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나는 최근 신간 '잭 웰치,위대한 승리(원제:Winning)'(잭 웰치·수지 웰치 지음,김주현 옮김,청림출판)의 프로모션을 위해 듀크대를 방문한 잭 웰치를 만났다.


전에도 그를 한국에서 몇 차례 만났고,그가 GE를 퇴임한 지 한 달여 만인 2001년 10월22일 뉴욕 NBC 사옥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3시간에 걸친 TV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다.


잭 웰치는 이 책은 자신이 구상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받은 은퇴선물이라고 말한다.


2001년 GE 은퇴 후 전세계 25만여명에게 강연하면서 수천 가지 질문을 받았는데,그 질문들은 모두 한 가지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였다고 한다.


이 책에서 그가 말하는 승리는 단순히 대결에서 이겼다는 뜻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인간의 꿈과 열의와 노력이며,그 결실을 총칭하는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한글판은 원제의 그냥 '승리' 대신 '위대한 승리'라고 의역을 한 듯하다.


하지만 승리는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며,눈에 야망이 넘치고 열정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쓴다고 그는 밝히고 있다.


그는 개인적인 성공담을 늘어놓으려고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20세기의 대표적 경영자'라고 불리는 신화적 인물이 자신의 40년 경험을,좌절하고 고뇌하고 열광하면서 터득한 지혜와 통찰력을 승리를 꿈꾸는 모든 이들과 나누기 위해 쓴 책이다.


잭 웰치는 승리하기 위해 따라야 할 지침,고려해야 할 규칙,받아들여야 할 가정,피해야 할 실수를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안별로 정리해 머리 둔한(!) 후배들이 당장 활용할 수 있도록 사려 깊게 보여주고 있다.


회사 로비에 그럴 듯하게 걸려 있는 사명(Mission)과 가치(Value)가 기업경영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엔론의 붕괴를 통해 보여주는가 하면 껄끄러운 얘기를 에둘러 표현하는 비정직성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면서 선의의 거짓말을 품위 있는 행동이라고 여기는 근거 없는 믿음을 질타하기도 한다.


좋은 인재를 판별하는 법,후유증 없이 해고하는 방법,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방법 등 기업경영 전반에서 실천할 수 있는 툴과 로드맵을 친절하게 일러주고 있어 경영자와 현장 실무자에게 유용한 경영 교과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대학생,사회 초년생에게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는 방법부터 고약한 상사와 일하는 방법,일과 생활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등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성공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주는 노(老)대가의 빛나는 유산이다.


4백48쪽,1만6천8백원(양장본 1만9천8백원).


조동성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