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슈뢰더ㆍ고이즈미가 부럽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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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섭 < 서울대 교수·경영학 >
독일의 슈뢰더 총리와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를 부러워한다는 노 대통령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안타깝기만 하다.
대통령은 두 사람이 추구하는 승부사식 정치 '스타일'에만 관심이 있을 뿐 '목적'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낮은 지지율로 고민을 하던 슈뢰더와 고이즈미.이들은 최근 의회 해산과 총선거 실시라는 초강성(超强性) 승부수를 둬 재미를 봤다.
그들 자신의 지지율을 크게 올리는 데 성공했다.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고 과거사 청산이나 연정(聯政) 등의 사안들이 호응을 얻지 못하자 대통령은 이들이 부러워진 듯하다.
권력 이양,개헌,그리고 임기 단축 가능성 등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으며 정국을 정면 돌파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망각하고 있는 것은 슈뢰더와 고이즈미가 추구하려 한 경제살리기란 목적이다.
슈뢰더는 침체에 빠진 독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아젠다 2010'을 중심으로 한 개혁안을 내놓았다.
사회보장 제도를 현실화하고 소득세율을 인하하는 세제 개혁을 추진했는가 하면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려 애썼다.
기존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적합한 노동력을 배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대적인 교육 개혁을 단행했다.
고이즈미도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일본 경제를 구조적으로 개혁하고자 노력했다.
대학에 자율성을 주어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한편 핵심 인재를 조기에 발굴,육성하기 위해 엘리트 중등교육 기관의 설립을 장려했다.
경제 운영에 있어서는 국가 부문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했다.
중의원 해산에까지 이르게 만든 우정(郵政) 개혁은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었다.
금융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우편,간이생명보험,그리고 우편저금의 이른바,3대 우정 사업을 민영화하고자 한 것이다.
경제 개혁을 이끄는 과정에서 이들은 자신의 지지층의 반발에 직면했다.
독일 경제 개혁의 가장 큰 반대 세력은 여당인 사민당의 핵심 지지층인 조직 노동자들이었다.
학생들의 반발도 거셌다.
등록금 상승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리로 나왔다.
그러자 사민당 지지율이 급락했다.
반개혁 성향의 좌익당(Linkspartei)이라는 신당까지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뢰더는 굴하지 않았다.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경제 개혁에 대한 재신임을 물었다.
고이즈미도 마찬가지였다.
우정 개혁안이 참의원 통과에 실패한 까닭은 다름아닌 여당인 자민당 의원들 때문이었다.
농촌 지역에 지역구를 둔 다선 의원들은 개혁을 필사적으로 반대했다.
민영화를 할 경우 자신들 지역구의 우정 업무가 중단되고 막대한 해고 사태가 따를 것이라는 이유였다.
고이즈미는 이들과 타협을 거부했다.
정치적 자살 행위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까지 총선거를 실시하기로 했다.
자신의 정치적 운명보다는 일본 경제의 구조 개혁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였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은 슈뢰더와 고이즈미가 이룩하고자 한 경제 및 경제 개혁을 뒷받침해 줄 교육 개혁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앞으로 있을 10월 보궐선거에서 경제보다 정치 이슈가 중심이 되길 바라는 것일까? 진정 우리 경제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여기는 것일까? 진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정치 안건의 해결이 경제 문제 해결의 선결 조건이라는 주장 속에서 국정의 중심은 경제가 아닌 정치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슈뢰더와 고이즈미를 부럽다고 여긴다면 보여서는 안 될 모습이다.
그들이 승부수를 던져 이룩한 정치적 재기가 부럽다면 두 사람이 선택한 정치적 수단보다 수단을 통해 이룩하려 했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