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桂燮 < 서울대 교수ㆍ경영학 > 갈길 바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삼각파도가 몰려들고 있다. 출산율 저하,외국인 노동자 증가,그리고 고급 두뇌 유출이라는 3대 인구학적 위기가 그것이다. 앞의 두 문제가 기존 선진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는 난제라면 셋째 문제는 기타 지역의 경제발전 속도를 늦추고 있는 원흉 중 하나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교육의 질적 개혁과 경제구조 고도화라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두 조치들을 서두르는 수밖에 없다. 출산율 저하의 문제는 잘 알려진 바 있다. 우리나라의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수는 1.19명.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인 1.7명선에 훨씬 못 미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2017년부터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줄어들면서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하는 고령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2025년이면 전체 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OECD 회원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도 줄어들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해 조사된 국내의 외국인 노동자 수는 40여만명.이들 중 상당수는 불법 체류자다. 초기에는 단순 작업직에 한정됐던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직종도 고기술이나 숙련직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일부 직종에 대한 기피 현상이 계속되고, 정규직 노조가 강성을 띠며 비정규직까지 조직화되면서 임금이 높아지고 노동시장이 경직될 수록 기업의 구인난은 심각해지게 마련이다. 경영 측면에서 불법 체류자를 포함한 저임 외국인의 고용에 대한 유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고급 두뇌 유출도 시간이 갈 수록 심각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에서 애써 키워놓은 인재들이 외국 유수 기업으로 떠나고 있다. 고임금과 보다 나은 대우의 유혹 앞에 기업 정보와 고급기술을 안고 한국을 등지고 있다. 사상 최고숫자인 19만여명의 외국 유학생들의 국내 회귀현상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자녀교육 환경, 높은 수당, 그리고 생활의 질을 들어 해외에서 취업하거나 체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조기유학은 두뇌 유출에 새로운 양상을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 가지 문제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첫째,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정부가 시행중이거나 시행을 검토중인 대증요법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유럽 각국은 오래전부터 출산 장려책을 펼쳐오고 있지만 출산율 저하의 속도를 줄일수 있었어도 출산율 저하의 추세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유럽은 물론 미국 역시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이렇다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가 숙련 직종까지 진출하면서 내국인의 고용난을 심화시키고 있다.고급 두뇌 유출에는 효과적인 대책이 있을 수 없고 국민 정서와 국제사회의 시선을 감안하면 채택하기 어려운 조치들이 있을 뿐이다. 둘째,세가지 문제의 공통된 해결책은 기업과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구조 개혁 및 경쟁과 선택을 근간으로 하는 교육의 질적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데 있다. 교육개혁이 1인당 부가가치 생산량이 월등한 양질의 노동자를 양성하는 것이라면 경제구조 개혁은 이들에게 기대수준에 맞는 고용처를 확보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체 국가 경제구조가 고도화될 경우 외국 노동자들의 유입 속도와 질도 오늘날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국내에 보다 좋은 고용 기회가 있다면 굳이 해외 유학이나 유학 후 해외 체류를 고집할 이유가 줄어들 것이다. 이런 해결책은 물론 쉽지않은 일이다. 교육개혁과 경제구조 개혁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 그리고 투자가 요구된다. 문제는 정부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 못한 듯하다. 내년 보궐선거, 그리고 다음 대선을 앞두고 생색을 내고 표를 긁어모으기 위한 정책을 구상하는 데 바쁜 듯하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경제 정책도 때가 있게 마련인데 시기가 지나가고 있을지 모른다. 국가의 미래가 단기적인 정치가들의 안목 때문에 어두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