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복지정책의 역설' 안 빠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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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섭 < 서울대 교수·경영학 >
우리나라와 같이 개방된 경제는 복지정책의 입안과 집행에 있어 과감한 사고의 변화를 요구한다.
복지예산 재원을 세금 인상을 통해 늘릴 경우에는 기업의 투자 환경이 악화돼 실업난이 가중되는 역설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복지 정책의 패러독스에 빠지지 않으면서 사회 안전망을 질적 양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길은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기업과 종교 단체들이 복지 서비스 제공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많은 종교 단체들은 이미 각종 육아 보육 급식,그리고 양로 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자선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이 같은 활동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면세 혜택을 제공해주는 것 외에도 다양한 형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정부는 복지 정책의 일선에서 물러나 보조금의 오ㆍ남용을 감독하고 복지 수요를 조사해주는 보조자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둘째,새로운 복지 정책을 내놓기에 앞서 기존 정책들을 내실있게 운영해야 한다.
복지 수혜자의 설정에 주의를 기해야 한다.
수혜자들로부터 노동 의욕을 앗아가는 부작용도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복지 정책을 연소자와 노령자,장애자들과 같이 경제 활동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집중하는 방향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노동을 할 수 있는 실업자들의 경우 직업 교육 기회를 제공해 노동 시장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셋째,정부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가장 바람직하게는 정부의 몸집을 줄여 과다한 재정 지출 요인을 구조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보조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세율 인상 또는 세금 신설 압박을 없애자는 것이다.
군과 경찰,소방 공무원 등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일선 공무원의 수는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고위직 공무원의 수를 최소화하고 자문위원회의 난립을 막아야 한다.
나아가 민간이 할 수 있는 업무들은 아웃소싱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물론 한결같이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과거사 청산에서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정 현안에 시민 단체의 참여를 장려해온 참여정부는 2003년 한 해 동안 무려 411억여원을 시민 단체에 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정치성을 띤 단체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복지 분야에서 비정부 단체들의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는 소식은 듣기 어렵다.
현 정부는 정부 크기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차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 수를 늘렸다.
2005년 1월 현재 장ㆍ차관급 정원이 106명에서 119명으로 12.3%나 늘었다.
효율성이 의심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 역시 무려 14개가 늘었다.
위원회 예산이 증가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 올해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3배 많은 2600여억원에 이르렀다.
기존 복지 정책의 효율성을 증대하는 노력 역시 기대에 못미친다.
보건복지부가 기초생활보장의 혜택을 받는 사람의 재산 상태를 조사해 보니 5000만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이 1296명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엔 1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도 234명이나 끼어 있었다.
복지 행정을 도맡아 수행할 일선 공무원들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예산을 집행한 까닭이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무책임한 정부 주도의 복지 정책은 약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해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 걸맞은 복지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마련을 위한 범국가적인 논의가 시급하다.
가장 중요한 복지는 고용이다.
고용을 늘리면서 복지 서비스도 늘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