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소니 것보다 1천달러나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게 결코 우연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플라스틱 소재를 채택해 TV의 무게를 대폭 줄인 것이라든가, PC환경 변화에 발맞춰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추가한 고안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해가 질 무렵 취재를 마치고 사업장을 나서려 할 때 저녁식사를 마치고 VIP센터로 돌아오는 CFT 팀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대화도 제품 기획 방향에 대한 토론이었다.
몇 개월째 집에 가지 않고 센터 5층에 마련된 숙소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들.
'공장의 불빛'은 줄었지만 그 자리에 새 시장을 찾으려는 '가치혁신의 불꽃'이 피고 있었다.
수원=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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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매주 화ㆍ목요일에 실립니다 ]
가치혁신론은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지난 90년대 중반 공동 주창한 경영전략론입니다.
경쟁에 초점을 두었던 기존 전략론에서 벗어나 무경쟁의 새 시장을 창출해야 지속 가능한 고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 홈페이지 www.hankyung.com/value
이미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오른 삼성전자가 가치혁신론에 주목해온 것은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공동 창안한 VI이론을 단순히 수용한 정도가 아니라 정교하게 발전시켜 실제 제품개발에 응용해 왔다.
이제는 경영자들이 상품화 및 투자결정을 할 때 VI의 핵심 도구인 '전략캔버스'를 반드시 활용할 정도로 뿌리를 내렸다.
삼성전자의 가치혁신 경영은 은밀하게 진행돼 왔기 때문에 상당수 삼성 계열사는 물론 회사 내부에서도 VIP센터의 존재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 회사의 가치혁신 활동이 소개되기는 세계 미디어를 통해 이번이 처음이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삼성전자 VIP센터의 실체와 가치혁신론 도입배경, 실행사례 등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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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수원사업장.
36만평에 달하는 넓은 사업장이지만 작업복을 입은 생산직 사원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90년대 말부터 생산라인이 지방과 해외로 대거 빠져 나간 흔적인 듯했다.
생산라인의 공백을 메운 것은 연구소.
지난 2001년 들어선 27층짜리 정보통신연구소 옆에 내년 완공을 목표로 35층 규모의 디지털미디어연구소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백색가전과 컴퓨터 등을 주로 만들던 수원사업장은 이제 첨단 연구개발(R&D) 단지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변화는 사업장 동쪽 2단지에 있는 'VIP(Value Innovation Program)센터'에서도 느껴졌다.
센터 건물에 들어서자 설계도면으로 보이는 서류를 들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각 사업부에서 센터로 파견한 엔지니어들이었다.
연구실에서 한창 제품 개발에 전념해야 할 핵심 엔지니어들이 VIP센터에 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뜻밖에도 "본업인 R&D에 더 충실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이들은 마케팅, 디자인, 제조 등 다양한 부서의 인력들과 협업팀(CFT:Cross Functional Team)을 이뤄 제품기획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회사 내에서 모두 1,2등급으로 분류되는 비중 있는 과제들이다.
1등급 과제는 세계 최초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고, 2등급 과제는 기존 제품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과제다.
둘 다 삼성전자의 미래를 좌우할 프로젝트들이다.
지난해 VIP센터가 수행한 과제는 모두 82개.
참여인원은 1천8백여명에 달했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카메라폰을 비롯해 노트북컴퓨터, 컬러 레이저프린터, DVD플레이어, 프로젝션TV, LCD모니터, 양문형 냉장고, 공기청정기, CD-RW 등 수많은 히트 제품이 여기를 거쳐 갔다.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90여개 과제를 다룰 예정이다.
5층짜리 직원 기숙사 3개동을 개조한 VIP센터에는 20개의 프로젝트룸이 마련돼 있다.
사업장 안내를 맡은 VIP센터 정경한 차장은 "회사에 '대박'을 안겨줄 프로젝트들이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VIP센터 3220호에서 수행 중인 컬러 레이저프린터 차기 모델 기획과제도 그 중 하나다.
프로젝트룸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컬러 레이저프린터 차기 모델을 놓고 실무자 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듯했다.
쟁점은 프린터 디자인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의 문제.개발책임자인 한철영 수석연구원(디지털프린팅사업부)과 품질책임자인 전형석 책임연구원(디자인경영센터) 등 실무 담당자 5명이 불꽃 튀는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디자이너인 전 책임연구원은 프린터 밑바닥 등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수석연구원은 세세한 곳까지 신경쓰면 개발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설계도 힘들다고 반박했다.
업무 특성상 '앙숙' 관계일 수밖에 없는 디자이너와 개발자 간의 맞대결이었다.
가치혁신의 핵심 도구인 '전략캔버스'까지 그려가며 30여분 동안 계속된 논쟁은 결국 디자이너인 전 책임연구원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개발책임자를 설득시킨 논리는 간단했다.
그가 제시한 방안이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원사업장에서 가치혁신이 이뤄지는 장소는 VIP센터만이 아니다.
센터측은 몰려드는 과제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재작년부터 10여개 사업부에 VIP센터 분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분소에는 VIP센터가 양성한 가치혁신 전문가들이 파견돼 사업부팀들과 함께 VI활동을 벌인다.
VIP센터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도 분소가 있다.
"예전에는 소니나 파나소닉 같은 일본 회사들을 모방하는데 급급했지요. 그러나 VI기법을 도입하고부터는 이런 회사들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DLP프로젝션TV를 개발하고 있는 문양춘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소니 것보다 1천달러나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게 결코 우연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플라스틱 소재를 채택해 TV의 무게를 대폭 줄인 것이라든가, PC환경 변화에 발맞춰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추가한 고안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해가 질 무렵 취재를 마치고 사업장을 나서려 할 때 저녁식사를 마치고 VIP센터로 돌아오는 CFT 팀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대화도 제품 기획 방향에 대한 토론이었다.
몇 개월째 집에 가지 않고 센터 5층에 마련된 숙소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들.
'공장의 불빛'은 줄었지만 그 자리에 새 시장을 찾으려는 '가치혁신의 불꽃'이 피고 있었다.
수원=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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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는 매주 화ㆍ목요일에 실립니다 ]
가치혁신론은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지난 90년대 중반 공동 주창한 경영전략론입니다.
경쟁에 초점을 두었던 기존 전략론에서 벗어나 무경쟁의 새 시장을 창출해야 지속 가능한 고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 홈페이지 www.hankyung.com/val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