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 인근에 아파트를 지으려던 한 건설업체가 수녀원측의 민원제기로 분양승인을 받지 못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한화건설이 18일부터 분양에 들어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뉴타운 한화꿈에그린이 그 주인공.

이 단지는 당초 작년 12월 말 모델하우스까지 개장하고 분양준비에 들어갔었다.

그러나 청약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갑자기 분양승인이 나지 않아 넉 달을 흘려보냈다.

단지 앞에 위치한 수녀원이 분양승인 직전에 "현재 설계대로 지어질 경우 입주민들이 발코니를 통해 바로 수녀원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어 사생활 침해가 심각하다"며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건설은 이 같은 민원제기는 꿈에도 생각 못하고 모델하우스 방문객에게 "단지 앞에 수녀원이 있고 지대가 높아 조망권이 뛰어나다"고 자랑까지 했었다.

나중에 분양승인 지연 이유를 안 한화건설은 부랴부랴 모든 일정을 접고 설계를 변경했다.

문제의 남향쪽 한 개동을 동향으로 틀어서 수녀원이 직접 보이지 않도록 바꿨다.

남향보다는 분양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수녀원의 민원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수녀원측의 걱정은 여기서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영등포구 신길동 일대가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상태여서 앞으로 각종 개발사업이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