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로열티 나쁘게만 볼 일 아니다..南益鉉 <서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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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우리 경제가 여러 가지 산업의 구성측면에서 우수한 특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이른바 세계 일류라 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다고 믿고 있다.
대표적으로 휴대전화,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철강,자동차 등의 상품이 포함된다.
하지만 언론 등에서 우리나라의 초일류 상품을 평가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하는 것이 있다.
바로 부품 국산화율과 해당 상품을 생산하는 데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외국업체에 제공하는 로열티다.
개략적으로 국산화율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또는 로열티 계약 수치가 외국의 다른 업체보다 높을 경우 해당기업은 비판 대상이 되곤 한다.
이게 과연 정당한가.
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첫째,국산화율은 국가의 제반 연관 산업의 발전정도와 맞물려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초일류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이들은 필연적으로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해당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소요부품,인력 및 자원을 전 세계적으로 조달하고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 여러 국가로부터 필요 자원을 조달함으로써 외환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조달업체 중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게 되면 다른 곳으로 전환해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조달업체들간 상호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등 경쟁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전략변수로 활용한다.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데 시장을 구성하는 상대국가의 지역콘텐츠법칙(local contents rule)을 위해 전략적으로 우리나라 부품의 국산화율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두번째,로열티를 생각해 보자.원천기술의 사용대가로 외국업체에 제공하는 로열티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깝기도 하고 한편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기업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을 부인하기만 한다면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
말 그대로 원천기술이라 함은 다른 기술로 대체가 힘든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우리가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시킬 것인가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굳이 평가를 하자면 일단 로열티의 많고 적음을 논하기 전에 지불로열티를 바탕으로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옳다.
또 해당 기업의 입장에서는 세계 일류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장기적으로 새로운 원천기술의 확보를 위한 로드맵을 구성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야심을 위해서는 다른 국가와 로열티율의 직접 비교는 무리가 있다.
가령 다른 나라와 계약된 로열티가 우리나라 수준보다 일견 좋은 조건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시장규모나 기술개발 등 기타 조건을 함께 고려해야 공정한 비교가 될 것이다.
만약 불리한 조건이라면 비판 이전에 해당 기업에서 가장 먼저 이를 수정하고자 할 것이다.
주변에선 "기업할 맛 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너도 나도 얘기를 하고 있다.
기업입장에선 모든 것이 고마운 말들일 게다.
그러나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잘하는 기업을 격려해 주는 것이고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부정확한 비판으로 해당 기업의 경영진이 본연의 경쟁력 제고에 충실하기에도 바쁜 시간에 고민스러워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필자는 기업의 여러 이해 당사자 중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주주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동의를 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는 주주가 가장 냉정하게 할 것이다.
주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시장가치가 높아지는 기업을 여러 기준 중 하나인 국산화율,로열티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마음으로 훌륭한 기업,이를 이끄는 경영자를 격려해 주자.그러면 이들은 보다 열심히 뛸 것이고 사회를 향해 큰 보답을 하게 될 것이다.
ihnam@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