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탈세혐의로 기소된 기업인의 변호를 한국 변호사가 맡게 됐다.


주인공은 워싱턴DC에 있는 법무법인 채드번 앤드 파크에서 3년째 파트너로 일하고 있는 김환 변호사(43).


그는 조세회피지역인 버진아일랜드 등으로 4억5천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빼돌려 2억달러 이상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최근 구속된 통신 기업인 월터 앤더슨(51)의 무혐의를 주장하는 힘든 일을 맡았다.


오비털 리커버리 코프의 최고경영자(CEO)인 앤더슨은 혐의를 받고 있는 탈세규모가 사상 최대인 데다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를 상업화해 우주 여행을 꿈꾸었던 기업인으로 그의 구속은 미국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앤더슨은 대학도 졸업하지 않았지만 80년 후반부터 90년 말까지 미드 애틀랜틱 텔레콤,에스피리 텔레콤 그룹,텔코 커뮤니케이션 그룹 등 통신 기업을 설립하거나 투자해 큰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7~8년 전부터 앤더슨이 투자한 회사의 일을 봐주면서 앤더슨과 안면을 텄다. 하지만 그가 몸 담고 있는 채드번 앤드 파크 법인차원에서 앤더슨의 회사를 맡진 않았었다.


그러다가 탈세혐의가 워낙 큰 사건으로 커지자 김 변호사는 앤더슨을 만나 회사법전문인 자신과 소송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 동료 애비 로웰에게 맡겨줄 것을 설득,이번 사건을 수임한 것이다.


동료 로웰은 빌 클리턴 전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을 받을 때 변호했던 송무 전문 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통신업 전문이어서 앤더슨이 간여한 통신회사의 내부 사정에 누구보다도 정통하다.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일도 하고 있다.


서울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조지타운대학 로스쿨을 나와 삼성그룹 비서실 법무팀에서 93년부터 97년까지 근무했다. 그후 다른 법무법인을 거쳐 2002년부터 현재의 채드번 앤드 파크에서 일하고 있다. 어릴적 외환은행을 다닌 부친을 따라 괌,미국,이집트에서 학교를 다녀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다.


앤더슨 사건에 대해선 일절 함구하고 있는 그는 "기업 거래가 워낙 복잡해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탈세로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에선 이런 사건을 맡는 변호사를 높이 쳐주는데 한국에서는 탈세혐의 기업인을 변호하는 게 어떻게 비쳐질지 걱정스런 면도 있다"며 긴 인터뷰를 사절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