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大해부] (15) 압구정 로데오 거리‥럭셔리 마니아 '북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맞은편 맥도날드 매장.88년 1호점으로 개장,압구정동을 찾는 이들이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는 곳이다.
본사 홍보담당 염혜지씨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압구정동 상권의 침체로 2004년은 최악이었다"며 "고객들의 취향에 맞게 매장을 세련되게 리모델링한 이후 조금씩 매출이 살아나고 있다"고 전한다.
패션과 유행에 제일 민감한 이들의 집결지가 바로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다.
파스쿠찌 매장에서 만난 뮤지컬배우 황보현씨(27·여)는 "예전만큼 로데오거리에서 옷을 사진 않고 발품을 팔더라도 동대문에 가서 산다"면서도 "옷 사는 것 외에는 다 여기서 해결한다"고 말했다.
유학을 준비 중인 정재철씨(21)는 "90년대 말만 해도 의류 복합매장이 20개 정도 되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며 "오히려 술집이 늘어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 역시 압구정동 말고는 다른 데를 가지 않는 마니아다.
그의 말대로 학동사거리 방면으로 향하는 디자이너클럽 건물 맞은편 라인을 따라서는 빈 복합매장 건물이 흔히 보인다.
25년 동안 로데오거리를 지켜본 한일부동산의 최병태씨(59)는 "로데오거리 이면 건물은 99%가 개인소유"라며 "부유한 건물주들은 경기에 상관없이 임대료를 높게 받아 불경기 때 옷 가게들은 어렵다"고 말했다.
최씨는 "하지만 여름방학 시즌 황금기에는 유학파들이 모두 여기로 모인다"며 "그때 모두 뽑아내는 것이 이 지역 장사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상권 자체가 의류,잡화 등에서 외식이나 유흥으로 변해가는 추세"라며 "진입자들이 매출을 통해 임대료는 극복할 수 있어도 권리금이 부담스러워 못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강조했다.
곳곳에서 눈에 띄는 빈 매장들은 의류매장이었음을 알려주는 간판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2003년 직영 1호점으로 문을 연 파스쿠찌 매장은 3층 90평 규모로 하루 평균 고객은 800여명,객단가(1인당 소비지출액)는 9500원이다.
매장관리 담당 정화성 과장은 "여의도 테헤란밸리 등 오피스지역에 미치진 못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 10% 정도 성장했다"고 전했다.
담배를 피는 전문직 여성고객이 많은 점을 감안,흡연층까지 따로 마련했다.
정 과장은 "강북에선 인기가 좋은 공짜 쿠폰을 여기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돈이나 직업에 있어서 고객들의 프라이드가 보통이 아니다"고 귀띔한다.
1층 네일숍들은 오후 5시가 넘어서자 여성고객들로 가득 찬다.
영화관이 들어있는 '씨네시티'쪽으로 향하다보면 프리미엄급 햄버거브랜드 크라제버거 매장이 나온다.
맥도날드보다 2~3배 비싼 가격이지만 손님이 항상 북적인다.
'조용한 가족' 등 영화촬영지로 유명한 '압구정 서서갈비' 박재식씨(43)는 12년 동안 고집스런 컨셉트로 로데오 일대 명소를 만들었다.
압구정동은 으레 화려하고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허름하고 정겨운 매장에 1인분 7000원의 같은 가격을 매긴 돼지갈비와 소갈비로 까다로운 압구정 마니아들의 취향을 사로잡은 것.8.5평 매장에 테이블은 8개,하루 평균 테이블 회전율은 50회이며 테이블당 매출이 2만~3만원 나온다고 한다.
손님 허정은씨(30?여)는 "압구정 마니아라고 해서 비싼 곳만 찾는 것은 아니고 특이한 맛집이어야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저녁 8시께는 이 상권의 피크타임.4명의 청년들이 선글라스에 사슬 목걸이,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옷을 사러 돌아다니는 것이 눈에 띈다.
도로변에서 약간 벗어난 골목 의류매장 '웍스아웃'.온라인 판매에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진출,일본풍 옷을 취급해 성공한 패션매장이다.
개점한 지 1년3개월된 이 매장은 55평 규모에 월세 550만원을 내고 있다.
메인 도로 20평 매장 월세가 800만원인 데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점주 강승혁씨는 "현재 한 달 매출은 6000만원으로 개점 초기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며 "어떤 곳에서도 살 수 없는 튀는 디자인의 제품을 취급한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고객 20명에 평균 객단가는 12만원.아까 마주친 반팔 티셔츠 차림의 젊은이들이 결국 이 매장에 와 15만원짜리 후드티를 현찰로 지불하고 사간다.
강씨는 "카드 사용을 거부하는 손님들이 꽤 많다"고 귀띔했다.
밤 11시,인파가 썰물처럼 빠지는 시간이다.
메인 도로도 자정이 되면 인적이 뜸해진다.
유일하게 새벽까지 붐비는 곳은 호프집 정도다.
로데오거리 자체는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라서 강북이나 강서 등 멀리서 오는 뜨내기 손님들이 별로 없다고 상인들은 얘기한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강남에 거주하는 압구정 마니아들이 무리지어 모여 쇼핑과 음식을 즐기는 '닫힌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본사 홍보담당 염혜지씨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압구정동 상권의 침체로 2004년은 최악이었다"며 "고객들의 취향에 맞게 매장을 세련되게 리모델링한 이후 조금씩 매출이 살아나고 있다"고 전한다.
패션과 유행에 제일 민감한 이들의 집결지가 바로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다.
파스쿠찌 매장에서 만난 뮤지컬배우 황보현씨(27·여)는 "예전만큼 로데오거리에서 옷을 사진 않고 발품을 팔더라도 동대문에 가서 산다"면서도 "옷 사는 것 외에는 다 여기서 해결한다"고 말했다.
유학을 준비 중인 정재철씨(21)는 "90년대 말만 해도 의류 복합매장이 20개 정도 되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며 "오히려 술집이 늘어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 역시 압구정동 말고는 다른 데를 가지 않는 마니아다.
그의 말대로 학동사거리 방면으로 향하는 디자이너클럽 건물 맞은편 라인을 따라서는 빈 복합매장 건물이 흔히 보인다.
25년 동안 로데오거리를 지켜본 한일부동산의 최병태씨(59)는 "로데오거리 이면 건물은 99%가 개인소유"라며 "부유한 건물주들은 경기에 상관없이 임대료를 높게 받아 불경기 때 옷 가게들은 어렵다"고 말했다.
최씨는 "하지만 여름방학 시즌 황금기에는 유학파들이 모두 여기로 모인다"며 "그때 모두 뽑아내는 것이 이 지역 장사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상권 자체가 의류,잡화 등에서 외식이나 유흥으로 변해가는 추세"라며 "진입자들이 매출을 통해 임대료는 극복할 수 있어도 권리금이 부담스러워 못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강조했다.
곳곳에서 눈에 띄는 빈 매장들은 의류매장이었음을 알려주는 간판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2003년 직영 1호점으로 문을 연 파스쿠찌 매장은 3층 90평 규모로 하루 평균 고객은 800여명,객단가(1인당 소비지출액)는 9500원이다.
매장관리 담당 정화성 과장은 "여의도 테헤란밸리 등 오피스지역에 미치진 못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 10% 정도 성장했다"고 전했다.
담배를 피는 전문직 여성고객이 많은 점을 감안,흡연층까지 따로 마련했다.
정 과장은 "강북에선 인기가 좋은 공짜 쿠폰을 여기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돈이나 직업에 있어서 고객들의 프라이드가 보통이 아니다"고 귀띔한다.
1층 네일숍들은 오후 5시가 넘어서자 여성고객들로 가득 찬다.
영화관이 들어있는 '씨네시티'쪽으로 향하다보면 프리미엄급 햄버거브랜드 크라제버거 매장이 나온다.
맥도날드보다 2~3배 비싼 가격이지만 손님이 항상 북적인다.
'조용한 가족' 등 영화촬영지로 유명한 '압구정 서서갈비' 박재식씨(43)는 12년 동안 고집스런 컨셉트로 로데오 일대 명소를 만들었다.
압구정동은 으레 화려하고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허름하고 정겨운 매장에 1인분 7000원의 같은 가격을 매긴 돼지갈비와 소갈비로 까다로운 압구정 마니아들의 취향을 사로잡은 것.8.5평 매장에 테이블은 8개,하루 평균 테이블 회전율은 50회이며 테이블당 매출이 2만~3만원 나온다고 한다.
손님 허정은씨(30?여)는 "압구정 마니아라고 해서 비싼 곳만 찾는 것은 아니고 특이한 맛집이어야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저녁 8시께는 이 상권의 피크타임.4명의 청년들이 선글라스에 사슬 목걸이,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옷을 사러 돌아다니는 것이 눈에 띈다.
도로변에서 약간 벗어난 골목 의류매장 '웍스아웃'.온라인 판매에서 시작해 오프라인으로 진출,일본풍 옷을 취급해 성공한 패션매장이다.
개점한 지 1년3개월된 이 매장은 55평 규모에 월세 550만원을 내고 있다.
메인 도로 20평 매장 월세가 800만원인 데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점주 강승혁씨는 "현재 한 달 매출은 6000만원으로 개점 초기보다 2배 이상 늘었다"며 "어떤 곳에서도 살 수 없는 튀는 디자인의 제품을 취급한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고객 20명에 평균 객단가는 12만원.아까 마주친 반팔 티셔츠 차림의 젊은이들이 결국 이 매장에 와 15만원짜리 후드티를 현찰로 지불하고 사간다.
강씨는 "카드 사용을 거부하는 손님들이 꽤 많다"고 귀띔했다.
밤 11시,인파가 썰물처럼 빠지는 시간이다.
메인 도로도 자정이 되면 인적이 뜸해진다.
유일하게 새벽까지 붐비는 곳은 호프집 정도다.
로데오거리 자체는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라서 강북이나 강서 등 멀리서 오는 뜨내기 손님들이 별로 없다고 상인들은 얘기한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강남에 거주하는 압구정 마니아들이 무리지어 모여 쇼핑과 음식을 즐기는 '닫힌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