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 잡기'를 겨냥한 강도높은 부동산대책을 잇달아 내놓는 사이에 지방 주택시장은 수요 위축으로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입주가 막 시작된 단지는 시세가 분양가를 훨씬 밑도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하고,신규 분양단지는 실수요자의 외면으로 미분양이 쏟아지는 추세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보유세·양도세 중과를 의식,손해를 보더라도 서둘러 팔겠다는 급매물들이 주택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판교 중·소형 아파트 청약에 24만여명이 몰리고 강남권 아파트값은 계속 올라 평당 3000만원을 넘어서고 있는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공멸한다"는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정부 규제 강화로 서울 등 수도권의 줄어든 일감을 메우기 위해 밀어내기식 주택 공급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칫 지방 주택시장이 고(高)분양가와 공급 과잉,수요 위축이라는 '트리플 악재'로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특히 부산 대구 울산 경남 등 영남권은 심각한 상황이다.

부산에서는 입지가 가장 좋다는 수영만에 위치한 A아파트조차 가격이 분양가보다 2000만~5000만원 떨어지는 등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계약금을 떼이더라도 해약하겠다는 투자자가 급증해 시공사가 전체 가구의 20%를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보다 2000만원 싸게 매물이 나와 있지만 매수세가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아파트도 있다.

대구도 고가 분양과 규제 강화로 수요가 크게 위축돼 수성구 동구 달서구 등에서도 계약률이 50%에 못 미치는 단지가 수두룩한 실정이다.

수성구 B아파트는 첫날 단 한 명만이 계약하는 바람에 계약 일정을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들 지역의 아파트 공급은 되레 늘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영남권에서 분양될 아파트는 지난해(7만8682가구)의 두 배에 가까운 14만8132가구에 이른다.

특히 부산은 4만6000가구로 지난해(1만1890가구)의 네 배에 육박하는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행정도시 건설 등 호재를 안고 있는 대전에서도 '마이너스 프리미엄'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화성 등 경기 일부 지역도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는 확산되는 양상이다.

반면 수도권은 판교 민간주택 일반 1순위 경쟁률이 400 대 1로 치솟고 강남 분당 용인 평촌 등 이른바 '강남·분당 라인' 아파트값은 계속 상승세를 나타내 정부 규제로 지방 주택시장만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강남 집값 잡기에 매달리는 사이에 영남권 등 지방 주택시장은 고가 분양과 수요 위축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방 주택시장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황식·노경목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