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삼거리 상권을 강북의 동네상권쯤으로 우습게 보면 잘못이다.

같은 동네상권인 목동오거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장사가 짭짤하다.

서울 동북부 지역에서는 노원역 상권 다음으로 매력있는 상권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 때문에 4호선 미아삼거리역 5번 출구를 중심으로 펼쳐진 대로변에서 가게를 열려면 5억원 이하로는 꿈도 못꾼다.

일단 권리금만 3억원 이상 들어가는 실정이다.

이 대로변은 1990년대 초반 이후 전통적으로 의류 업종이 강세로 미아삼거리 상권의 핵심 구역이다.

그러나 옷 값이 2만원을 넘으면 큰 재미를 못 본다.

주부들이 잔뜩 몰린 신세계백화점 정문 앞 매대에서도 1만~2만원짜리 티셔츠와 블라우스가 가득하다.

2만원 이상 상품을 내놓기가 부담스런 상권이란 분석이다.



상가정보제공업체인 상가뉴스레이다 서준 상권분석팀장은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문을 연 데 이어 연말에 롯데백화점까지 가세하면 주부들과 젊은 층 유동인구가 급증할 것"이라며 "신세계의 두 배가 넘는 롯데백화점이 오픈한 뒤 백화점 안에 들어가는 의류 브랜드와 겹치는 중고가 상품으로 대로변에서 장사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조언했다.

건너편 2번 출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로변에는 연말 완공을 목표로 롯데백화점과 트레지오 쇼핑몰이 지어지고 있다.

이 두 쇼핑시설은 대로변과 이면골목의 상가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메가톤급 호재이면서 동시에 악재다.

우선 연면적 2만여평의 대형 백화점과 저가 박리다매의 '동대문형' 쇼핑몰은 집에서 잠자는 주부들을 상권 안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위력을 지닌 호재 중의 호재다.

고가에서 중저가 패션 수요를 모두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총 14개의 영화관과 푸드코드까지 생기게 돼 다른 상권으로 빠져나가는 10대와 20대 젊은이들까지 발길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상권에 둥지를 튼 의류가게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서준 팀장은 "백화점과 쇼핑몰이 중고가와 저가 수요를 골고루 잠식할 것이기 때문에 의류가게 주인들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신규 창업자라면 이 상권에서 의류 업종은 피하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FC창업코리아 이준 이사는 대형 쇼핑시설이 신축되고 있는 점을 감안,근린 업종을 선택할 것을 권한다.

그는 "인근 지역에 뉴타운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의류가 강세인 대로변도 시간이 갈수록 제과점,커피전문점,아이스크림점 등 근린 업종 중심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안경점도 블루오션 업종으로 권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미아삼거리역 2번 출구 이면 먹자골목에서 창업할 경우 배후 수요층의 성격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좁은 2차선 이면 도로를 오가는 마을버스의 최대 승객은 월곡동 아파트단지 주민들이다.

두산위브,대우푸르지오 등 4곳의 아파트단지 4000여가구 주민들 중 대부분이 강북구,도봉구,노원구 등지에 점포를 가진 자영업자들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가의 분석.이들은 주말에도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까닭에 가족들과 외식을 즐길 여유가 없다.

가족단위 고객을 겨냥한 레스토랑이나 횟집이 전무한 이유다.

먹자골목의 주류는 닭갈비,감자탕,돼지숯불구이 음식점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밤 늦게 술과 안주,대화를 곁들일 수 있는 업종이란 게 공통점.토털 창업서비스업체인 조인스월드 이현승 대표는 "미아삼거리 먹자골목에서 의외로 삼겹살집을 찾기 힘든 만큼 1인분 3500원 안팎의 저가 삼겹살 체인점 정도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가 모두 일을 나가는 자영업자 자녀들의 배달 수요가 예상되는 치킨점이나 김밥집이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